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소희 '인턴'으로 보여준 또 다른 성장[인터뷰]
- 입력 2026. 09.10. 13:08:12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한소희가 영화 '인턴'을 통해 한층 편안해진 모습과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부터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까지,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한소희의 변화가 선우라는 인물에 담겼다.
한소희
영화 '인턴'(감독 김도영)은 런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세대와 직급을 뛰어넘은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다. 2015년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한소희가 맡은 선우는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를 설립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키워낸 젊은 CEO다. 뛰어난 감각과 과감한 추진력을 갖춘 능력자지만, 성공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일과 삶 모두 과부하에 놓인 인물이기도 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부담도 있었지만, 한소희는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선우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원작이 워낙 잘되기도 했고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작품이라 부담이 많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리메이크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해서 나온 대본이니까 대본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분명 원작과는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한국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노래를 부르거나 울기도 하지 않나. 생각해보니 흔한 문화는 아니더라. 그런 장면에서는 조금 더 감정을 터뜨려 캐릭터의 밸런스나 차이를 주려고 했다.”
동시에 전작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연기와 달리 이번에는 정서적인 생활 연기에 도전했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 상대와 상황에 반응하며 감정을 쌓아가는 연기였던 만큼 한소희에게도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이전에는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뭔가 사건에 휘말리거나 사건을 만드는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제 인생에 기호라는 사람이 들어와서 내가 가진 갈등들을 해결해주는 느낌의 형태다. 그렇다 보니까 리액션이 더 많은 연기였다. 정답이 없다 보니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있고, 생활 연기라는 게 되게 어렵다고 느꼈다.”
인턴 스틸컷
원작과 달리 '인턴'에서는 선우와 민욱(강태오)이 7년 차 부부라는 설정이 더해졌다. 결말 역시 차이가 있다.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을 선택하는 선우의 모습은 단순한 통쾌함을 넘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 인물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소희 역시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때 이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7년이라는 서사를 몇 신으로 표현했어야 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원작과 다르게 아이가 없는 설정이다, 남편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고 나는 일이 먼저고 그 갈등에서 시작되는 문제, 그 간극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저는 결혼해본 적이 없으니까 얼마나 달달하게 있어야 하나, 스킨십은 어느 정도 해야 하나, 어떻게 소화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했던 것 같다. 이혼 엔딩은 너무 좋았다. 바람은 용서 안 된다. 민욱의 뺨이라도 한 대 때리지 그랬냐고들 하시는데 민욱을 가장 초라하게 만드는 건 다 용서해주고 떠나는 거다. 그게 선우의 성장이었다.”
선우는 자신과 모든 것이 정반대인 기호와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가며 일과 삶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실제 한소희에게도 대선배 최민식은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존재였다. 현장에서 마주한 최민식의 모습과 그에게 받은 배려를 떠올리며 함께 호흡한 소감을 전했다.
“선배님은 신기할 정도로 촬영 직전에 장난치고 사담을 나누시는데 액션만 하면 안광이 바뀐다. 순간 집중력이 경력에서 나오는 건지 선배님의 능력인 건지 그런 지점이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나한테 장난 걸어놓고라는 마음도 들었다. (웃음) 배우한테 스위치 온·오프가 있다면 그걸 마음대로 끄고 켤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선배님은 선우로서 저를 있게끔 해주신 분이다. 나 자체를 존중하고 인정해주셨다. 방향을 잘 못 잡을 땐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고 질문을 하실 뿐, ‘이렇게 해’라고 하시지 않았다.”
물론 대선배와 함께하는 만큼 긴장되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한소희는 ‘선우와 기호가 만난 것이지, 최민식과 한소희가 만난 것이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배우 개인이 아닌 캐릭터와 상황에 집중하려 했다.
“긴장해봤자 좋을 거 없다. 긴장할수록 잘하면 연기를 잘한다면 긴장하겠지만 어쨌든 기호와 선우로 만난 거지 한소희와 최민식을 만난 게 아니다. 상황에 집중하고 다시 안 볼 것처럼 연기하자는 생각이었다. 연기를 못하면 혼나는 거 당연하고 욕먹는 거 당연한 거다. 난 잘하려고 온 거고 현장에 충실하고 돈 받은 만큼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다.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해선 안 된다. 잘해야 한다.”
한소희
2017년 SBS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한소희. 그동안 자신만 믿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다. '인턴'을 통해 선우의 변화를 연기한 한소희 역시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객관적인 평가가 안 된다. 연기라는 게 저한테 무서운 직업이기도 하다. 내가 내 연기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더 무섭다. 그런 과정에서 선우처럼 제 마음을 못 챙겼던 시기도 있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나 하나만 믿고 달려왔다면 이제 안 그러려고 한다. 선우도 그렇고 저도 어쩌면 의지하는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내 판단이 맞다는 오만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잘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시작한 거다. 조언을 구하는 걸 몰랐던 게 아닐까.”
선우의 변화를 따라가며 한소희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특히 선우에게 우투투가 단순한 직장이 아닌 자신의 꿈과 인생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소희 역시 자신의 모습을 선우에게 투영하며 캐릭터를 바라봤다.
“우투투는 선우의 꿈이 묻어 있는 회사다. 자신이 만든 옷을 다른 사람에게 입히고 싶다는 작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커지면서 잦은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선우의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했던 꿈이 이뤄지면서 생기는 갈등도 선우가 원해서 생기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대처가 미숙할 수밖에 없다. 저도 선우처럼 완벽주의 성향이 있긴 한데, 그러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서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더라.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을 제 인생에 대입했다. 주위를 살펴보고 내 마음을 돌보기도 하고, 자신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었다.”
선우가 기호를 만나 일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듯, 한소희 역시 최민식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자신이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네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 자체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최민식 선배님을 보면서 느낀 건 누군가를 보면서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선배님 또래 나이 배우가 없다 보니 경계를 허물려고 노력하셨다. 이 사람에게 조언을 듣는다기보다 나이, 성별 불문 사람 대 사람으로 진정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느꼈다.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기보다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 나도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좋은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 좋은 어른이 아닌가.”
현재의 한소희에게는 과거와 같은 조급함 대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작은 여유도 생겼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하루에 단 5초라도 하늘을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에 이유를 묻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난 10년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 한소희가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해갈지 기대를 모은다.
“하루에 하늘을 몇 번 보냐고 물으면 한 번도 안 볼 때가 많더라. 하루에 5초만 하늘을 봐도 기분이 좋더라. 내가 언제 망가졌는지도 모르게 망가지는 게 대다수다. 요즘 나를 챙기는 방법은 내 마음이 뭔지 잘 아는 거다. 내가 왜 기분이 안 좋고 슬픈지, 기쁜지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 것 같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위너브라더스코리아(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