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T, 몸집보다 ‘신뢰’가 먼저…티빙·웨이브 합병 딜레마[Ce:포커스]
입력 2026. 09.14. 06:30:00

티빙-웨이브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토종 OTT들이 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사의 결합이 국내 OTT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합병 논의는 3년 가까이 이어지고도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티빙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합병을 둘러싼 고민은 더욱 복잡해졌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국내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양사가 보유한 콘텐츠와 이용자 기반을 합칠 경우 넷플릭스를 상대로 규모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최대 변수로 꼽혀온 KT의 동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으면서 합병 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의 2대 주주로 1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이 합병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KT는 IPTV 사업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이 지연되는 사이 시장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토종 OTT들은 이용자 확보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6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7월에는 1632만8918명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15만6646명, 1.0% 늘어난 수치다.

반면 티빙의 7월 MAU는 850만2005명으로 전월 대비 12.3% 감소했다. 웨이브는 401만5109명으로 1.2% 증가했다. 국내 OTT 가운데 티빙이 비교적 큰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 여기에 쿠팡플레이 등 다른 플랫폼까지 이용자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 OTT들의 이용자 확보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이 때문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콘텐츠 측면에서의 효과도 적지 않다. 티빙은 CJ ENM 계열 콘텐츠를 비롯해 예능, 드라마, 스포츠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웨이브 역시 지상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두 플랫폼이 각자의 콘텐츠를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제공한다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이용자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각각의 플랫폼을 이용하던 고객을 하나의 서비스로 묶을 수 있어 가입자 기반을 키울 수 있고, 플랫폼 운영과 마케팅, 기술 인프라 등을 통합하면서 비용을 줄일 여지도 있다.

다만 합병 자체가 경쟁력 강화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이용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콘텐츠 이용 패턴과 서비스 운영 방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합병 이후 요금제와 서비스가 어떻게 개편될지도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최근 티빙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부는 티빙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소스 코드가 포함된 기술 자산 361건과 약 3954만 개의 이용자 계정 정보가 새어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티빙은 이후 피해 회원을 대상으로 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보상 방식을 두고 이용자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일부 탈퇴 회원에게 재가입을 요구하는 절차가 포함됐고, 제공되는 혜택 가운데 일부는 별도의 구독 없이는 실질적인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티빙·웨이브 합병의 직접적인 걸림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합병 이후에는 플랫폼 운영 안정성과 보안 문제가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두 플랫폼의 이용자와 데이터가 하나의 서비스로 모이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시스템 관리 역시 주요 과제로 남는다.

무엇보다 현재 OTT 시장에서는 단순히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콘텐츠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에 더해 개인정보 보호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까지 뒷받침돼야 이용자 이탈을 막고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이용자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숫자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라며 "콘텐츠 경쟁력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서비스 안정성까지 갖춰야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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