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원 "'비광'은 삶이 느껴지는 영화…배우로서 계속 확장하고파"[인터뷰]
- 입력 2026. 08.26. 15:50:09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배우 하지원에게 영화 '비광'은 단순히 한 편의 작품으로 남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오게 된 영화인 동시에, 배우 하지원과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 작품이었다. 하지원은 남미를 만나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과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감행한 변화,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유를 털어놨다.
하지원
하지원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 인터뷰에서 "너무나 기다렸던 개봉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비광'은 톱스타 부부였던 중구(류승룡)와 남미(하지원)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가족 이야기다. 영화 '미쓰백'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 이지원 감독의 신작이다.
하지원은 완성된 영화를 최근 처음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봤다고 했다.
그는 "촬영하고 난 후 후시도 하면서 보긴 봤지만 감독님이 끝까지 완성한 영화는 어제 봤다"며 "예전에 찍었고 시간이 지난 뒤 영화를 마주하다 보니까 남미의 입장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적으로 해석하게 되더라.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제 영화인데도 즐기면서 봤다"고 말했다.
'비광'은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이 약 1년 미뤄졌다. 하지원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자 캐릭터를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감독님도 저도 '비광'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어요. 개봉이 늦어지면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선택한 작품이라면 '고'라는 생각이었고, 믿음으로 기다렸죠."
특히 하지원은 '비광'을 준비하던 당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털어놨다.
"'비광'을 들어가기 전에 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기였어요. 나라는 사람과 배우를 하고 있는 나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죠. 무대 위에서 살 때의 하지원이 아니라 세상의 나,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만난 인물이 바로 남미였다. 남미 역시 배우로 살아가며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고민과 상처를 품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원은 "남미도 세상에 대한 상처와 고민이 있었다"며 "동주와의 관계성이나 힘든 상황, 남미의 상처와 배경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주는 남미와 너무 닮아 있는 인물이다. 남미 역시 어렸을 때 엄마에게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고 배우가 됐다"며 "그래서 동주를 거둘 수도, 버릴 수도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아픔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8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며 남미의 추락을 보여준다. 한때 톱스타였던 남미는 삶을 적극적으로 회복하려 하기보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원은 "남미는 삶에 놓여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버티고 견디다가 그렇게 놓여진 것 같다"며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까지 놓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게 남미가 여배우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사회가 나를 받아주지 않을 때, 내가 사회 안에서 의지가 없어진다면 살아가는 게 쉽지 않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남미를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남미를 완성하는 과정은 치열했다. 하지원은 의상, 헤어, 메이크업은 물론 말투와 대사 톤, 호흡까지 이지원 감독과 오랜 시간 논의했다고 밝혔다.
"프리 단계에서 정말 오랜 시간 하나하나 완성해갔어요. 한 신을 몇 시간씩 이야기하고, 며칠을 이야기한 적도 있었죠. 준비 기간이 길었던 게 남미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현장에서는 오히려 남미처럼 삶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더 느끼면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죠."
특히 톱스타 시절과 추락 이후의 극명한 대비를 위해 외적인 변화도 감행했다.
하지원은 "톱스타일 때는 말투도 더 거칠게 하고 화려하고 강한 느낌을 줬다. 골드 드레스도 입었다"며 "추락한 뒤에는 머리도 탈색해서 더 상하게 만들고 피부 관리도 하지 않았다. 8년 전에는 건강한 느낌이었다면 8년 후에는 생활감이 느껴지고 삶에 조금 더 놓인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체중 감량도 있었다. 그는 "감독님이 2주 정도 시간을 주셨다"며 "살을 조금 더 빼려고 했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했다. 2주 동안 그냥 굶었다. 처음 해봤다"고 밝혔다.
감정 연기 역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하지원은 "촬영 전에 프리 단계에서 감독님과 무드를 다 조정했다"며 "대본을 정말 많이 보고, 대사를 해보고, 대사 톤도 연구했다. 현장에서는 마음껏 자유롭게 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욕설 연기도 하지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감독에게 20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하지원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100점"이라고 말했다.
"욕은 발음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욕을 1~2년 한 사람과 10년 넘게 한 사람은 다르잖아요. 저는 진정성 있게 뱉으려고 했어요. 집에서도 엄청 연습했어요. 녹음해서 들어보고, 테라스에 나가서 나무들에게 욕도 많이 했죠. 화내는 것도 연습하고 욕도 하면서 준비했어요."
