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팔하게 88세까지”…빅뱅, 20년을 터뜨린 고양의 밤 [종합]
- 입력 2026. 08.23. 21:23:2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년이라는 숫자는 무대 위 빅뱅에게 훈장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었다.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부터 ‘거짓말’, ‘하루하루’, ‘뱅뱅뱅’을 지나 4년 4개월 만의 신곡 ‘빅(BiiiG)’까지. 빅뱅은 지난 20년을 추억하는데 머물지 않고 여전히 관객을 뛰게 하고, 노래하게 하고, 열광하게 만드는 팀이라는 사실을 무대로 증명했다. 8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린 빅뱅의 단독 공연에서 고양종합운동장은 거대한 노래방이자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빅뱅
23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빅뱅 2026-2027 월드투어 < XX : 코스모스 > 인 고양(BIGBANG 2026-2027 < XX : COSMOS > IN GOYANG)’이 개최됐다.
2006년 8월 19일 ‘YG 패밀리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빅뱅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V.I.P(팬덤명)와 다시 마주한 이번 공연은 빅뱅이 지나온 시간을 압축하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멤버들은 세트리스트부터 무대 디자인, 전체 연출 등 공연 제작 전반에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색깔을 짙게 입혔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판타스틱 베이비’가 울려 퍼지자 객석을 가득 메운 ‘뱅봉’이 일제히 움직였고, 관객들의 ‘떼창’이 주경기장을 뒤덮었다. ‘핸즈 업(HANDS UP)’을 거쳐 ‘투나잇(TONIGHT)’에서는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공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첫 인사부터 빅뱅다운 유쾌함도 터졌다. 지드래곤이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냈냐”라고 묻자 대성은 “나 고양에서 인사할고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태양 역시 “오늘이 마지막 고양인고양”이라며 “여러분들 오늘 정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즐겨주셨으면 한다”라고 관객을 독려했다.
초반부는 빅뱅의 음악이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 온 이유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블루(BLUE)’, ‘루저(LOSER)’, ‘이프 유(IF YOU)’, ‘배드 보이(BAD BOY)’가 연달아 이어지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배배(BAE BAE)’에서는 ‘찹쌀떡’이라는 가사가 나올 때마다 객석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이어진 ‘하루하루’와 ‘거짓말’은 20년이라는 세월을 단숨에 되돌렸다.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떼창이 이어졌고, 빅뱅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히트곡의 힘을 몸소 보여줬다. ‘라라라(LA LA LA)’, ‘에라 모르겠다’, ‘스틸 어라이브(STILL ALIVE)’의 후렴구를 활용한 밴드 사운드까지 더해지며 공연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빅뱅 역시 20년 만에 다시 마주한 풍경에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지드래곤은 “빅뱅 20주년 기념 월드투어, 2006년부터 시작돼 2026년에 와있다. ‘코스모스’에 오신 여러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대성은 “20년 큰 대 소리 성으로 인사드리고 있는, 노래하는 대성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태양은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 새로운 무대로 만나게 돼 너무 반갑다”라며 고양 공연 마지막 날의 열기를 확인했다.
이에 지드래곤은 관객의 반응을 두고 “뜨뜻. 미지근은 아니다”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태양은 “더 뜨거워질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더 많이 여러분들이 뜨거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고양 스타디움의 문이 10시가 되면 모든 전원을 끈다고 하더라. 하지만 오늘은 여러분들의 반응에 따라. 원래보다 30분이 더 늘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하는 형식상 마지막 콘서트이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예정이다”라고 예고했다.
중반부부터는 세 멤버의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솔로 무대가 펼쳐졌다. 첫 주자는 대성이었다. ‘유니버스(Universe)’를 시작으로 ‘날개’, ‘한도초과’, ‘날 봐, 귀순’까지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흥을 앞세워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대성은 “혹시 모르는 상황까지 다 대비했는데 무대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3일 내내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라며 “오늘도 적당한 날씨에 열기도 느끼고, 적당히 바람도 솔솔 불면서 공연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코스모스’ 솔로 무대를 처음 열게 됐다. ‘유니버스’는 한국에서 처음 낸 곡이다”라며 “공연이 한 지 1시간 정도 됐는데 체력을 25% 정도 썼냐. 여러분의 놀고 싶어 하는 기대, 마음이 다 보인다. 더 노래하고 싶고, 춤추고 싶은 마음이 이미 한도초과다”라고 외쳤다. 그 말 그대로 ‘한도초과’부터 공연장의 분위기는 또 한 번 치솟았다.
