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8일 개정 공연법 시행…암표 근절 잔혹사 끝날까[Ce:포커스]
- 입력 2026. 08.23. 05: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암표를 둘러싼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한편, 온라인에서는 정가보다 수배 높은 가격에 티켓이 거래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부터 암표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 공연법이 시행되면서 공연 티켓 거래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인기 공연을 둘러싼 암표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 실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SNS 등에서는 인기 가수의 콘서트부터 야외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공연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공식 예매에서 매진된 공연의 경우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붙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단순히 티켓 한두 장을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다량의 티켓을 확보해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전문 암표상까지 등장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프로야구 암표 매매 신고 건수는 4만1239건에 달했으며,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164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실제 암표상 적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적발된 사례를 보면 스포츠 분야에서 암표상 11명이 총 670장의 입장권을 판매해 약 3684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공연 분야에서도 4명이 총 40장의 입장권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본인 인증·추첨제까지… 암표 잡으려다 실관람객만 번거로운 현실
실제 공연 현장에서는 암표를 막기 위해 여러 자율적 절차를 시행해왔다. 이미 다수의 기획사들은 인기 아이돌 콘서트 등을 중심으로 국내 팬클럽 선예매, 본인 확인 인증, 추첨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예매 단계에서부터 티켓을 실관람객에게 배분하고, 매크로나 대량 구매를 통한 암표 확보를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같은 장치가 암표상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려는 일반 팬들에게도 불편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추첨에 당첨돼야 예매 기회가 주어지는 데다, 티켓을 구매한 뒤 개인 사정으로 관람이 어려워지더라도 정가로 양도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아이돌 팬 A씨는 "콘서트 입장 절차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며 "암표 근절을 위한 절차라는 것은 알지만, 팬들만 번거로워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팬들 역시 암표 근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일반 관객까지 암표상과 같은 선상에서 통제하는 방식에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 8월 28일 암표 처벌 강화법 시행…뭐가 다를까
이처럼 자체적인 절차만으로는 관객들의 피로감만 쌓이자, 정부가 직접 칼을 빼들었다. 오는 28일부터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개정 공연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부정 구매를 규제한다는 것이다. 상습·영업 목적으로 웃돈을 붙여 티켓을 판매하거나 알선하는 행위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개정안은 암표 행위를 '부정 구매'와 '부정 판매'로 명확히 구분했다. '부정 구매'는 최초 판매자가 정한 공정한 구입 과정을 우회 또는 방해해 재판매를 목적으로 최초 판매자로부터 입장권 등을 구매하는 행위, '부정 판매'는 동의를 받지 아니한 자가 상습 또는 영업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은 금액으로 입장권 등을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로 인해 관람 목적으로 정상 예매했더라도 정가보다 비싸게 되팔면 경우에 따라 부정 판매로 여겨질 수 있다.
처벌 수위도 강화된다. 개정법에 따르면 위반 행위에 대해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부당이익 몰수·추징과 신고포상금 제도도 함께 도입된다. 그동안 매크로 이용 여부 등 '기술적 행위'에 매몰됐던 단속 기준을 '구매 목적과 판매 행위의 상습성'이라는 실질적 법리로 확대한 셈이다.
◆ '일회성 양도'와 '암표' 애매한 경계선…또 다른 사각지대 우려
그렇다면 개정 공연법은 정상적인 티켓 양도와 암표를 어디까지 구분할 수 있을까. 법은 모든 티켓 재판매를 금지하는 대신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부정 구매와 상습·영업 목적의 부정 판매를 규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실제 거래 과정에서 개인의 일회성 양도와 반복적인 영리 목적의 거래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같은 모호함은 티켓 재판매 플랫폼의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2차 티켓 거래 플랫폼인 티켓베이는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서비스가 유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정법이 티켓의 재판매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구매와 상습·영업적인 부정 판매를 규제하는 만큼 플랫폼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 2차 거래를 규제하면서도 정상적인 재판매의 여지를 남겨둔 만큼, 그 경계를 실제 거래 현장에서 어떻게 가려낼지가 개정법의 또 다른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법 시행에 대해 "기존 법안이 매크로 이용 여부에만 매몰돼 한계가 있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구매 목적과 상습성'이라는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최대 50배 과징금 등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진 만큼, 개인 간 일회성 거래와 상습 부정 판매를 가르는 초기 판례나 명확한 지침이 신속히 정립되어야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규제가 공연·스포츠계의 오랜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어낼지, 법 시행 이후 티켓 시장의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