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도 논란 정준원과 프로의 태도
- 입력 2026. 08.07. 10:56:40
- [유진모 칼럼] 최근 연예계에서 화제가 된 양대 산맥 같은 인물은 황정민과 정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황정민의 사생활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40대 초반의 한 여성과 황정민 간의 공방전은 아마 법정으로까지 가야 진실이 가려질 듯하다. 그런데 정준원에 대한 논란은 결과와 본질까지도 다르다.
정준원
정준원은 지난 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배우 공효진과 함께 출연했다. 그는 등장할 때부터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에 공효진과 고정 멤버들이 예능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게끔 챙겨 주는 가운데 유재석이 “우리 프로를 본 적 있냐?”라고 물었다.
정준원은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거냐? 가볍게 보기 좋은..“이라며 말끝을 흐렸고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또 그는 숏폼 드라마 촬영을 준비하는 멤버들을 보고 “지금 연기를 하시는 거냐?”라고 물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정쩡하게 앉아 있거나 챌린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방송 후 그가 배우 엄태구보다 더 내향적인 성격이라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그의 성향이 문제가 아니라 성의와 태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효진 등 동료 연예인들이 정준원을 보호해 주려는 코멘트를 쏟아 냈지만 논란과 비난은 그칠 줄 모른다. 물론 정준원에 대한 보호 의견도 적지 않다.
과연 무엇이 중요할까?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돈이냐, 명예이냐에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마추어에 머물지 않고 프로로 전향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프로가 실력과 인기에 따라 돈만큼 명예도 얻기 때문이다. 사실상 프로와 아마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중에서도 연예인의 위상은 아주 특별하다. 과거를 비교해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연예인의 수입과 명예가 물가 상승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상향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들의 삶이 갈수록 건조해지고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이 크다.
그런 메마른 환경 아래에서 다수의 서민이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예인의 존재 가치와 수입이 올라가는 것이다. 연예인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 앞에서 음악, 무용, 만담, 마술, 쇼 따위를 공연하는 사람'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카타르시스 이론에 따라 대중은 연예 콘텐츠를 통해 정화 작용을 함으로써 고민, 슬픔, 걱정, 후회, 낙담, 절망 등의 고통을 눈물(기쁜 혹은 슬픈)로 정화함으로써 환희, 희망, 안도 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예도 일종의 정신적 치료 행위인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사람들의 오랜 인식에 따르면 연예인은 될수록 많은 대중을 위무해 주고, 기쁘게 해 주고, 즐겁게 해 줄 책무가 있다. 드라마 한 편 출연료로 웬만한 대기업 간부의 연봉보다 많은 돈이 지급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라는 의미이다.
SBS 드라마 '김부장'의 빌런 주상욱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가 한 상인에게 '나쁜 놈'이라는 욕을 먹은 것은 그가 돈값을 제대로 했다는 증거이다. 소지섭 등 선한 쪽의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게 주상욱의 임무였으니. 이토록 연예인은 대중에게 최대치의 만족감을 선사해야만 되는 직업이다.
표면적으로 정준원은 '놀면 뭐하니?'에 MBC 금토 드라마 '유부녀 킬러'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공식적 의도는 홍보였다. MBC 입장에서는 '21세기 대군부인'으로 구긴 명예를 회복하고 싶기도, '김부장'의 여파를 꺾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 정준원의 책임은 이날 내용을 재미있게 만들어 시청률에도 보탬이 되고, '유부녀 킬러'의 홍보에도 효과를 내기 위함에 있었다. 그러나 반응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논란만 가중시켰다.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상승시켰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날 그의 기능은 발휘되지 못했다.
배우가 반드시 예능에서 시청자를 웃겨야 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단 배우는 연기력이 뛰어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배우도 연예인이다. 연기력이 뛰어난데 예능에서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능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이다. 실제 그런 배우는 널리고 널렸다.
소위 '예능 울렁증'이 있다면 그걸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게 자랑거리는 절대 아니다. 또한 핑곗거리 역시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예능에 출연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그 아쉬운 내용을 더 뛰어난 혼신의 연기로 시청자에게 보답해야 한다. 그러나 정준원의 연기가 공효진 같다는 평은 아직 없다.
공교롭게도 정준원의 논란 직후 배우 김혜수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배우는 돈을 받은 만큼 그 값어치를 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정준원의 '놀면 뭐하니?' 출연은 '유부녀 킬러' 출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무리가 아니다. 사전에 홍보 약속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 드라마, 시리즈 등에 출연하는 주연급 배우들의 홍보 약조는 기본이다. 배우들도 자기 작품을 홍보해 흥행 성적으로 높임으로써 자신의 값어치를 올리겠다는 계산이 없을 리 없다. 만약 내성적인 성격에 부와 명예를 무시한 채 작품만 하고 싶다면 대중문화가 아닌, 전위 예술을 해야 할 것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MBC '놀면 뭐하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