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쏠린 뮤지컬, 스타 앞세운 연극…2026 상반기 공연계 흥행 공식은[Ce:포커스]
입력 2026. 09.14. 06:00:00

'데스노트'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어떤 회차는 피켓팅, 어떤 회차는 타임세일. 같은 공연 속에서도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2026년 상반기, 관객들은 어떤 무대에 지갑을 열었을까.

2026년 상반기 공연시장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장르별 성적표에는 뚜렷한 온도 차가 나타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2026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1월 1일~6월 30일 공연일자 기준)'에 따르면, 전체 공연시장의 티켓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약 8095억 원을 기록했다. 공연건수는 7.8%, 공연회차는 3.7%, 티켓예매수는 6.3% 늘었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모두 증가한 가운데, 연극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반면 뮤지컬시장은 공연건수 증가에도 티켓판매액이 감소했다.

◆ 뮤지컬 상위권 독식한 라이선스 IP…회차별 양극화 심화

뮤지컬시장은 공연건수 증가와 티켓판매액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2026년 상반기 뮤지컬 공연건수는 180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지만, 공연회차는 1.2% 감소했다. 또한 티켓예매수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고, 티켓판매액은 6.1% 감소한 약 2232억 원으로 집계됐다. 티켓 1매당 평균 판매액도 전년 5만9302원에서 올해 5만 5402원으로 낮아졌다.

공연 공급은 확대됐지만 관객의 지출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예매수 자체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단순히 뮤지컬 관객이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높은 티켓 가격 속에서 관객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지고, 작품과 회차에 따른 수요 편차가 커졌을 가능성을 따져 볼 수 있다.

최근 뮤지컬 관객은 작품의 인기만으로 예매를 결정하기보다, 같은 작품 안에서도 어떤 배우가 출연하는지를 살펴보는 경향을 보인다. 높아진 티켓 가격 부담 속에서 관객들은 인기가 많거나 이전 공연에서 호평을 받은 배우, 자신이 신뢰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를 선택하게 된다. 작품의 브랜드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첫 번째 진입점이라면, 최종 예매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캐스팅이 보다 직접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는 곧 회차별 수요 양극화로 이어진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동일한 작품이라도 선호도가 높은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에는 관객이 몰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거나 선호도가 낮은 캐스팅의 회차는 예매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다수의 공연이 캐스팅에 따른 티켓 판매 편차가 매우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일부 대극장 뮤지컬에서 진행된 타임세일 등 할인 프로모션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회차에 집중됐다. 이는 작품 전체의 인지도와 별개로, 개별 회차의 판매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또한 올 상반기에도 뮤지컬에서는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이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다. 상반기 뮤지컬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가운데 라이선스 작품은 총 8개다. 1위에 오른 '데스노트'를 비롯해 '킹키부츠', '비틀쥬스', '물랑루즈!', '빌리 엘리어트', '렘피카', '베토벤', '슬립노모어 서울'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상위권에 라이선스 작품이 다수 포진하면서, 뮤지컬 시장의 매출을 견인하는 중심에 해외 원작 기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데스노트'는 상반기 뮤지컬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액을 기록했다. 다만 해당 작품은 2025년 10월 14일부터 2026년 5월 25일까지 공연돼 상반기 누적 판매 효과가 컸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각 작품마다 공연장 규모, 좌석 수, 공연 시점이 서로 다른 만큼, 티켓 판매액 순위만으로 흥행 성패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상반기 뮤지컬 시장의 상위권을 대형 라이선스 IP가 독식했다는 점은, 고물가 상황 속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관객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다.

