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불륜에 갇힌 주말·일일드라마…반복되는 클리셰[Ce:포커스]
입력 2026. 09.07. 07:00:00

욕망의 덫-사랑이 온다-가족관계증명서 포스터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출생의 비밀, 재벌가, 불륜, 복수, 신분 차이, 가족의 반대. 한때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단골 소재들이 2026년에도 여전히 주말·일일드라마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OTT를 중심으로 장르와 소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서사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유독 전통적인 주말·일일드라마에서는 익숙한 공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집필한 이경희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과 하석진, 안희연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극 중 한규림(안희연)은 홀로 이복동생을 책임지는 가운데 재벌 2세 김무진(하석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김무진의 어머니가 반대하며 한규림에게 돈봉투를 건네고 아들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등 집안의 반대가 이어진다. 재벌가 남성과 평범한 여성의 사랑, 이를 가로막는 가족이라는 설정이 등장하며 익숙한 주말극의 소재가 반복되고 있다.

일일드라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MBC '가족관계증명서'는 본처가 있는 차민기(전노민)가 나세리(한고은)와 관계를 맺어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두 가족의 갈등을 그린다. KBS2 '욕망의 덫'에서는 친딸을 바꿔치기한 사실이 살인과 누명, 복수로까지 번지며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진다.

재벌가와 신분 차이, 불륜과 숨겨진 가족관계, 출생의 비밀과 복수. 작품과 인물은 달라졌지만 오랜 시간 반복돼 온 주말·일일드라마의 공식은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또 이런 이야기냐'고 하면서도 이 드라마들을 보는 것일까. 주말·일일드라마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배경에는 익숙함이 있다. 특정 시간대에 꾸준히 방송되는 장르인 만큼 복잡한 세계관이나 새로운 설정을 따라가기보다 직관적인 인물 관계와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두 회차를 놓치더라도 큰 흐름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적다는 것도 익숙한 공식이 가진 장점이다.

드라마 사랑이 온다


클리셰가 시청자의 감정을 빠르게 끌어내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익숙한 이야기인 만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그 예측 가능성이 오히려 시청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특히 일일드라마는 매일 새로운 갈등과 사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 비밀이 밝혀지면 또 다른 비밀이 등장하고, 갈등이 해결될 듯하면 새로운 오해가 발생한다. 짧은 호흡으로 지속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출생의 비밀, 불륜, 배신, 복수처럼 이미 효과가 검증된 장치에 기대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이 같은 익숙한 공식은 '뻔하다'는 비판과 별개로 시청자의 몰입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자극적인 사건과 선명한 선악 구도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이야기에 빠르게 빠져들게 하고,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결국 문제는 클리셰의 존재 자체보다 클리셰에만 의존하는 방식에 있다. 같은 재벌과 평범한 사람의 사랑이라도 인물의 욕망과 선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고, 출생의 비밀 역시 단순한 반전을 넘어 가족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다. 불륜과 복수 역시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나 인물의 감정과 현실적인 선택을 따라간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OTT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인 서사가 쏟아지며 시청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가운데, 주말·일일드라마 역시 익숙한 공식에만 기대기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익숙함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차별화할 수 있을지, 반복되는 공식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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