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효진 "'경주기행' 엎어지면 아까운 대본, 흥행작으로 남기를"[인터뷰]
- 입력 2026. 08.20.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엎어지면 너무 아까운 대본이었어요."
공효진
배우 공효진이 영화 '경주기행'을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출연을 한 차례 고사했지만 작품이 계속 마음에 남았고, 결국 다시 찾아온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에는 공효진이 "마음이 통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배우들과 감독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공효진은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경주기행'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공효진은 엄마 옥실(이정은)의 뜻을 따르며 가족을 통솔하는 첫째 딸 장주 역을 맡았다.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효진에게 '경주기행'은 시작부터 순탄했던 작품은 아니었다. 당초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일정 문제로 고사했다. 이정은의 캐스팅이 먼저 결정된 상황에서 두 사람의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웠던 것.
"엄마(이정은)가 캐스팅되어 있던 상태였어요. 도저히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고사했어요."
그런데도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공효진은 이후에도 계속 캐스팅 상황을 물어봤다고 했다.
"매니저한테 '그거 누가 캐스팅됐냐'고 두 달 되고 또 물어보고 그랬어요. 엎어지면 너무 아까운 대본이어서요. 제가 고사한 이후에 박소담, 이연 등 동생들이 캐스팅된 것 같더라고요."
그러던 중 다시 한번 출연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락이 왔다. 공효진은 "다시 오다니 싶었다. 한번 더 생각해보자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무엇보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남은 잔상이 컸다.
"이 대본이 마음속에 잔상이 깊은 대본이었어요. 기분이 묘했죠."
그렇게 합류한 '경주기행'은 촬영을 마친 뒤에도 공효진에게 유독 애정이 깊은 작품으로 남았다. 그 이유를 묻자 가장 먼저 나온 답은 '앙상블'이었다.
"그 어떤 칭찬보다 즐거운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화면을 뚫고 나온 것 같아요. 저희의 관계성이."
공효진, 이정은, 박소담, 이연. 서로 다른 연령대와 개성을 가진 배우들이 한 가족으로 묶였다. 공효진은 오히려 그 조합 자체가 작품의 힘이 됐다고 봤다.
"20대, 30대, 40대, 50대가 있었어요. 이런 조합이 이렇게 되나 싶었어요. 그래서 사이가 안 좋을 수가 없었죠. 싸울 수 없는 나이대 아니냐고요(웃음)."
촬영 기간 동안 네 배우가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관계도 깊어졌다. 작품 외적인 이야기도 많았다. 특히 경주에서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동생들이 서치력이 좋아요. 매일 '뭐 먹자' 이야기하고, 경주 맛집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공효진이 연기한 장주는 엄마의 복수 계획을 군말 없이 따르는 충직한 첫째 딸이다. 공효진은 장주를 단순한 'K-장녀'가 아니라 엄마를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는 인물로 접근했다.
"저는 딸들 편이 아니라 엄마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공효진은 장주를 가족 안에서 일종의 '사령탑'으로 설정했다. 동생들이 불안해할 때마다 말을 막고, 가족 안에서 금기시되는 대화를 관리하는 인물이다.
"'말도 하지 마', '그런 얘기도 하지 마' 하면서 가족들 사이의 금기를 언니가 사령탑처럼 보고 있는 거죠. 엄마를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고, 엄마가 하자고 하면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면서도 장주에게 엄마는 사랑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존재였다.
"엄마를 계속 챙기고 부축하고, 엄마에 대한 과한 애정이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엄마에게서 느껴지는 포스가 있잖아요. (장주가) 엄마를 무서워하는 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 눈치를 보는 겁 많은 딸이라고 상상하면서 연기했죠."
장주가 엄마를 닮은 인물이라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남편과 딸이 등장하면서 장주에게 변화가 찾아온다고 봤다.
"남편이 아이와 등장하면서부터 각성을 해요. 엄마 말 잘 듣고 동생 통솔하던 사람이 가족이 오면서 '내가 지켜야 할 딸과 남편이 있다'고 각성하는 거죠."
실제 자신과 장주의 닮은 점을 묻자 공효진은 망설임 없이 "K-장녀"라고 답했다.
"저 역시 장녀예요. 동생 맡겨놓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고. 장녀의 특징을 잘 알아요. 책임감도 많아야 하고, 잘해야 하고,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엄마 아빠의 기대도 크죠."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다시 만난 이정은과의 호흡 이야기가 나오자 공효진의 표정도 한층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전작에서 가슴 절절한 모녀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복수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끈끈한 모녀가 됐다. 공효진은 이정은을 두고 "늘 편안하다"고 했다.
