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스 타고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연극·뮤지컬, 숏폼에 빠지다[Ce:포커스]
입력 2026. 08.10. 10:30:00

'난쟁이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공연장을 찾기 전, 관객들은 이제 짧은 영상으로 먼저 작품을 만난다. 인상 깊은 장면, 중독성 있는 넘버, 예상치 못한 코믹한 순간이 담긴 수십 초 분량의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연의 홍보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 홍보가 과거에는 프로필, 인터뷰,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릴스, 쇼츠 등 숏폼 콘텐츠가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짧은 영상 하나가 작품의 분위기를 알리고, 공연을 잘 몰랐던 관객까지 극장으로 이끄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코믹한 장면이나 배우 간의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숏폼을 발판 삼아 관객층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장면만 강조되면서 공연 전체의 서사와 메시지가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연계의 숏폼 마케팅은 과연 뮤지컬 관객을 넓히는 새로운 창구가 될까, 혹은 작품을 단편적인 이미지로 소비하게 만드는 장치가 될까.

'난쟁이들'-'웨스턴 스토리'



◆ 넘버부터 애드리브까지…공연의 매력을 담는 숏폼 전략

실제로 최근 뮤지컬 홍보 채널에서는 공연의 일부 장면을 짧게 편집한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코믹한 대사나 배우들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 인상적인 넘버 등을 활용한 영상들이 주로 업로드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뮤지컬 '난쟁이들'을 들 수 있다. '난쟁이들'은 2023년 공연 당시 숏폼 콘텐츠를 통해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제작사 공식 채널에 공개된 관련 영상은 누적 조회수 6,600만 회를 돌파했으며, 공연 역시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2025년 개막한 10주년 공연에서도 전석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최근 공연 중인 뮤지컬 '웨스턴 스토리' 역시 숏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믹 장르의 특성을 살려 공연 중 배우들의 애드리브와 재치 있는 장면을 짧게 편집해 공개했고, 해당 영상이 관객들의 관심을 끌면서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숏폼은 공연을 알리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홍보 관계자 A씨는 이와 관련해 "관객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숏폼 콘텐츠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느꼈다"며 "새로운 관객층에게 작품을 보다 자연스럽게 알리고, 공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릴스와 쇼츠를 적극 활용하게 됐다. 짧은 시간 안에 작품의 분위기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숏폼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3시간가량 이어지는 공연 중 어떤 순간이 숏폼 콘텐츠로 재탄생할까. A씨는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장면과 작품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을 함께 고려해 선정하고 있다. 특히 숏폼을 보는 관객들이 짧은 시간 안에 흥미를 느끼고 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넘버나 안무, 무대 연출 등의 요소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도 작품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 작품이 가진 분위기와 매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숏폼 보고 극장으로…관객 선택에도 변화 생겼다

제작사가 숏폼을 새로운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접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실제 관객들 역시 숏폼을 통해 공연을 접하고 관람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웨스턴 스토리'를 숏폼 영상으로 접한 관객 B씨는 "평소 제목만 알고 내용을 모르는 공연이 많은데, 영상을 통해 극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며 "편집과 효과로 인해 더 재미있게 연출되면서 꼭 관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숏폼은 특정 배우나 작품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연극 '플리백'의 숏폼 영상을 보고 예매를 진행했다는 관객 C씨는 "관심 있던 배우가 1인극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특히 초연은 극 자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데, 영상을 통해 대략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객 D씨는 "같은 장면을 배우마다 다르게 연기한 모습을 엮은 숏폼을 보고 다른 캐스트도 궁금해져 추가 관람한 경우가 있었다"며 숏폼이 관객의 작품 탐색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숏폼은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작품을 알리고, 관람으로 이어지는 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짧은 영상으로 전달되는 이미지가 실제 공연 경험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코믹 장르의 경우 숏폼에서 강조된 재미 요소가 실제 공연 전체의 분위기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객 D씨는 "웨스턴 스토리'를 실제로 관람했을 때 영상만큼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애드리브 비율이 높은 작품 특성상 캐스팅 페어에 따라 극의 호흡과 몰입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숏폼으로 높아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난쟁이들'-'웨스턴 스토리'



◆ 조회수와 작품성 사이…숏폼 시대, 공연계의 고민

숏폼 콘텐츠가 관객의 관심을 이끄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홍보 관계자 A씨는 "가장 큰 고민은 숏폼의 화제성과 작품의 방향성을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인가"라며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품이 가진 분위기와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숏폼은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는 콘텐츠가 아니라, 관객이 작품에 관심을 갖고 예매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공연을 관람한 이후에도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숏폼 콘텐츠가 실제 관람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개 시점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관객 D씨는 "공연 이후 편집까지 해서 영상 공개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영상을 보고 예매하려 해도 이미 좋은 좌석이 빠져 있는 경우가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이 잘 알려진 대극장 작품이 아닌 대학로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코믹 요소에 그치지 않고 각 작품의 매력을 살린 숏폼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관객을 유입시킬 수 있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숏폼은 이제 뮤지컬을 알리는 새로운 창구가 됐다. 짧은 영상은 공연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관객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극장으로 이끄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몇 초의 영상이 작품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공연계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숏폼을 통해 얻은 화제성을 단순한 관심에 그치지 않고, 작품이 가진 고유한 매력과 메시지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식회사 랑, 뉴프로덕션,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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