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아직 용아맥에서 못 봤는데?…'오디세이'가 던진 스크린쿼터 딜레마[Ce:포커스]
- 입력 2026. 09.07. 05: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영화 '오디세이'가 극장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천만 관객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와 함께 개봉 5주 차에도 이른바 '용아맥'을 향한 관객들의 수요가 식지 않고 있지만, '스크린쿼터제(한국 영화 의무 상영제)'로 인해 상영 일수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부딪혔다.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귀향길을 거대한 스케일로 스크린에 옮긴 서사 대작이다. 특히 '오디세이'는 전 분량을 아이맥스 70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 상영 전부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개봉 이후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오디세이'의 열기는 유독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아이맥스, 소위 말하는 '용아맥'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아이맥스 필름 규격에 맞춘 '1.43대 1 전용 화면비'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상영관은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용아맥에서 보지 않으면 영화의 절반만 본 것"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주 티켓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되고, 정가의 몇 배에 달하는 10만 원대 암표까지 기승을 부리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오디세이' 용아맥에 대한 수요는 식지 않고 있지만, 관객들은 더이상 용아맥에서 '오디세이'를 만나기는 어렵게 됐다. 바로 '스크린쿼터제' 때문이다. 스크린쿼터제는 1966년 자국 영화를 보호하고 문화 주권을 지킨다는 취지로 도입돼 연간 146일로 운영됐으나,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현행 '상영일수의 5분의 1'로 축소된 뒤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365일 상시 운영되는 복합상영관의 경우 스크린마다 예외 없이 73일간 한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걸어야 한다.
CGV에 따르면 현재 용아맥의 올해 한국 영화 누적 상영일수는 35일에 그친 상태다. 연말까지 법적 의무를 다하려면 앞으로 38일 동안은 무조건 한국 영화를 편성해야만 한다.
상반기 국내 영화 '휴민트' '군체' '호프' 등이 상영됐지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오디세이'가 연이어 개봉하면서 스크린에서 내려갔다. 하반기에도 '듄3'와 '어벤져스: 듐스데이' 등 외화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인 탓에 '오디세이' 수요를 포기하고 상영을 중단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제가 20년 전 제정된 만큼 극장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제도를 수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크린쿼터는 극장 전체가 아닌 '개별 스크린(관)'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일각에서는 개별관이 아닌 영화관 단위로 산정 기준 바꿔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크린쿼터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아이맥스 같은 대형 특수관이나 프리미엄 포맷이라는 개념 자체가 보편화되지 않았다"라며 "특수관 포맷에 맞지 않는 영화로 쿼터를 채우는 것은 수요를 포기해야하는 극장과 고가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 모두에게 불합리하다. 탄력성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여전히 쿼터 완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극장 단위 총량제나 특수관 예외가 인정될 경우 자칫 스크린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량제로 기준이 바뀌면 배급력을 쥔 특정 외화 블록버스터가 대형관과 황금시간대를 싹쓸이하고, 한국 영화는 비인기 상영관이나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는 '상영일수 채우기' 꼼수가 횡행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디세이'의 흥행 열풍이 불러 일으킨 논쟁은 20년간 굳건히 이어진 스크린쿼터 제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 특수관이라는 극장 환경 변화 속에서 관객의 관람 선택권과 한국 영화 보호 사이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진 상황. 스크린쿼터제와 관련된 다양한 목소리가 제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