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수입하던 한국, 이젠 열도 안방 공략…'K-스토리' 리메이크 바람[Ce:포커스]
입력 2026. 10.06. 13:00:00

신의 퀴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스토브리그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일본 드라마 각본을 사들여 리메이크하던 한국 방송가에 수출 바람이 불고 있다. '스토브리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국내 흥행작들이 잇달아 현지화돼 일본 안방극장을 찾으면서, 한국이 원천 스토리 공급처로서 위상을 높여가는 모습이다.

일본은 만화와 애니,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쟁력 있는 원천 스토리로 콘텐츠 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안방극장은 '하얀거탑', '꽃보다 남자', '공부의 신(드래곤 사쿠라)', '직장의 신(파견의 품격)', '마더' 등 일본 작품을 들여와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여 왔다. 김지원 주연의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부터 윤아가 출연을 확정한 '언네추럴'까지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 내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일방적이었던 흐름은 쌍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한 휴먼 오피스물 '스토브리그'가 일본판으로 전파를 탄 데 이어, ENA 역대 최고 시청률(17.5%)을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일본 간사이TV를 통해 재탄생해 현지 방영을 앞뒀다. OCN 드라마 '신의 퀴즈'도 일본판으로 재탄생해 12월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흥행 IP들이 잇따라 현지화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일본판 예고편이 공개된 직후 SNS에서는 박은빈, 강태오 등이 연기한 원작의 캐릭터와 일본판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을 두고 한일 양국 팬들의 열띤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일본을 넘어서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태국에서는 '일타 스캔들'이 현지 교육 환경을 녹여낸 '크래시 코스 인 로맨스'로 지난 5월 공개됐고, '태양의 후예'는 인도네시아에서 영화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11년 전 방영된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멕시코에서 리메이크돼 현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내 K-스토리의 위상은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된다. 지난달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특별세션 '포맷 리믹스'에서 트랑 응우옌 K7미디어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아프리카 매니저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말까지 한국은 세계 신규 스크립티드 포맷의 22%를 차지한 최대 원산국"이라고 밝혔다. 새로 제작된 스크립티드 리메이크 5편 가운데 1편 이상이 한국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한국 드라마가 일회성 유행을 지나 세계 각국 방송사가 자국 시청자용으로 안심하고 채택하는 핵심 원천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해외 리메이크 판권 거래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리메이크는 과거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현시점에 리메이크작들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판권 판매 수치가 늘었다기보다는 공동 제작 시스템이 결합하면서 체감되는 주목도가 높아졌기 때문. 단순히 판권만 넘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제작사가 기획 단계부터 현지 방송사나 플랫폼과 손을 잡는 한·일 합작 및 공동 제작 프로젝트로 영역을 넓히면서 파급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잘 만든 IP 하나가 현지 리메이크와 글로벌 OTT 유통으로 이어지며 콘텐츠의 생애주기를 늘리고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구조도 점차 공고해지는 추세다. 단순 판권 판매를 넘어 기획과 제작 전반에서 해외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향후 국내 제작사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보폭 역시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핵심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통하는 한국 드라마의 서사적 힘이다. 독자적인 IP의 가치가 방송 영상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 드라마가 쌓아 올린 탄탄한 스토리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OCN, ENA,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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