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창욱 '스캔들'로 그려낸 또 다른 얼굴[인터뷰]
- 입력 2026. 09.24. 15:13:22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지창욱이 리메이크라는 부담을 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익숙한 원작과 이미 한 차례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없을 수 없었지만, 지창욱은 그 안에서 자신만의 조원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특히 두 여인과 얽히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조원이라는 인물이 배우로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창욱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벌이는 발칙하고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와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어떻게 새롭게 풀어낼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지창욱 역시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데 따른 부담을 느꼈다. 다만 오랜 시간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된 고전이라는 점은 오히려 새로운 조원을 만들어볼 수 있는 용기가 됐다.
“프랑스 고전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고 워낙 많은 작품으로 리메이크되고 제작됐다. 한국에서 많이 알고들 있는 2003년 ‘스캔들’로 영화가 됐던 작품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지만 오히려 고전이라는 게 큰 용기가 됐던 것 같다. 조원이라는 캐릭터를 한 번쯤은 해보고 싶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극 중 지창욱이 연기한 조원은 출중한 외모와 뛰어난 능력을 지닌 명망 높은 가문의 인재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터놓고 서신을 주고받던 글친구이자 사촌 누이인 조씨부인과 연락이 끊긴 뒤에는 쾌락과 재미를 좇으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오랜 시간이 지나 조씨부인에게 다시 서신을 받게 되고,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것을 얻기 위해 위험한 내기에 뛰어든다.
단순히 한 사람을 향한 사랑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조원의 감정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잡하게 얽힌다. 특히 조씨부인과 희연 사이에서 변화하는 관계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조원의 내면은 지창욱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중요한 이유였다.
“첫 시작은 두 여자를 사랑하는 조원이라는 인물 자체가 복합적이었고 관계가 흥미로웠던 것 같다. 어려운 감정과 표현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시리즈이다 보니까 인물 관계 변화라든지 어떤 인물의 서사 같은 것들이 딥하게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고 흥미로웠다. 조원이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을 감독님과 찾아가는 과정들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만 조원의 감정 변화는 매 순간 흔들리고 명확하지 않았다. 특히 조씨부인을 향한 마음이 사랑인지, 욕망인지, 혹은 오랜 시간 쌓인 복합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지창욱 역시 인물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고민했다.
“조원이 과연 조씨부인을 그 어린 마음에 느낀 감정이 사랑이 맞을까? 아이 때부터 영향을 받았던 인물이다.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스라이팅이지 않을까라는 짐작까지 했었다. 그랬던 관계에서 조원이 조씨부인을 갖고 싶어 하는 게 사랑이지만 욕심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복수의 과정일 수도 있다. 조씨부인에게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어서 도망치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 그 당시에 조원조차도 그걸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관계들의 변화와 마지막 조원의 선택,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나는 누구한테 돌아가야 하나’ 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엔딩까지 관계 변화들이 배우로서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걸 표현하는 과정들이 즐거웠다.”
이처럼 하나의 감정으로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조원을 표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창욱은 가질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광기 어린 모습부터 자유분방한 매력, 마음 깊이 품은 연모까지 다층적인 감정선을 그려내며 조원의 복잡한 내면을 풀어냈다.
“작품 안에서 해답을 찾으면서 갔던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이 사람의 심리 자체가 해답이 계속 흔들리고, 알 수 없는 형태인 부분들이 표현되어야 했다. 감독님도 저도 ‘이 감정은 뚜렷하게 이런 감정이야’라고 정답을 내려놓고 촬영하진 않았다. 감독님이 다양한 디렉션을 많이 주셨고, 많은 테이크를 가다 보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될 때가 있다. 사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인물의 감정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방식을 했던 것 같다. 혼란스럽고 괴롭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저도 모르는 제 표정이나 표현 방식들을 만났을 때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정지우 감독의 연출 방식은 전작들과는 분명 달랐지만, 지창욱은 그 안에서 색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 나갔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불안함도 있었지만, 감독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작업 방식을 만들어갔다.
“내가 나일 수밖에 없는데 싫을 때가 있다. 내가 하면 뻔해 보이고, 내가 하는 것들은 항상 하던 것 같고, 이런 고민들은 매 작품마다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할 때는 감독님하고 되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만의 작업 방식을 구축해 나갔던 부분이 있다. 또 다른 표현 방식, 이것조차도 아닌 다른 표현 방식들을 테이크로 담아내는 방식, 모니터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독님과 계속 방법을 찾고 우리만의 작업 루틴을 찾아 나간 것 같다. 결과물을 보고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스캔들’은 공개 초반부터 호불호가 크게 나뉘었으며, 일각에서는 8부작으로 이어지는 전개에 대한 아쉬움과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지창욱 역시 작품 특성상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정지우 감독이 써 내려간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말했다.
“요즘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 우리 작품은 이런 매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캔들’이라는 작품 자체가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의도한 우리의 작품을 조금 더 짙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평가는 사실 보시는 대로 해주시면 되는 게 아닐까"
상대역 손예진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꿈같은 작업’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손예진 선배님과는 단 하나도 긴장하지 않았던 장면이 없다. 서로 웃고 있지만 싸우는 것과 다름없는 모양새다. 촬영할 때도 긴장을 많이 하고 찍었던 것 같고,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꿈같은 작업이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선배님이고, 선배님과 작업하는 데 있어서 부끄럽지 않은 파트너가 되고 싶어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든든한 동료이자 선배님이었다. 작품 안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시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
다소 수위 높은 베드신도 소화해야 했다. 배우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지만, 해당 작품으로 특정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았다. 매 작품 최선을 다해 연기하다 보면 배우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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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신은 배우에게 굉장히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는 장면이다. 그 촬영은 뒷부분에 몰아서 했던 것 같다. 나나와는 충분히 많이 촬영한 후에 진행이 됐다. 수많은 스태프가 촬영하고 있고, 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지할 만한 관계와 유대감이 쌓인 상태에서 촬영이 된 것 같다. 감독님도 예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주셨다.”
여전히 대중의 혹평에 영향을 받지만, 그렇다고 칭찬에 지나치게 들뜨거나 비난에 주눅 들지 않으려 한다는 지창욱. 올해 영화 ‘군체’에 이어 ‘스캔들’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메리 베리 러브’ 공개도 앞두고 있다. 자신만의 명분을 가지고 작품을 선택하고, 새로운 작업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즐거움과 설렘을 느낀단다.
“명확하게 저만의 명분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작품을 하는 이유가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이유가 뭔가 하는 명분이 있으면 하는 것 같다. ‘스캔들’ 같은 경우에는 원작이 있는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것, 정 감독님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명분이 있었다면 도전해보는 거다. 때로는 이 캐릭터 혹은 내가 지금 부족한 색깔이라든가, 그런 명분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쉬는 날이 없어서 지칠 때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작업하는 게 재밌고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내년부터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쫓겨서 내가 기준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