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코리아 진 우서윤과 테세우스의 배
- 입력 2026. 08.27. 09:10:30
- [유진모 칼럼] 농구 선수 출신 우지원의 딸 우서윤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70회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진으로 선정되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 그러나 축하와 기대의 분위기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곧바로 그녀가 어린 시절 방송에 출연했던 모습이 재조명되며 성형 수술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여러 매체 및 여론이 그녀의 성형 수술 여부를 캐묻는 쪽으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연 성형 수술을 한 후보가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 출전해 선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급부상하였다. 우서윤은 몸에 전혀 성형의 칼을 대지 않았는가? 만약 댔다면 그녀의 미스코리아 자격은 유효한가?
1957년 한국일보 주최로 시작되어 2021년 한국일보 자회사 ㈜글로벌 E&B로 완전히 이관된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는 20세기에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미인 선발 대회의 대명사였다. 수상자에게는 연예계에서의 출세의 하이 패스 통행증이 발급되던 급행열차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파괴력이 많이 바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우서윤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서 보듯 이름값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성형 수술 논란에 대해 우서윤은 어떻게 해명해야 할 것인가?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주최 측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바람직할까?
1970년대만 하더라도 성형 수술이 일반화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술과 기계 또한 발달되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에는 성형 수술 후보에 대한 거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한참 지난 이후 그런 점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은 사실이다.
만약 1980~90년대에 성형 미인이 입상했더라면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026년이라는 점을 충분히 참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성형 수술은 굉장히 특별한, 흔하지 않은 의료 행위가 아니다. 말이 수술이지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그리 유난을 떨 만한 ‘대형 사고’와는 거리가 있다.
요즘은 여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남자들에게까지 성형이라는 수술 혹은 시술이 널리 펴져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성형 수술이 무조건 옳다거나 바람직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과거와의 개념이 완전하게 달라졌다는 현대인의 의식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과연 미의 기준은 무엇인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내 여자 연예인 중 누가 최고의 미인일까? 거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누구는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라고, 혹자는 에스파 멤버 카리나라고, 또 어떤 이는 레드벨벳 웬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주장에도 반기를 들 만한 확고부동한 근거는 없다.
왜냐하면 미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나라와 민족에 따라, 그리고 그때그때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누구는 카리나가 최고라고 주장할 것이고, 누구는 그에 반발해 장원영이라며 핏발을 곤두세울 것이다. 보는 시각과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형 수술에 대한 선호도와 의식 역시 그렇게 바뀌는 추세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정형 미인’이나 ‘성형 미인’이라는 용어로 판에 박힌 듯한 미모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원래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는 가운데 약간 부족한 부분만 보완, 성형하는 정도에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성향과 기술 등이 발달했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고착되고 있다.
따라서 본래의 정체성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소 수정, 보충함으로써 얼마든지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해도 용서가 되는 시대가 안정화되고 있다. 만약 우세윤이 코나 눈에 손을 댔다. 그렇다면 그녀는 우세윤이 아닌가? 한 번 따져 보자.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의 배’라는 논제가 등장해 인식론의 좋은 예가 되었다. 테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와 쌍벽을 이루는 영웅으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미노스 왕으로부터 아테네의 아이들을 구출하여 배를 타고 탈출해 델로스로 귀환했다. 이후 아테네인들은 델로스로 순례하는 배를 타고 이 테세우스의 전설을 기념했다.
이후 고대의 철학자들은 "수 세기가 지나 테세우스의 배의 모든 부분이 교체된다면 그 시점의 배는 원래 배와 여전히 같은 배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유물론과 관념론의 충돌을 다룬 인식론에 대한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영화 ‘공각기동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래에 인간의 모든 부분과 장기를 기계로 교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만약 어떤 사람 A가 뇌만 남겨 놓은 채 나머지 몸을 전부 기계로 바꿨다면 그는 인간 A일까, 사이보그 ‘무엇’일까? 여기에 비교하면-만약 우서윤이 코나 눈을 손봤다고 가정했을 때-우서윤은 명명백백한 우서윤이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그런 성형 미인을 진으로 뽑은 심사 위원들의 자격 미달, 혹은 심사 기준의 모호함 등에 책임이 있다.
이는 본질주의나 더미의 역설을 연상케 한다. 쌀 한 더미가 있다. 여기에서 한 톨, 혹은 100톨을 덜어 내도 그 쌀은 여전히 '쌀더미'이다. 물론 다 덜어 내고 몇 톨, 혹은 한 톨만 남는다면 그것은 쌀더미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느 수준까지 덜어 내는 한도 내에서 더미가 용납이 될까?
트랜스젠더 하리수는 이경은이라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자 하리수가 되었다. 최소한 하리수와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경은은 없다. 과연 현재 하리수는 이경은인가, 하리수인가? 유물론적으로는 이경은에 가깝지만 관념론적으로는 완전히 하리수가 아닐까? 여기에서 본질주의의 역설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서윤이 쿠사나기 소령('공각기동대' 여주인공)나 하리수가 아닌 한, 적어도 지인이 못 알아볼 정도로 얼굴과 신체를 뜯어고치지 않은 한 그녀는 우서윤이다. 그리고 미스코리아 진 당선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신체의 변화가 아니라 대회 자체의 심의 규정, 그리고 시대적 여론의 인식론이 아닐까?
[유진모 칼럼/ 사진=우서윤 SNS,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