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깊이' 지적한 심수봉, 정작 '말의 무게'는 가벼웠다[셀럽이슈]
입력 2026. 09.23. 13:10:32

심수봉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가수 심수봉이 후배 가수 김다현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본인은 행사장 소음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나온 실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인을 망신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단순히 말이 헛나온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발언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 더구나 그 대상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후배 가수였고, 발언이 나온 장소는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축제 무대였다.

지난 20일 전북 진안군 마이산 북부 일원에서 열린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 이날 김다현은 심수봉보다 먼저 무대에 올라 여러 곡을 선보였다. 이후 무대에 오른 심수봉은 앞서 공연한 가수를 두고 "저 앞에 노래 부른 여자"라고 지칭했다.

이어 "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인 것 같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 앞에 저 선수 앞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요구까지 덧붙였다.

문제는 심수봉이 김다현의 무대에서 무엇을 잘못했다고 판단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음정이 불안했는지, 가창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무대 매너가 문제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 정작 음악적 지적의 핵심은 사라지고, 후배를 향한 공개적인 비난만 남았다.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라는 말은 단순한 음악적 평가가 아니다. 상대의 경험과 자질을 통째로 부정하는 표현에 가깝다. 특히 인생 경험을 운운하며 음악의 가치를 설파한 당사자가, 정작 후배에게는 어떤 구체적인 조언도 전달하지 않은 채 대중 앞에서 무안을 줬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심수봉은 "노래라는 건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음악의 무게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음악을 대하는 태도만큼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신중했어야 한다. 노래에 진정성이 필요한 것처럼, 후배를 향한 조언에도 존중과 책임이 필요하다.

김다현은 2009년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판소리를 배우고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며 무대 경험을 쌓아왔다. MBN '보이스트롯' 준우승, '현역가왕' 3위 등 대중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온 가수이기도 하다.

물론 김다현의 무대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심수봉 역시 자신의 음악적 기준에 따라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가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그 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선배 가수가 후배에게 조언하고 싶었다면 무대 밖에서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향을 알려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심수봉은 관객들 앞에서 후배를 특정하고, 그의 음악과 삶에 대한 자격까지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것이 과연 조언이었는지, 아니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공개적인 질책이었는지 되묻게 된다.

심수봉은 다음 날 소속사를 통해 자신의 발언을 "실언"이라고 인정했다. 행사장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정도 밝혔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의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그 발언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특정인을 망신 주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 역시 발언의 결과를 없애주지는 못한다.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상대가 느낀 모욕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당사자가 어린 후배였다는 점에서, 선배의 말이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여질지 고려했어야 했다.

심수봉은 김다현과 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과는 필요한 일이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점은 분명하다. 다만 사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까지 덮어서는 안 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심수봉이 김다현의 노래를 어떻게 평가했느냐가 아니다. 자신의 음악적 기준을 앞세워 어린 후배를 관객 앞에서 공개적으로 깎아내린 방식에 있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선 선배에게는 후배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이 공개적인 모욕을 허락하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 후배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과 후배의 존재 자체를 위축시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심수봉이 말한 것처럼 음악이 인생의 경험과 고생을 통해 깊어지는 것이라면, 후배를 대하는 태도 역시 그 세월 속에서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 이번 발언은 그 당연한 기준을 놓친 순간이었다.

'실언'이라는 두 글자로 정리하기에는 김다현이 감당해야 했던 상처가 컸다.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에게는 노래할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로 남을지 생각할 책임도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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