바통은 태양이 이어받았다. ‘배드(BAD)’와 ‘링가 링가(RINGA RINGA)’, ‘리브 패스트 다이 슬로우(LIVE FAST DIE SLOW)’로 무대를 채웠다. 이어 등장한 지드래곤은 ‘파워(POWER)’, ‘크레용(Crayon)’, ‘삐딱하게’를 연달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세 사람의 솔로 무대가 끝나자 공연은 다시 빅뱅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합쳐졌다. ‘뱅뱅뱅(BANG BANG BANG)’을 시작으로 ‘스투피드 라이어(STUPID LIAR)’, ‘맨정신’,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공연 초반부터 쌓인 열기는 후반부에 접어들었음에도 오히려 더욱 뜨거워졌다.
멤버들은 20주년을 맞아 셋이 함께한 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대성이 “저희가 20주년 기념으로 짧고 굵게 어제부로 ‘핑계고’라는 콘텐츠로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에 활동을 오랜만에 셋이서 뭉쳤는데 어땠냐”라고 묻자 태양은 “저희가 나온 채널들을 다 봤냐. 재밌지 않았냐. 찍으면서도 ‘우리도 이렇게 즐거운데 보시는 팬 여러분들은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지드래곤은 이번 활동을 두고 “저희가 솔직히 지금까지 모든 집대성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빅’ 한 곡으로 20주년 활동을 끝내기에는 멤버들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대성이 “활동을 하면서 이 곡으로 20주년 활동을 마무리 짓기엔 아쉽지 않냐 하는 의견들이 있다”라고 운을 떼자 태양은 “‘빅’이라는 한 곡으로 끝내기엔 너무. 이 곡으로 끝내기엔 ‘엑스 스몰’이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특히 대성은 “저희가 얼마 만에 활동이냐. 4년 4개월 만에 신곡을 내고, 8년 8개월 만에 공연을 하게 된 것도 신기하다”라고 감회를 드러냈다.
태양은 “8년 8개월 만에 저희가 다시 공연을 하게 됐다. 이대로라면 저희가 팔팔하게 88세까지 공연을 할 수 있을까”라며 “여러분들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20년이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웃음 섞인 말이었지만 이날 공연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20년을 함께한 빅뱅과 팬들에게 이번 무대는 과거를 회상하는 자리가 아닌 앞으로 함께할 시간을 기약하는 자리였다.
그 중심에는 20주년 신곡 ‘빅’이 있었다. 약 4년 4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 무대가 이날 공연에서 최초 공개됐다. 지드래곤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신곡은 빅뱅이 걸어온 20년과 현재의 팀 컬러를 집약한 곡. 지드래곤의 날카로운 래핑, 태양의 그루비한 보컬, 대성의 힘 있는 목소리가 맞물리며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빅뱅의 색을 다시 한 번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어 ‘홈 스윗 홈(HOME SWEET HOME)’까지 펼쳐지며 본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의 스케일 역시 ‘20주년’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았다. 밴드는 어셔, 포스트 말론, 리한나 등과 호흡을 맞춘 와우 존스를 중심으로 최정상급 세션이 합류해 전곡을 라이브로 연주했다. ‘2025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연출한 마이크 카슨과 ‘2012 런던 올림픽 폐막식’ 무대 디자인을 맡은 에스 데블린도 힘을 보탰다.
특히 다중 모터 토크 동기화 기술을 접목한 23톤 규모 이동형 LED는 곡에 따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광활한 ‘코스모스’ 세계관을 시각화했다. 여기에 불꽃과 조명, 밴드 사운드가 더해져 대형 스타디움이라는 공간을 빈틈없이 채웠다.
앙코르에서도 빅뱅과 팬들의 호흡은 계속됐다. ‘천국’에서는 전광판에 함께 노래를 부르자는 메시지가 등장했고, 팬들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붉은 노을’, ‘마지막 인사’, ‘필링(FEELING)’, ‘꽃 길’을 거쳐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이어지며 2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긴 여정이 마무리됐다.
빅뱅의 20년에는 수많은 계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고양에서 확인한 것은 지나간 시간보다 지금도 이들의 노래에 반응하는 수많은 목소리였다. 2006년에 시작된 노래를 2026년의 관객이 함께 부르고, 20년차 빅뱅은 그 함성 위에서 다시 새로운 노래를 시작했다.
“팔팔하게 88세까지 공연을 할 수 있을까.”
태양의 농담처럼 빅뱅의 ‘코스모스’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이날 고양의 밤만큼은 분명했다. 20년이 흘렀지만 빅뱅의 무대는 여전히 ‘현재형’이었다.
빅뱅은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오세아니아·아시아 등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총 33회에 걸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추가 개최 지역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