하지원은 '비광'을 통해 기존 작품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경험했다고 했다. 강하고 판타지적인 캐릭터가 아닌,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물이라는 점에 끌렸다는 설명이다.
"변신에 대한 갈증 때문에 선택했다기보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남미를 비롯한 가족들의 캐릭터가 생생했어요. 끈적하고 삶이 느껴졌어요.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류승룡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남다른 신뢰와 고마움을 드러냈다.
"오빠가 평소에는 정말 재밌고 아재 개그도 많이 하는데 촬영할 때는 안 하셨어요. 저보다 먼저 캐스팅돼 있었는데 꼭 같이 해보고 싶었던 분이에요. 역할 자체가 복잡미묘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관계인데, 현장에서 그 무드를 만들어주셨어요."
이어 "제가 뭘 하려고 하기보다 너무 잘 받아주셔서 많이 같이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며 "그런데 요즘은 촬영장 밖에서 개그를 더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숨을 못 쉴 정도로 웃기시고 애교도 정말 많으시다"고 웃었다.
김해숙, 김선영 등 가족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김선영 언니와 함께하는 게 너무 하고 싶었고 영광이었어요. 김해숙 선배님도 너무 영광이었죠. 가족들과 함께 촬영한 선배님들 모두 너무 좋았어요. 생활감 있고 삶이 느껴지는 연기를 많이 배웠어요. 가족들과 너무 짧게 만나서 아쉬웠고, 이런 장르의 영화를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하지원은 최근 유튜브 콘텐츠 '26학번 지원이'를 통해 20대들과 소통하고, 음악방송에서 '홈런' 무대에 올라 춤까지 선보이는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에 관심을 갖는 이유 역시 배우로서 자신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다.
"무대 위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내가 세상을 이해하려면 나와 다른 세대와도 소통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죠. 마침 '26학번 지원이' 제안을 받았고, 정말 제가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콘텐츠를 찍게 됐어요."
실제 20대들과 함께한 경험에 대해서는 "너무 재밌고 신기했다"며 "카메라가 있는데도 낯설어하지 않더라. 저희 때와는 다른 것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카메라와 익숙해서 그런지 대본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잘 받아준다"고 말했다.
'홈런' 음악방송 무대는 또 다른 의미의 도전이었다. 하지원은 "공약을 지키려고 무대에 나갔다"며 "너무 떨렸다. 하고 나서 몸이 너무 아파서 3일을 소파에서 잤다"고 털어놨다.
"눈만 감으면 안무가 생각났어요. 새벽에 깨서 계속 혼자 연습했어요. 3일 전에는 침대에서 자면 안무를 까먹을 것 같아서 소파에서 자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려고 했죠. 음악방송을 하고 나서는 숙면했어요."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원래는 더 잘했어요. 본방송에서 안무를 많이 놓쳤어요. 너무 떨려서 중간에 조금 놓쳤는데 무대 내려와서 너무 속상했죠. 안무를 다 외웠는데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밝혔다. 하지원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쉽지 않은 동시에 자신을 확장시키는 과정이다.
"'홈런' 음악방송도 그렇고 '26학번'도 그렇고 액션도 그렇고 저한테 쉬운 건 아니에요. 어렵고 떨려요. 하지만 그런 걸 하고 나면 '확장'되는 느낌이 있어요. 마음도 그렇고 내가 보이는 세상도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이어 "제가 쌓아둔 곳에 머무르는 것보다 내가 보는 세상의 시야를 조금 더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세상과 더 소통할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의 역할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으로는 차분함과 꾸준함을 꼽았다.
"저는 MBTI가 T라서 감정에 깊게 빠지기보다는 빠르게 방향과 해결 방법을 세우는 편이에요. 저에게 조언을 하고 침착하게 생각하려고 하죠. 릴렉스하고 비우는 것도 중요해요. 명상하면서 스트레칭도 많이 해요."
꾸준한 관리 역시 하지원의 삶의 방식이다. 그는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하는 것보다 내가 해봤는데 너무 좋으면 기본 10년, 15년씩 한다"며 "꾸준히 관리하는 루틴이 있다. 레몬수나 올리브오일도 오랫동안 해왔고 피부 케어도 꾸준히 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건강해지는 것 같다. 자극적인 것도 조금 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지원은 '비광'을 관객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로 소개했다.
"나라는 사람을 조금 숨 쉬면서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족 안에서의 나, 회사 안에서의 나처럼 '나'라는 숨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잖아요. 나라는 존재를 알수록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비광'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관객들의 극장 방문을 당부했다.
'비광'은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