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애인에 자막·화면해설 미제공은 차별”…10년 소송 다시 심리
입력 2026. 09.03. 17:48:34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시각·청각장애인에게 영화 관람에 필요한 화면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영화관이 어느 범위까지 관련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다시 재판이 열리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시각장애인 2명과 청각장애인 2명이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영화관 측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화면해설과 자막, 이를 이용하기 위한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라는 판단은 유지됐다. 쟁점은 영화관 측에 어느 정도까지 편의 제공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다.

앞서 1심은 원고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화관이 관련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차별행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영화관 사업자들의 재정적 부담 등을 고려해 의무 범위를 축소했다.

2심은 복합상영관 내 전체 좌석 수가 300석을 넘는 경우 1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회차에 화면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하도록 했다.

영화 관람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은 크게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영화 자체에 화면해설이나 자막을 포함해 상영하는 방식이며 폐쇄형은 필요한 관객이 별도의 기기를 이용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받는 형태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두 방식 모두에 상영 횟수와 상영관 범위라는 제한을 함께 적용한 것은 영화관 측의 부담에 지나치게 무게를 둔 판단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개방형 상영방식과 폐쇄형 상영방식 각각에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 기준을 중첩적으로 적용한 것은 피고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에 해당해 수긍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나아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영화관 사업자의 부담을 낮출 다른 방법이 존재하는지까지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닌 정보 접근과 문화 향유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도 짚었다.

대법원은 “영화라는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향유할 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장애인 개인의 자아발전, 사회참여의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장애인 아닌 사람의 사회통합을 위한 직접적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조치와 영화관 사업자의 재산권 및 경제적 자유 사이의 균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할 구체적인 편의의 범위와 방식 등을 다시 판단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6년 2월 시작됐다. 원고들은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 한글 자막과 관련 수신기기 등을 제공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모두 영화관 측의 차별행위를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편의 제공 범위를 두고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이날 선고에서 판결의 핵심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이지리드(Easy-Read)’ 자료를 처음으로 제공했다. 청각·언어장애인 원고들을 위한 수어 통역도 지원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