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韓 최초 은사자상…베니스 품고 오스카 간다 [셀럽이슈]
입력 2026. 09.14. 13:51:58

이창동 감독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베니스에서 은사자를 품었지만 이창동 감독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한국 영화 최초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의 역사를 쓴 이창동 감독이 기세를 몰아 아카데미시상식까지 향한다. 베니스에서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한 데 이어 토론토를 비롯한 세계 주요 영화제를 거치며 본격적인 ‘오스카 레이스’에 시동을 건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은사자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무대에 올라 심사위원이자 시상자로 나선 두기봉 감독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 개인에게도 특별한 기록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오아시스’로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24년 만에 같은 영화제에서 또 하나의 은사자를 품었다.

이 감독은 수상의 영광을 작품을 함께 만든 이들에게 돌렸다. 그는 수상 무대에서 영화 제작을 가능하게 해준 넷플릭스와 현장을 함께한 배우,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을 언급하며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수상 전부터 베니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6일 경쟁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약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해외 언론과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 11일에는 국제비평가연맹상(FIPRESCI)까지 거머쥐었다. 공식 심사위원단이 수여하는 은사자상과 전 세계 영화평론가들이 선정하는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동시에 품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등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 다른 삶과 감춰진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버닝’ 이후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주연을 맡았다.

특히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담아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타인의 고통이 영화 속에서 소비되는 문제를 언급하며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고통을 나누고 치유할 방법을 함께 찾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전했다.

심사위원 두기봉 감독 역시 ‘가능한 사랑’을 두고 이창동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성숙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작품의 섬세한 스타일과 영화 곳곳에 담긴 성찰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내놨다.

베니스에서 이룬 성취는 ‘가능한 사랑’의 긴 글로벌 여정에서 첫 번째 결실에 가깝다. 이창동 감독과 ‘가능한 사랑’은 이제 베니스를 떠나 토론토로 무대를 옮긴다. 작품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으며 이 감독은 영화적 성취와 독창적 비전을 인정받아 트리뷰트 어워즈의 TIFF 에버트 감독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무엇보다 시선은 베니스와 토론토 너머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으로 향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가능한 사랑’을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베니스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한 만큼 향후 아카데미 레이스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넷플릭스 역시 ‘가능한 사랑’의 오스카 캠페인에 힘을 싣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대표는 지난 7일 프랑스 생폴 드 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에서 오스카 캠페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도 넷플릭스가 ‘가능한 사랑’을 여우주연상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여러 부문에서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한 국제무대 행보도 계속된다. ‘가능한 사랑’은 베니스와 토론토를 시작으로 뉴욕·부산·산세바스티안·취리히·런던 등 세계 주요 영화제를 순차적으로 찾으며 글로벌 관객과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베니스에서 만들어낸 호평과 수상 기세를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가느냐가 향후 오스카 레이스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배우들도 힘을 보탰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먼저 현지로 이동한 전도연은 이번 수상이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을 만드는데 큰 동력이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설경구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밝혔으며 조인성과 조여정 역시 수상의 기쁨과 한국 관객들을 향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베니스에서 거장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증명한 이창동 감독에게도 은사자상은 마침표가 아니었다. 그는 수상 후 “이제부터 저는 시작이라고 봅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관객과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영화가 전하려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관객과 만나고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24년 만에 베니스에서 다시 은사자를 들어 올리고 한국 영화 최초 심사위원대상이라는 기록까지 세운 이창동 감독. 베니스에서 출발한 ‘가능한 사랑’의 다음 목적지는 이제 오스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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