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안방극장서 입지 굳힌 배우들, 왜 연극 무대를 찾나[Ce:포커스]
- 입력 2026. 08.31. 06: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도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매체 활동에 집중하는 대신 연극과 방송, 영화를 병행하며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이미 이름만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스타들이지만, 이들에게 연극은 단순히 새로운 활동처나 흥행을 위한 선택지만은 아니다.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고 초심을 다지는 동시에, 긴 연기 인생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전미도-박하선-문근영
최근에는 전미도, 문근영, 박하선, 손호준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 된 이후에도 연극 무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미도는 지난 9일 개막한 연극 ‘갈매기’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18년 ‘오슬로’ 이후 다시 연극 무대에 선 그는 2011년 초연 당시 맡았던 니나 역을 15년 만에 다시 연기하게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이후에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베르테르’ 등 꾸준히 무대 활동을 이어온 전미도에게 연극은 방송 활동 이후 새롭게 찾은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배우로서 자신의 출발점이자 꾸준히 지켜온 영역에 가깝다. 전미도는 앞서 "다시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하게 된다면 우리 극단에서 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15년 만에 다시 니나를 연기하면서는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시선으로 인물을 바라봤다. 그는 "15년 전에는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감정들이 새롭게 느껴졌다"며 "예전에는 니나의 순수함과 생경함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인물이 가진 갈등과 욕망, 어두운 가정환경까지 다루며 한층 풍성하고 깊이 있는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무대는 제 정체성과도 같은 곳"이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않으면 그 감각을 잃을까 두렵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방송과 영화에서 활동 영역을 넓힌 이후에도 연극을 놓지 않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근영 역시 매체 활동과 연극을 병행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31일 서울 대학로 티오엠에서 연극 ‘오펀스’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오펀스’는 문근영에게 9년 만의 연극 무대였지만, 단순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문근영은 공연을 마친 뒤 "무대에 서는 내내 행복했다"며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일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디 여러분께도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되었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문근영은 동생 필립을 과보호하며 통제하는 폭력적인 형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결핍을 지닌 트릿 역을 맡았다. 기존에 대중이 익숙하게 봐온 이미지와는 다른 인물을 선택하면서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박하선도 방송 활동과 함께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2025년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이어 올해 4월 연극 ‘홍도’에서 주인공 홍도 역을 맡았다. 오는 9월에는 연극 ‘꽃의 비밀’ 출연도 예정돼 있다.
손호준 역시 지난 3월 11일부터 22일까지 공연된 ‘술 취한 사람들’에서 막스 역으로 관객을 만났다. ‘응답하라 1994’, ‘고백부부’ 등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은 뒤에도 연극 무대를 통해 또 다른 연기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배우들이 매체 활동과 연극을 함께 이어가는 데에는 장르가 가진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영화와 드라마가 카메라와 편집을 통해 완성되는 작품이라면, 연극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관객과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작품을 완성해간다.
배우에게 연극은 자신의 연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회 다른 관객을 마주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의 감정을 직접 끌고 가야 하는 만큼, 촬영 현장과는 다른 긴장감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갈매기 포스터-꽃의 비밀 포스터-문근영
스타 배우들의 연극 출연을 제작사 입장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미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린 배우의 캐스팅은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새로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의 이름이 곧 흥행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배우의 인지도가 관객의 관심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티켓 구매에는 작품의 내용과 완성도, 공연장과 티켓 가격, 배우의 무대 장악력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극을 선택하는 이유를 오롯이 ‘티켓 파워’로만 설명하기에는 이들의 행보가 꾸준하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한 이후에도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인 동시에 배우 스스로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연기를 확인하는 것과 관객의 눈앞에서 한 호흡으로 인물을 완성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매번 같은 대사를 하고 같은 장면을 연기하더라도 그날의 관객과 배우의 호흡에 따라 공연은 달라진다. 배우에게는 익숙함 속에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무대다.
결국 연극은 스타 배우들에게 또 하나의 ‘경력’이기보다 배우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공간에 가깝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뒤에도 무대를 찾는 것은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연기의 기본을 다시 확인하고 새로운 인물을 만나며 자신을 끊임없이 확장하기 위해서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병행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전미도에게 무대가 자신의 정체성이라면, 문근영과 박하선, 손호준에게도 연극은 매체와는 다른 방식으로 배우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스타의 이름은 분명 공연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이들이 오랜 시간 연극 무대를 찾는 이유까지 흥행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다. 배우에게 무대는 관객을 만나는 공간이자, 때로는 자신이 왜 연기를 시작했는지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다. 결국 ‘스타 캐스팅’의 가치는 티켓 판매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타 배우들이 무대에서 어떤 연기로 관객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극단 맨씨어터, 파크컴퍼니, 크리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