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도 책 읽는다…유튜브·SNS 타고 커진 '텍스트힙'[Ce:포커스]
입력 2026. 09.03. 11:00:00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넘어, 책을 둘러싼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이른바 '텍스트힙(Text Hip)' 현상이 콘텐츠·출판업계를 넘어 유통업계까지 확산하고 있다. 유튜브와 SNS에서 책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데 이어 스타들이 직접 독서 콘텐츠를 운영하고, 출판사와 편의점이 협업 상품을 내놓는 등 '텍스트'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소비 대상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텍스트힙'은 책이나 문학 작품을 읽고 소비하는 행위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을 뜻한다. 단순히 독서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의 표지와 문장, 독서 공간, 관련 굿즈 등을 SNS에 공유하며 '읽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아이돌과 배우 등 대중문화 스타들이 독서를 콘텐츠로 적극 활용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브 가을이다. 가을은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 '가을의 온도'를 통해 '독서 클럽'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책을 매개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을은 베스트셀러 소설 '혼모노', '수확자' 등의 리뷰를 진행하는 한편 작품에 대한 감상과 인상 깊었던 장면을 소개하고, 책과 연결된 질문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학창 시절 추억이 담긴 소설 '아몬드'를 소개하면서는 작품을 통해 느낀 삶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독서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을은 독서 아이템 소개, 책갈피 만들기, 중고서점 방문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으며 '2026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파트너로도 참여했다. 아이돌의 일상 콘텐츠에 독서를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책을 친숙한 콘텐츠로 소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배우와 방송인 등 다른 스타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이혜성은 유튜브 채널 '이혜성의 1%의 북클럽'을 통해 직접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배우 박정민 역시 직접 책을 집필하는 것을 넘어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며 출판과 콘텐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출판사 역시 유튜브를 통해 독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민음사는 공식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문학 작품과 출판 과정, 편집자들의 이야기 등을 콘텐츠화하고 있다. 특히 민음사TV에서 활약하는 김민경 편집자는 책에 대한 전문성과 친근한 화법을 앞세워 독자들의 관심을 끌며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김민경 편집자는 단순히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해석과 편집자의 시선, 출판 과정에서의 뒷이야기 등을 전달하며 '편집자'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년 차 문학 편집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편집자K'처럼 출판 편집자 개인의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도 등장했다.

이처럼 책을 다루는 방식이 '읽는 것'에서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출판사와 독자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영상 플랫폼을 통해 책을 접한 이용자가 실제 도서 구매나 관련 상품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텍스트힙은 출판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직접적인 상품으로 구현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출판사 민음사와 협업해 선보인 빵이 대표적이다.

지난 21일과 26일 순차적으로 출시된 민음사 협업 빵 4종은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2만 개를 넘어섰다. 입고 즉시 품절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GS25 앱으로 재고를 확인한 뒤 여러 편의점을 찾아다니는 소비자까지 등장했다.

상품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시그니처 표지와 명문장을 패키지에 활용했으며, 세계문학전집 책갈피 15종과 한국 대표 시집 책갈피 5종 등 총 20종의 굿즈를 무작위로 동봉했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빵에 문학 작품과 굿즈를 결합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소장하고 싶은 상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당초 주요 소비층으로 예상된 2030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구매 인증이 이어지는 등 관심층 역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책을 직접 구매하거나 읽는 것뿐 아니라 책의 이미지와 문장, 굿즈 등을 함께 소비하는 방식이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의 확대와 이에 따른 반작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튜브·SNS 숏폼 콘텐츠와 AI 사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히려 책 읽기 열풍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부터 발렌시아가, 샤넬, 미우미우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텍스트힙' 트렌드를 캠페인으로 적극 활용해 왔고, 국내에서도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활용한 자수 굿즈와 '민음사 문학빵' 등을 선보이며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텍스트힙이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패션과 식품, 굿즈 등 다양한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SNS와 유튜브는 이를 다시 확산시키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긍정적인 독서 경험 자체가 다시 유튜브·SNS를 통해 재확산되면서 트렌드를 더욱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극장에서도 텍스트힙을 겨냥한 콘텐츠가 등장했다. CGV는 영화 '오디세이' 개봉을 기념해 출판사 현대지성과 함께 원작 도서 '오디세이아'를 읽는 'CGV 북클럽 with 오디세이아'를 마련했다.

앞서 CGV는 'CGV 북클럽 with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선보인 데 이어 원작 도서와 극장 공간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영화 관람에 앞서 원작을 읽으며 작품 세계를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하나의 문화·여가 경험으로 확장한 사례다.

소비자 역시 이러한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30대 소비자 A씨는 "설령 SNS를 의식한 허세성 독서라 하더라도, 책 읽는 문화 자체가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책을 읽든 읽지 않든 '독서의 중요성'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책 읽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이미지도 함께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독서로 이어진 경험도 있었다. A씨는 "책 추천 콘텐츠가 늘면서 제 상황에 맞는 책을 발견해 구매하고 읽은 경험이 있다"며 "이런 추천 문화가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최근의 텍스트힙은 단순한 '독서 열풍'과는 결이 다르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보다 어떤 책을 선택하고, 어떤 문장에 공감하며, 이를 어떻게 자신의 취향으로 표현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SNS와 유튜브가 텍스트힙 확산의 주요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책은 더 이상 종이책이라는 물리적 상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타의 독서 콘텐츠를 통해 영상으로 소비되고, 출판사의 유튜브를 통해 제작 과정과 이야기를 접하며, 편의점에서는 책갈피와 패키지로 재탄생한다. 영화관에서는 원작을 읽는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소비자의 취향과 소장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사와 유통업계 모두 새로운 접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책을 둘러싼 콘텐츠와 상품, 경험이 다시 독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소비자가 경험한 독서 문화를 SNS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면서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읽는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데서 출발한 텍스트힙이 영상과 출판, 유통, 극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책이 다시 하나의 '힙한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각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GS리테일, CG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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