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도 육박한 여름…폭염이 바꾸는 야외 스포츠·페스티벌 지형도[Ce:포커스]
- 입력 2026. 08.11. 05: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스포츠 경기, 축제 등 야외 행사에 비상이 걸렸다. 프로야구는 전례없는 '여름방학'에 돌입했고, 대형 록 페스티벌에는 살수차가 동원되는 등 한여름 야외 행사의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문학경기장
지난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LG전에서는 관중 2명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같은 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폭염중대경보 신설에 따라 경기 운영 기준을 세분화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될 경우, 경기 당일이라도 오후 1시 전까지 경기 취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폭염경보에는 홈 구단 의견을 반영해 최대 1시간까지 경기를 늦게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서울과 광주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면서 경기가 취소됐으나, 인천은 폭염경보 지역에 들며 경기가 진행됐다. 당시 기온은 34.7도였다.
사고 발생으로 KBO는 폭염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고, 결국 7일부터 9일까지 경기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경기는 11일 재개되나, 다음 달 6일까지 평일과 주말 모두 오후 7시(고척돔은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2시)로 경기 시간을 옮겼다. 또 3회와 7회 '쿨링 브레이크'를 신설하고 음수 시설과 그늘막 등 관람객 안전 대책도 마련했다.
프로야구 뿐만 축제·페스티벌 등 야외에서 진행되는 모든 행사가 폭염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는 사흘간 누적 관람객 15만 명 가운데 관람객 6명과 입점 업체 관계자 1명 등 7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행사 자체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영화 '오케이 마담2' 측은 지난 6일 당초 엄정화 등 배우가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꽈배기 차 이벤트를 배우 불참으로 재공지했다. 폭염 속에서 이벤트를 기다릴 관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양산시는 8일 열릴 예정이던 '2026 양산 어필(UP-HILL) 레이스'를 취소했고,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서울광장과 한양도성 일대에서 예정됐던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 등 야외 문화행사 5건을 취소했다. 명동·북촌·남대문 등 8개 지역의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운영도 중단했다.
이렇듯 폭염은 여름철 야외 행사를 대폭 축소시키고 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 53년(1973~2025년)간 우리나라 여름철(6~8월) 평균기온은 매 10년당 0.28도씩 상승했다. 특히 올해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6.8도로 평년(24.6도)보다 2.2도나 높았다.
앞으로 더 더운 여름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관객 사이에서는 매년 8월 열리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개최 시기를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은 산 중턱에서 열려 상대적으로 선선한 반면, 펜타포트는 그늘이 별로 없는 야외 공원에서 진행돼 상대적으로 더 덥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펜타포트를 찾았다는 A씨는 "입장구를 2개로 늘리고 생수를 제공하는 등 전년에 비해 운영이 좋아졌다"라면서도 "쿨존이 마련되긴 했으나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쿨존에 들어가도 시원하지 않았다. 사실 왜 8월에 열리는지는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친구를 따라 처음 펜타포트를 방문했다는 B씨는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더웠다. 쿨패치도 미지근하고, 선풍기 바람도 더웠다"라며 "해가 지면 움직이려고 했는데 여름이라 해도 길고 그늘도 없었다. 쿨존에 들어가거나 양산을 쓰고 피크닉존에 누워 있었다"라고 말했따.
펜타포트가 무더위에도 8월 개최를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해외 아티스트 섭외 때문이다. 한국 페스티벌이 헤드라이너 급 해외 아티스트를 단독으로 소화할 수 없으니, '후지록 페스티벌' 등 해외 페스티벌과 협의해 아티스트를 섭외한다. 그러니 날짜를 옮기면 자연히 섭외에 어려움이 생긴다.
현장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페스티벌 업계는 개최 시기를 바꾸기보다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펜타포트 주최 측은 의료 부스를 확대하고 의료진을 상시 배치했으며, 총 6곳의 쿨존을 마련했다. 500ml 생수와 600ml 이하의 이온음료도 무제한 반입이 허용됐다. 공연 중간중간에는 워터캐논과 살수차가 동원돼 '워터밤' '흠뻑쇼'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 그려졌다.
스폰서 부스도 폭염 대비를 위한 콘셉트에 집중하고 있다. 스탠리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서울 재즈 페스티벌' 현장 등에서 자사 뿐만 아니라 타사 텀블러를 가지고 온 관객들에게 얼음을 제공했다. 라이프 가드 복장을 입은 스탠리 직원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팩얼음을 나눠주기도 했다.
러쉬는 지난해부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 '펜타포트 페스티벌' 등에서 땀을 닦아낼 수 있는 샤워장을 선보였다. 비데와 각종 러쉬 제품이 마련된 화장실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위가 가신 밤을 테마로 축제를 기획하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중구는 지난달과 이달 도보해설 프로그램을 '정동 밤의 산책', '광희문 달빛로드', '명동스퀘어, 빛을 걷다' 등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13~14일 장충단공원에서 여는 광복절 기념 역사탐방 '장충단 야행'도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한다. 한낮 무더위를 피해 프로그램 자체를 밤 시간대로 옮기는 방식이다.
여름은 낭만이 먼저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결국 무더위 앞에 장사는 없다. 지구온난화로 여름 기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야외 행사의 지형도는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으로 보인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펜타포트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