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야 뜬다?…화제성과 퍼포먼스 경계 흐려진 워터밤[Ce:포커스]
입력 2026. 08.04. 06:00:00

선미-권은비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국내 대표 여름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워터밤이 해를 거듭할수록 본래 취지보다 화제성에 더욱 집중하는 축제로 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객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며 음악을 즐기는 축제에서 이제는 누가 더 파격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는지가 먼저 화제가 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워터밤은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처음 시작된 여름 음악 페스티벌이다. 초창기에는 힙합과 EDM, 레게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돼 공연을 펼쳤고, 관객들은 물총과 워터캐논을 활용해 공연을 함께 즐기는 참여형 축제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등 국내 주요 도시로 규모를 넓혔고, 최근에는 일본과 태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개최되며 K-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워터밤이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K-팝 아티스트들의 출연이 늘어나면서부터다.

2018년 선미는 워터밤 무대에서 '가시나', '주인공', '사이렌' 등을 선보이며 백댄서 차현승과 함께한 퍼포먼스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공개된 직캠 영상은 2348회를 기록, '원조 워터밤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워터밤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2023년에는 권은비가 워터밤 무대에 처음 올라 뛰어난 라이브와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후 3년 연속 워터밤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선미와 권은비 모두 워터밤 이전부터 이미 대중적 인지도와 히트곡을 갖춘 아티스트였다. 워터밤은 이들을 스타로 만든 무대라기보다 기존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 평소 볼 수 없던 퍼포먼스는 직캠과 숏폼 영상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이는 광고와 각종 행사 섭외로 이어지기도 했다.

비비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워터밤에서는 음악보다 퍼포먼스와 화제성이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연 특성상 물을 맞으며 진행되는 만큼 활동성을 고려한 의상은 자연스러운 요소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 아티스트들의 상의 탈의가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지고, 여성 아티스트들 역시 매년 더욱 과감한 의상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무대 완성도나 라이브보다 의상과 노출, 퍼포먼스 수위가 더 큰 관심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년 워터밤이 끝난 뒤에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은 음악보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직캠 영상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가수 비비가 워터밤 무대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를 두고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집단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노출이 적거나 비교적 편안한 의상을 선택한 아티스트들에게는 "워터밤과 어울리지 않는다",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악성 댓글이 쏟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워터밤 무대가 음악보다 화제성을 위한 무대로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강한 퍼포먼스와 자극적인 의상이 관심을 끌면서 아티스트들 역시 자연스럽게 화제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워터밤의 모든 무대가 자극적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라이브와 퍼포먼스, 관객과의 소통으로 호평을 받는 공연도 많다. 다만 해마다 '누가 가장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는가'가 축제를 대표하는 키워드처럼 소비되는 현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실제 여러 차례 워터밤을 찾고 있다는 A씨는 "예전에는 관객과 아티스트가 함께 뛰어놀며 즐기는 축제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요즘은 한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온 건지, 페스티벌에 온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려한 퍼포먼스도 워터밤만의 재미인 것은 맞지만 매년 누가 더 과감한 의상을 입었고 어떤 퍼포먼스를 했는지가 먼저 화제가 되는 것 같다"며 "처음 워터밤이 보여줬던 자유롭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분위기가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국내를 대표하는 여름 페스티벌로 성장한 워터밤. 화제성과 퍼포먼스가 만든 뜨거운 관심 속에서 이제는 음악과 관객이 함께하는 축제라는 본래의 의미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터밤'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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