'렘피카'-'베토벤'



◆ 매체 스타·글로벌 IP에 연극 매출 105% 폭증…소극장 그늘도

연극시장은 뮤지컬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상반기 연극의 공연 건수는 14.0%, 공연 회차는 11.5% 증가했고, 티켓예매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6%, 티켓판매액은 무려 105.0% 급증했다. 공연건수와 공연회차 증가율보다 예매수와 판매액 증가율이 훨씬 높아진 것은 연극 시장으로의 실질적인 유입 관객이 대폭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연극 시장의 성장을 이끈 핵심 동인은 '스타 캐스팅'과 '대형 IP'다. 평소 공연을 자주 관람하지 않는 일반 관객에게 연극은 뮤지컬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로 인식된다. 여기에 최근 드라마, 영화 등 매체에서 활약하던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대거 진출하면서, 이들의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가 연극 관람의 강력한 진입점으로 작용했다.

실제 2026년 상반기 연극 판매액 상위권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다. 2위부터 6위까지 오른 '라이프 오브 파이', '불란서 금고: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비밀통로: INTERVAL', '바냐삼촌', '노인의 꿈'은 이서진, 박정민, 김선호, 신구, 장현성, 고아성, 장영남, 김영옥, 손숙, 이일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다. 매체 속 배우를 무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현장성이 일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티켓판매액 1위를 차지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역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IP라는 대중적 인지도에 '오리지널 투어'라는 희소성이 더해지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글로벌 IP의 화제성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폭넓은 관객층을 이끈 대표적 사례다.

다만 스타 캐스팅과 유명 IP가 곧바로 흥행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품의 완성도와 입소문이 뒷받침돼야 재관람과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위권에 함께 이름을 올린 '아트'(7위), '벙커 트릴로지'(8위), '빵야'(9위) 등은 삼연 이상 지속되며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으로 입소문을 탄 검증된 작품들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연극 시장의 성장에 감춰진 '내부 양극화'다. 여전히 연극 시장의 뿌리는 소극장에 있다. 상반기 연극 공연건수의 70.2%, 공연회차의 84.3%가 300석 미만 소극장에서 진행됐으며, 티켓예매수도 전체의 49.0%를 차지했다. 하지만 판매액 비중은 26.1%에 불과했다.

반면 1000석 이상 5000석 미만 공연장은 공연건수가 2.0% 감소했음에도 공연회차는 106.3%, 티켓예매수는 273.4%, 티켓판매액은 711.2% 증가했다. 예매수 비중은 18.8%였지만 판매액 비중은 49.9%로 전체 연극 매출의 절반을 가져갔다. 이는 상반기 연극 시장의 기록적인 성장이 시장 전체의 균등한 번영이라기보다, 소극장 중심의 다수 작품이 기본 저변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형 공연장과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일부 대형 연극이 매출 확대를 주도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불란서 금고: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라이프 오브 파이'



◆ 관객의 '선택적 소비' 심화…엄격해진 관객 어떻게 잡을까

2026년 상반기 공연시장은 관객들의 소비 행태가 더욱 신중하고 선별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높아진 티켓 가격에 부담을 느낀 관객들은 무작정 극장을 찾지 않고, 확실한 만족감을 보장하는 작품과 회차에 집중해 지갑을 열고 있다. 뮤지컬 시장에서 회차별 캐스팅 편차가 극명해지고 검증된 라이선스 IP로 관람이 몰리는 것, 그리고 연극 시장에서 대형 스타 캐스팅 및 유명 IP 기반 공연이 시장 매출을 견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공연계 관계자는 "보장된 IP, 스타캐스팅이 여전히 공연의 판매에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높아진 티켓 가격으로 인해 새로운 관객의 접근, 고정 관객 확보는 이전만큼 쉽지 않다. 좋은 각본, 연출에 좋은 배우까지 맞아떨어져야 신규, 고정 관객을 모두 유입시킬 수 있다"고 현 상황을 말했다.

결국 향후 공연 시장의 흥행 공식은 단순한 작품의 명성, 배우의 이름값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관객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도록 '지금 이 무대를 봐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가격 상승으로 인해 관객의 기준은 한층 엄격해졌다. 이제 제작사들은 캐스팅 의존도를 넘어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신작을 기획하는 등 본질적인 경쟁력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디컴퍼니, 놀유니버스,EMK뮤지컬컴퍼니, 장차, 파크컴퍼니,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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