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도 굿즈 열풍…팬덤 확장인가, 상술인가[Ce:포커스]
- 입력 2026. 10.07.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아이돌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굿즈 시장이 예능 프로그램으로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출연진의 케미스트리와 프로그램 속 캐릭터, 유행어와 밈 등이 하나의 콘텐츠 IP로 활용되면서다.
우주떡집-풍향고2-야구여왕2
단순히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한 상품을 넘어 시청자가 콘텐츠를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팬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굿즈와 팝업스토어가 활용되고 있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나 상품 구성으로 소비자의 피로감과 반감을 부르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예능 굿즈가 새로운 수익 모델이자 팬덤 확장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뜬뜬'의 '풍향고2'의 경우 유재석, 이성민, 지석진, 양세찬의 즉흥 여행기를 담은 웹 예능으로,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여행이라는 소재를 살린 후드티, 볼캡, 필름카메라, 러기지택, 구름장수 인형 키링 등의 공식 굿즈를 선보였다. 공식 굿즈는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으며, 추가 예약 판매까지 진행됐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구매 요청이 이어지는 등 방송을 넘어 팬들의 소비로까지 관심이 확장됐다.
채널A '야구여왕2' 역시 예능과 굿즈의 결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야구여왕2'는 방송 속 여자 야구팀 블랙퀸즈의 공식 유니폼과 모자 등을 굿즈로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팬덤명을 '까망이'로 정하며 방송을 중심으로 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굿즈는 실제 팬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초 진행된 '야구여왕2' 3차 직관 이벤트에는 80팀, 총 160명을 선정하는 행사에 약 3200명이 신청했다. 앞서 진행된 직관 행사에서도 선수들과 팬들의 기념사진 촬영, 사인회 등이 진행되는 등 방송 밖에서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이 만들어졌다. 제작진은 "최근 블랙퀸즈 공식 굿즈인 유니폼을 착용하고 응원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며 "선수들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예능에서 굿즈와 팝업스토어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콘텐츠 산업의 중심이 '방송'에서 'IP'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도 있다.
과거에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시청률과 화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방송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와 세계관, 출연진의 관계성 등을 방송 이후에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와 상품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예능은 아이돌처럼 처음부터 명확한 팬덤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출연진의 관계성이나 프로그램 속 캐릭터,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장면과 유행어 등을 통해 팬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적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팝업스토어를 통한 오프라인 체험까지 더해지면서 시청자는 콘텐츠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소유하고 경험하는 소비자로 확장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굿즈와 팝업스토어는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는 수단이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시청자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며 프로그램과 관련된 경험을 이어갈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콘텐츠 IP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팬심'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식으로 소비될 때다. 최근 나영석 PD가 연출을 맡은 tvN 예능 '우주떡집'을 둘러싸고 팝업스토어와 굿즈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앞서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우주떡집과 토롱이의 여름 추억' 팝업스토어에서는 반팔 티셔츠가 3만9000원, 랜덤 인형이 2만5000원, 랜덤 미니 키링이 1만7000원에 판매됐다. 일부 방문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상품 가격이 높다는 취지의 불만을 나타냈다.
가격 자체만으로 상품의 적정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제작비와 디자인, 생산 수량, 유통 과정 등 상품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만으로 가격을 감수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굿즈는 팬에게 있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상품의 완성도와 실용성에 대한 기대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격에 비해 상품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팬심을 겨냥한 상품이 오히려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이나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예능 굿즈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많은 팬이 구매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팬들이 해당 상품과 경험에 책정된 가격을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능 굿즈와 팝업스토어의 확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콘텐츠 속 캐릭터와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하고 시청자와 프로그램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는 점에서 새로운 팬덤 문화이자 콘텐츠 산업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팬이니까 산다'는 기대만으로 가격과 상품의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시대는 점차 지나가고 있다. 팬심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과 팬심을 소비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콘텐츠의 인기를 상품 판매로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 소비에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각 공식 유튜브 채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