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팔은 ‘친일의 대가’…하영 증조부 논란 속 친일재산 환수 부활 [셀럽이슈]
입력 2026. 08.16. 13:05:27

하영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논란이 연예계를 넘어 ‘친일재산 환수’ 문제로까지 번졌다. 공교롭게도 논란이 뜨거워진 시점, 2010년 활동을 종료했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16년 만의 부활을 앞두면서 친일 행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기 위한 관련 특별법이 오는 12월 시행된다. 이에 따라 2010년 해산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도 다시 출범해 친일재산 조사와 환수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1기 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 지 16년 만이다. 2006년 출범한 1기 위원회는 약 4년간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이 보유한 토지 2475필지에 대해 국가 귀속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국가에 귀속·환수된 재산의 시가는 약 2373억원에 달했다.

이번에는 환수망도 한층 촘촘해진다.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 이미 처분한 경우에도 그 대가를 추적해 환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친일재산을 찾아 신고하는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설립준비단을 꾸리고 2기 조사위원회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단은 관련 법규와 직제 마련을 비롯해 예산 편성, 사무실 확보, 조사계획 수립 등을 담당한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 인력도 참여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제81주년 광복절인 지난 15일 2기 조사위원회가 출범할 경우 최소 325억원 이상의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장관은 “환수된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겠다”라며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은 사람은 존중받고, 나라를 팔아 부와 명예를 쌓은 자가 부당하게 얻은 몫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친일재산 환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부당 축적했던 재산을 조사·환수하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에 귀속된 친일재산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16년 만에 재가동되는 친일재산 환수 제도가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 연예계에서 불거진 하영의 가족사 논란도 맞물렸다.

하영은 최근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부가 한양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고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며 자신의 집안을 ‘4대째 의사 집안’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후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안상호가 1916년 대정실업친목회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일제강점기 친일 단체에서 활동한 기록이 알려지면서 하영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하영은 결국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논란은 자연스럽게 ‘후손의 책임’에서 ‘친일재산의 환수 가능성’으로까지 옮겨 붙었다. JTBC ‘사건반장’에서도 안상호의 재산이 향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짚었다.

다만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과 실제 친일재산 환수는 별개의 법적 문제다. 재산 환수가 이뤄지려면 법률상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되는 것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취득한 구체적인 재산의 존재, 해당 재산과 친일 행위 사이의 연관성, 후손에게 이어진 과정 등이 확인돼야 한다.

최형진 시사평론가 역시 방송을 통해 이러한 조건들을 언급하며 오는 12월 부활하는 조사위원회가 안상호를 새 조사 대상으로 삼을지와 그의 재산 형성 과정을 들여다볼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현재로서는 안상호 또는 하영 일가의 재산이 실제 조사·환수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영을 둘러싼 논란이 친일재산 환수 제도를 부활시킨 것은 아니다. 관련 법안과 조사위원회 재출범은 논란 이전부터 추진돼왔다. 그러나 한 배우의 가족사를 둘러싸고 시작된 논쟁이 친일 행위의 역사적 평가를 넘어 후손에게 남겨진 재산과 국가의 환수 문제까지 환기시킨 가운데 공교롭게도 16년 만의 조사위원회 재출범 시점과 맞물리게 됐다.

과거의 친일 행위를 오늘날 후손에게 그대로 책임지울 수 있느냐는 문제와 친일 행위로 부당하게 형성된 재산을 국가가 되찾는 문제는 구분돼야 한다. 16년 만에 다시 가동될 조사위원회가 그 경계를 어떻게 가려내고 실질적인 환수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처,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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