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보다 굿즈가 탐나”…키링·키캡에 빠진 극장가, ‘소장 전쟁’ 뜨겁다 [Ce:포커스]
- 입력 2026. 09.07. 06: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를 보고 기념품을 사던 시대에서 갖고 싶은 굿즈를 찾아 극장으로 향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포스터와 엽서 정도에 머물렀던 영화 굿즈가 키링과 키캡, 피규어는 물론 LED 아크릴 스탠드와 캐릭터 의상을 본뜬 미니어처까지 진화하면서다. 스크린 밖으로 나온 영화 IP(지식재산권)가 관객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극장가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굿즈
최근 극장가에서는 영화 개봉과 함께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과거에도 영화 포스터나 엽서, 티셔츠, 컵 등 관련 상품이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작품을 기념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수집하거나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호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메가박스는 영화 속 범석(황정민), 성기(조인성), 성애(정호연)가 착용한 점퍼를 그대로 축소한 ‘호프 점퍼 키링’을 선보였다. 영화 제목이나 캐릭터 이미지를 단순히 굿즈에 새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속 인물의 의상을 하나의 상품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해당 굿즈는 팝콘·탄산음료와 함께 구성된 콤보뿐 아니라 단품으로도 판매됐다.
흥행작은 개봉 이후에도 새로운 굿즈를 잇달아 투입하며 관객과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 흥행 중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개봉 6주차에도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스파이더맨 키 비주얼 포스터 SET’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피터 파커의 주요 모습을 담은 포스터 3종에는 각각 무광 코팅과 에폭시, 투명 홀로그램 등 서로 다른 후가공을 적용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개봉 초반에만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던 방식에서 나아가 장기 상영 기간에도 새로운 굿즈를 선보이며 작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셈이다. 특히 굿즈의 종류와 디자인을 달리하면 이미 영화를 관람한 팬들에게도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IP를 활용한 굿즈는 더욱 다양하다. 롯데시네마는 올여름 ‘극장판 도라에몽: 신 진구의 해저비밀성’의 세계관을 투명한 큐브에 구현한 ‘도라에몽 큐브 키링’을 비롯해 ‘미니언즈 영화관 인형 키링’, ‘미니언즈 실리콘 파우치’, ‘스파이더맨 마우스 장패드’, ‘LED 키캡 키링’, ‘메탈 참 키링’ 등을 선보였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그림이야기’에서는 도라에몽의 다양한 휴식 모습을 구현한 9종 랜덤 피규어를 내놨고,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은 네임텍 형태의 키링과 스페셜 입체카드를 제작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는 영화 속 도깨비 비형을 봉제인형 키링으로 구현했다.
단순히 보고 간직하는 포스터에서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 직접 눌러볼 수 있는 키캡, 공간을 꾸미는 피규어 등으로 굿즈의 쓰임새 자체가 넓어진 모습이다. 영화의 감동을 극장 안에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상으로 가져가려는 팬덤의 수요가 상품 기획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굿즈 자체가 독립적인 소비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극장가의 설명이다.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 이수정 책임은 “과거보다 굿즈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즐기는 관객들이 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품절과 재출시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롯데시네마가 선보인 ‘메이플스토리 키캡 키링’과 ‘꼬마마법사 레미 키캡 키링’은 출시 직후 품절됐다. 이후 소비자들의 재판매 요청이 이어지면서 2차 판매까지 진행됐다.
이수정 책임은 “실제 ‘메이플스토리·꼬마마법사 레미 키캡 키링’은 출시 직후 품절되고 재판매 요청에 2차 판매까지 이어지는 등 굿즈가 영화와 IP를 즐기는 또 하나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굿즈를 활용한 관객 잡기는 극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기 영화 IP와 식음료·유통 기업이 손잡으며 소비자의 일상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맘스터치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개봉 1주년 기념 재개봉에 맞춰 협업 세트 2종을 선보였다. 대표 메뉴에 일반적인 캐릭터 상품이 아닌 ‘LED 아크릴 스탠드’와 ‘메탈 일륜도 키링’을 결합했다. LED 아크릴 스탠드는 캐릭터 디자인에 조명을 더하고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제작했으며, 메탈 일륜도 키링은 작품 속 캐릭터들의 상징적인 무기인 ‘일륜도’를 구현했다. 두 굿즈 모두 여러 종류 가운데 하나가 랜덤으로 제공된다.
이는 영화 한 편의 소비 영역이 극장 티켓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품 속 캐릭터와 세계관이 키링과 피규어, 식음료 협업 상품 등으로 재생산되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일상에서 소유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소비한다. 영화 IP 역시 상영관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만날 수 있는 상품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특히 굿즈가 ‘한정판’과 ‘랜덤’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정 수량으로 희소성을 높이고 여러 디자인을 랜덤으로 제공하면서 수집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 자체의 흥행뿐 아니라 캐릭터와 작품 세계관에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굿즈 소비로 연결하기에 유리한 구조다.
가족·애니메이션 영화 역시 굿즈를 관객과의 접점을 이어가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은 개봉 이후 비치백부터 A3 포스터, 감정기록 도서까지 서로 다른 굿즈를 제공하는 특별 상영회를 잇달아 마련했다. 하나의 상품을 일괄적으로 제공하기보다 상영 일정과 극장에 따라 굿즈를 달리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영화 굿즈의 변화는 단순히 ‘종류가 많아졌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관은 관객이 작품을 보고 떠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IP를 발견하고, 수집하고, 일상으로 가져가는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극장 밖에서는 외식·유통업체까지 영화 IP를 활용한 한정판 굿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극장가의 굿즈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시네마 역시 별도의 굿즈사업팀을 두고 관련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향후 상품 및 IP 협업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굿즈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때 영화 관람을 마친 뒤 챙겨가는 ‘덤’에 가까웠던 굿즈는 이제 작품을 즐기는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관객이 티켓 한 장으로 영화를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손에 쥐고 일상으로 가져가면서 영화 소비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관객의 발길을 다시 극장으로 돌려야 하는 극장가에서 ‘소장하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경쟁이 새로운 흥행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맘스터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