- 사생활 논란 황정민의 패착 혹은 판단 착오
- 입력 2026. 08.01. 10:26:15
- [유진모 칼럼] 배우 황정민을 둘러싼 사생활 공방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황정민은 팬으로 만난 여성 A 씨를 스토커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A 씨는 정서적, 성적 노동 착취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도대체 황정민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두 사람의 인연은 2023년 7월 영화 '밀수' 시사회에서 팬과 배우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황정민
그리고 다음 달 영화 '보호자' 시사회에서 또 만나게 되어 연락처를 교환하면서 악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는 것. A 씨는 황정민이 "고마워서 밥을 사고 싶다."라며 먼저 전화번호를 요구했고 이후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가까워졌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대표 작품을 활용한 소주 브랜드 사업을 제안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그 후 A 씨는 제안에 대한 시장 조사, 콘셉트 기획, 디자인, 상표 조사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고 알렸다. 또 황정민의 권유에 따라 소설과 에세이 등 약 30편의 글도 작성했는데 이 중에 황정민의 요청에 따라 성적인 내용의 글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느 날 사업 논의는 물론 연락 자체가 중단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는 게 A 씨의 논지이다.
그녀는 황정민에게 자신이 제공한 노동에 대한 정산을 비롯해 두 사람의 관계 정리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제가 요구한 것은 설명이었다.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이미 투입한 내 노동은 어떻게 되는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묻고자 했다."라며 스토킹이 아니라는 취지를 밝혔다.
황정민은 A 씨와의 만남이 다른 여러 팬들도 함께하는 자리인 줄 알았으며 이후 A 씨가 황정민뿐만 아니라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에게까지 연락하면서 불안감을 느꼈다는 내용을 알렸다. A 씨가 연락과 만남의 요구를 반복했다는 것. 또 그녀가 2024년 2월 10일 오전 11시 5분부터 오후 9시 4분까지 총 78차례에 걸쳐 6119자 분량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A 씨에게는 접근 금지 등 잠정 조치와 벌금 300만 원의 약식 명령이 내려진 상태이다. 그녀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스토킹 혐의는 형사 1심에서 다시 심리되고 있는 중이다. A 씨는 황정민을 상대로 2억 원 상당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조정 절차에 회부됐으며,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재판이 이어지게 된다.
항상 그렇듯 이런 다툼은 결국 법정에서 진실 혹은 그에 근접한 내용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황정민과 A 씨를 둘러싼 시각도 양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양측에도 공통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연히 무죄 추정의 원칙이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황정민은 톱스타이니 A 씨 입장에서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먼저 그녀의 주장이 대부분 맞는다는 가정하에 추론을 이어 가 보자. 황정민은 ‘밀수’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함도’, ‘베테랑’ 등으로 친분이 매우 깊은 류승완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시사회에 참석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시사회는 배우 등 연예인 및 연예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VIP 시사회였다. 그런데 팬인 A 씨는 어떤 자격으로, 어떻게 참석했을까?
또 어떻게 황정민과 대면했으며 다음 달 정우성 감독의 ‘보호자’ VIP 시사회에는 또 어떻게 참석할 수 있었을까? A 씨는 황정민이 초대했다고는 주장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력으로 이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때 황정민이 요구해서 전화번호를 주었다는 그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황정민은 일단 첫 단추에서 큰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는 그녀도 황정민이 싫지 않았다는 증거이기에 충분하다. 여자로서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팬으로서 그에게 호감을 품었고 향후 연락을 주고받는 가운데 만남도 기대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 심리는 모르니 더 큰 생각을 품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쉽지 않다. 그 이후는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녹록지 않다.
황정민이 현 소속사 대표인 김미혜 씨와 결혼하던 2005년을 기준으로 그는 사실상 자신의 1인 기획사에 몸을 담고 지금까지 활동했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금은 오롯이 부부가 가져갔다. 소문에 의하면 2014년 영화 ‘국제시장’ 개런티로 6억 원을 받았다고 하니 지금은 1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이다. 2005년 ‘너는 내 운명’ 이후 주연을 맡은 영화만 30편이다.
편당 5억 원씩만 계산해도 150억 원이고 러닝 개런티를 포함해 그 외에 드라마, CF 등을 계산하면 그는 못 벌어도 300~400억 원은 모았다. 이건 최소한이다. 사실상 그것의 서너 배는 될 것이다. 100보 양보해 한 500억 원이 있다고 치자. 그런 갑부가 자신의 이름과 대표 영화를 이용해 소주 사업을 벌이자고 제안했다고? 이걸 상식적으로 볼 수 있을까?
A 씨가 소주에 대해, 소주 사업에 대해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가? 만약 황정민이 자신의 이름과 대표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소주 사업을 펼치겠다고 하면 달려들 주류 회사는 널려 있다. 그들은 미리 선금을 주고라도 황정민의 얼굴과 이름을 사용하려 할 것이다. 막걸리로 유명한 가수 영탁에 비해 황정민은 결코 지명도와 인기도가 뒤떨어진다고 할 수 없는 톱스타이다.
그런데 그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것도 소주 사업에 경험도 없는 A 씨에게 소주 사업을 제안했다고? 한편으로는 황정민의 대표 작품을 활용한 사업이라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국제시장’으로 소주 사업을 펼치려면 윤제균 감독의 법인의, 그리고 ‘군함도’를 활용하려면 류승완 감독의 법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게 말이 될까?
황정민이 소주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자신의 투자금과 노동력 없이 아주 안전하게 수익도 올리고, 체면도 구기지 않을 방법이 여럿 있다. 그런데 그런 쉬운 방법을 제쳐 두고 험로를 선택한다? 납득하기 쉽지 않다. 또한 황정민이 소설과 에세이를 쓰라고 권유했다는 주장 역시 다수를 쉽게 이해시키기 만만치 않다. 소문에 의하면 A 씨는 40대라고 한다.
그녀는 작가 경험이 있다고 주장한 바 없다. 황정민 정도 되면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시나리오는 다 받아 본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워서 이제 전업 작가가 될 법한 초보자 A 씨에게, 무슨 목적으로 소설과 에세이를 써 보라고 했을까? 그건 그저 스타로서 팬에게 ‘글을 써 보는 것도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정도로 조언했던 것은 아닐까?
마치 선배나 선생이 후배나 학생에게 일기를 쓰라고 충고하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민에게 잘못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첫째, 왜 팬의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그 후 수시로 통화를 한 것일까? 왜 밥을 먹자고 한 것일까? 만약 그의 주장대로 여러 팬들과 식사하는 자리로 알았다면 그 모든 내용의 어레인지를 매니저를 시켜서 했어야 현명했다. 혹시라도 사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어 볼 일이다.
황정민은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절정의 티켓 파워와 연기력을 겸비한 보증 수표인 동시에 한 명의 남자이다. 인간으로서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두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신중함은 필요하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