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마침내 韓상륙…익숙한 이야기에 더한 무대만의 마법[리뷰]
입력 2026. 08.14. 17:00:50

뮤지컬 겨울왕국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마침내 '겨울왕국'이 한국 무대에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겨울왕국'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렸다.

샤롯데씨어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으로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 '겨울왕국'은 원작의 주요 장면과 음악을 무대 위에 구현하면서도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추가된 넘버와 무대 장치를 더해 또 다른 방식으로 아렌델 왕국을 그려냈다.

첫 공연을 맡은 캐스트는 '엘사' 역 정선아, '안나' 역 박진주, '크리스토프' 역 신재범, '한스' 역 황건하, '올라프' 역 정원영, '위즐튼 공작' 역 임진웅이었다. 공연장 곳곳에서는 엘사와 올라프 등 원작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한 관객들도 눈에 띄며 첫 한국 공연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

공연의 시작부터 익숙한 캐릭터와 음악이 등장하자 객석은 자연스럽게 극에 빠져들었다. '같이 눈사람 만들래?(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태어나서 처음으로(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사랑은 열린 문(Love is an Open Door)' 등 원작 팬들에게 익숙한 넘버가 라이브로 펼쳐지며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장면이 실제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박진주가 연기한 '안나'는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동시에 배우 특유의 유머 감각이 더해지며 극의 분위기를 한층 유쾌하게 만들었다. 안나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엉뚱한 매력을 능청스럽게 살려냈으며, 코믹한 장면에서는 표정과 움직임만으로도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특히 성인이 된 안나가 머리가 엉망진창인 채로 침대에서 늦잠을 자다 허둥지둥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등장과 동시에 큰 웃음을 만들어내며 관객을 단숨에 극에 몰입시켰다. 단순한 코믹 연기를 넘어 안나라는 캐릭터의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한 장면에 압축해 보여준 순간이었다.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한 '렛 잇 고(Let It Go)'는 이날 공연의 가장 강렬한 순간 중 하나였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대중적인 곡인 만큼 엘사 역 배우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넘버지만, 정선아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곡을 완성했다. 특히 안나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엘사만의 카리스마를 또렷하게 드러내며, 우아하고 꼿꼿하면서도 당당한 존재감을 무대 위에 세웠다. 얼음처럼 차갑지만 그 안에 단단한 의지를 품은 엘사의 성격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언니로서의 책임감과 내면의 고독까지 함께 담아내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완성했다.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며 얼음 궁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무대 장치와 특수효과가 더해져 시각적인 볼거리를 극대화했다. 장갑과 망토가 날아가고 의상이 순식간에 변화하는 장면은 마치 마법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1막의 엔딩으로서 강한 임팩트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겨울왕국'의 또 다른 볼거리는 퍼펫을 활용한 캐릭터 구현이다. 스벤과 올라프는 배우가 직접 움직이는 퍼펫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특히 올라프의 경우 퍼펫과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표정을 동시에 바라보게 되는 독특한 구조다. 처음에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다.

올라프 특유의 재치와 유머,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매력 역시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났다. 객석 곳곳에서는 올라프의 행동과 대사에 웃음이 터져 나왔고,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가 한층 유쾌해졌다.

의상 역시 원작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옮겼다.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한 스칸디나비아 문화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여정과 감정을 표현했고,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하게 봤던 의상들을 무대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배우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객이 캐릭터와 공연의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엘사의 마법과 인물들이 얼어붙는 순간 등 원작의 주요 판타지 장면을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엿보였다. 특히 얼음과 눈을 활용한 장면들은 공연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려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겨울왕국'이라는 작품 자체가 가진 높은 인지도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관객 대부분이 이미 애니메이션을 통해 스토리와 음악, 캐릭터를 익숙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과 비교하며 무대화를 바라보게 되는 만큼 작은 차이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반대로 익숙한 장면이 실제 배우와 무대 장치, 라이브 음악을 통해 어떻게 재탄생했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뮤지컬 '겨울왕국'만의 또 다른 재미다.

2막은 1막의 화려한 볼거리와 강한 에너지에 비해 비교적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영화 속 트롤에 해당하는 존재들이 무대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면서 1막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다만 앞선 장면들의 속도감과 화려함에 익숙해진 관객에게는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간이다. 얼음 기둥을 비롯한 일부 무대 전환에서도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다소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크게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겨울왕국'이 한국 관객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라이브'에 있다. '렛 잇 고'를 비롯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은 열린 문' 등 원작의 명곡을 배우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거대한 얼음의 세계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은 애니메이션과 분명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여기에 뮤지컬을 위해 추가된 새로운 넘버까지 더해지면서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도 새로운 관람 포인트를 제공한다.

전 세계 프로덕션을 이끈 크리에이터와 '라이온 킹', '알라딘' 등을 제작한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음악, 안무, 특수효과 등 공연 전반에서 대형 뮤지컬의 규모도 확인할 수 있다. 익숙한 이야기를 무대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브 공연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아렌델의 세계를 확장한 셈이다. 무엇보다 한국 최초의 '엘사'와 '안나'를 비롯한 배우들이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면서 원작의 익숙한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배우들의 라이브 연기와 무대 퍼포먼스가 더해지며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까지 만들어냈다.

러닝타임은 약 135분으로 대형 뮤지컬과 비교하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압축된 구성 덕분에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은 적지만, '겨울왕국'의 세계를 조금 더 오래 만나고 싶었던 관객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겨울왕국'은 오는 2027년 3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 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연장 공연을 이어간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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