"힘을 들여서 긴장하게 만들지도 않아요. 선배로서 점잖음을 노력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고 인간미가 넘쳐요. 위트 있고 진짜 재밌어요. 제일 잘 통하는 분이에요."
이어 "모든 고민을 다 이야기할 수 있고 다 소화해서 들어줄 수 있는 분"이라며 "멘토가 가능하신 선배님이시다. 친구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정은뿐만 아니라 박소담, 이연과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눴다. 공효진은 이번 현장에서 배우들이 모두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답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모든 배우가 그랬어요.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죠. 연기할 때 온전히 작품에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모두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요."
특히 세대가 서로 달랐던 점이 오히려 장점이었다고 했다.
"비슷한 또래가 아니라서 더 좋았어요. 서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저한테도 선배님이 계시고, 서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네 모녀의 복수 대상인 백상현 역의 변요한에 대해서는 "완벽해졌다"는 표현을 썼다.
"여자 넷과 상대를 해야 하는데 그만큼 위압감과 장악력이 확실한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변요한이 됐다고 했을 때 진짜 완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요한의 고생도 기억했다. 극 중 계속 맞고, 얼굴을 망가뜨리는 분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닐에 묶이고 계속 맞고, 잘생긴 얼굴을 망가뜨린다고 힘들다고 했어요. 때 묻히고 머리도 가발 씌우고. 엄청 고생했죠."
그러면서도 웃으며 덧붙였다.
"진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웃긴 사람이에요. 제 스타일이었어요. 유머 코드도 잘 맞았고요. 나중에 멜로하자고 하더라고요. '꼭 하자'고 했어요."
김미조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공효진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감독의 성별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오히려 대본에서 느껴진 건 대범하고 강한 이야기의 힘이었다.
"감독님 성별을 모르고 읽었어요. 앞에 봤더니 '김미조, 여자 감독인가?' 싶었죠. 글에서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대범하고 용감하고 강한 느낌이었어요. 화끈한 이야기였어요."
공효진은 현장에서 김미조 감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만 바라보기보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함께 고민했다.
"감독님이 뚜렷하게 잘 알고 계셨어요. 영화의 흐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완성된 영화를 본 공효진이 특히 애틋하게 바라본 장면도 있다. 과거의 아버지 장면이다.
"과거 신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아빠 죽는 신이 정말 슬펐어요. 꿈도 슬프고. 과거 신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울 것 같아요."
다만 배우로 촬영할 때와 관객으로 영화를 볼 때의 감정은 달랐다. 이미 영화의 제작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관객처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는 것.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는 다른 걸 예리하게 보느라 감성을 따라가지는 못했어요. '안 본 눈 삽니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몰랐으면 이 영화를 얼마나 재밌게 봤을까 싶었어요."
그렇다면 공효진이 생각하는 '경주기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사건, 네 배우의 앙상블, 그리고 경주라는 공간이다.
"극악무도한 소식을 들었을 때 한 번쯤 상상해보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다룬다는 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당연히 앙상블이에요. 그리고 경주라는 곳을 다시 한번 조명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죠."
여기에 시작과 끝이 전혀 다른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작과 끝이 너무 다른 영화일 것 같아요. 시작의 느낌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급변하는 게 있어요. 그 흐름이 극적이고 재밌어요. 다른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유부녀 킬러'가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가운데 영화 개봉까지 앞둔 소감도 물었다. 공효진은 "꿈 같은 시간들"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예전에는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기쁘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기쁠 때 만끽하려고요. 100만, 1000만 이런 숫자보다 가장 기쁜 순간을 기쁘게 생각하려고 해요. 기분이 정말 좋아요."
'경주기행' 역시 흥행작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은 분명했다.
"흥행작으로 남길 바라요.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구체적인 숫자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대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작품을 바랐다.
"숫자적인 기대는 안 하고 있어요. 누구나 좋아하는 작품,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있죠."
공효진에게 '경주기행'은 촬영을 마친 뒤에도 아쉬움보다 만족감이 크게 남은 작품이다. 배우들과의 관계, 감독과의 소통, 완성된 영화까지 모든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찍으면서 아쉬울 때가 있는데 그런 게 없었어요. 이 작품은 감독님이 모든 걸 다 마무리했을 때도 그렇고, 완성도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듯한 이야기에 공효진은 "마음이 통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꺼냈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영화 안에 모두 담겼다는 것. 공효진에게 '경주기행'은 단순히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가 아니라, 배우와 감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완성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한편,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