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오디세이'가 만든 흐름…올 상반기 덮친 '스크린셀러' 열풍[Ce:포커스]
입력 2026. 08.24. 05:00:00

오디세이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2026년 상반기 극장가가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출판·서점 업계에도 그 활기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지난 5일 개봉 이후 이후 18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주지 않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봉 17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관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극장가를 강타한 흥행 열기는 고스란히 서점가로 옮겨붙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목에 '오디세이' 또는 '오디세이아'가 포함된 도서의 7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5.5% 증가했다. 4월 87.5%, 5월 194.0%, 6월 291.7%로 꾸준히 상승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전자책 시장에서도 원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밀리의서재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앱 내 '오디세이' 검색량은 개봉 전 일평균 대비 3.3배 늘었고, 원작 '오디세이아' 서재담기는 4.7배나 증가했다.

'오디세이'가 불러 일으킨 그리스 로마 신화 열풍은 이른바 '스크린셀러'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크린셀러'는 영화나 드라마 흥행이 원작 도서 판매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서점가에서 이러한 현상이 유독 두드러진다는 평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6 상반기 판매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영상 콘텐츠 연계 효과가 베스트셀러 형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종합 판매 1위에 오른 앤디 위어의 SF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영화 개봉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예다.

박민규의 2009년작 원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공개 이후 교보문고에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12배 늘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스크린셀러' 효과가 신작보다 고전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고전의 경우 저작권이 만료돼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완역본과 각종 해설서, 만화 등 판본이 다양하다는 점과 관련 도서들로 서사가 확장된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교보문고가 21일 발표한 8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현대지성이 펴낸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은 전주보다 세 계단 상승해 종합 5위에 올랐으며, 을유문화사의 '오뒷세이아'는 51계단 오르며 종합 15위를 기록했다.

원작이 낯선 역사·신화적 배경을 깔고 있을 경우, 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주변 도서로까지 관심이 번지는 경향 역시 뚜렷하다. 영화 '오디세이'의 배경이 되는 호메로스의 또 다른 서사시 '일리아스'와 '그리스 로마 신화' 전반으로 퍼졌다. 특히 2000년대 학습만화로 널리 읽힌 가나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도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홍은영 작가가 그림을 그린 구판 전권은 중고 시장에서 10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해 2월 개봉해 역대 흥행 3위에 등극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도 유사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 예스24의 분석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한 달간 단종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2565.4%라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또한 '왕과 사는 남자'는 각본집으로도 큰 인기를 끌며 2차 효과까지 잡았다.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은 예약 판매 개시 3일 만에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예판 수량만으로 4쇄 인쇄를 기록하며 출판계에서도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낸 바 있다.


이제 '스크린셀러'의 흐름은 도서 판매량 증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극장업계도 원작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을 포착해 마케팅에 적용하고 있다.

CGV는 올 들어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이달 10일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원작 고전을 읽을 수 있는 북클럽을 진행했다.

이러한 독서 연계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후기에는 참가자들은 "극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간단한 다과와 특별관의 편안한 좌석, 영화 및 도서 콘셉트에 어울리는 음향 효과 등으로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등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도서 판매에서 시작된 흐름이 극장 마케팅의 한 축으로까지 자리잡으면서, '스크린셀러'는 일회성 유행을 넘어 콘텐츠와 출판, 극장이 윈윈(WIN-WIN)하는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오디세이'), 쇼박스('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소니픽쳐스('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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