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유니스, 아이돌들이 '그때 그 노래'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Ce:포커스]
입력 2026. 10.07. 10:00:00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최근 K팝 아이돌 시장에서 과거 명곡을 다시 소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곡을 리메이크하거나 오마주하고, 여기에 현재 아티스트의 색깔을 더하는 방식이다.

리센느의 'Pretty Girl', 유니스의 '하늘땅 별땅'을 비롯해 전소연의 '퇴사할게여' 등이 대표적이다. 앳하트는 룰라의 '3!4!'를, 영파씨는 카라의 '미스터'를 활용하며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과거 음악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사운드와 퍼포먼스, 콘셉트로 다시 풀어내면서 원곡을 기억하는 세대와 이를 처음 접하는 세대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 리센느·유니스, 익숙한 명곡에 새로운 얼굴을 입히다

리센느는 최근 리메이크 싱글 'Pretty Girl'을 통해 과거 명곡을 현재의 K팝 문법으로 재해석했다.

'Pretty Girl'은 기존 세대에게 익숙한 곡을 리센느만의 색깔로 새롭게 선보인 곡이다. 원곡의 친숙함을 가져가면서도 멤버들의 이미지와 퍼포먼스를 더해 새로운 무대로 완성했다.

성과도 이어졌다. 리센느는 'Pretty Girl'로 SBS M '더쇼'에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MBC '쇼! 음악중심'에서도 세 차례 정상에 오르며 음악방송 4관왕을 기록했다.

유니스 역시 리메이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유니스의 '하늘땅 별땅'은 Y2K 하이틴 감성을 앞세워 익숙한 곡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여덟 멤버는 펑키하고 키치한 스타일링과 발랄한 퍼포먼스로 곡의 분위기를 살렸고, 군무와 안정적인 라이브를 통해 현재 아이돌 무대에 맞는 새로운 색깔을 보여줬다.

'하늘땅 별땅'은 발매 직후 필리핀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카타르,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등 다수 지역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멜론 HOT100 진입 이후 순위 상승세를 이어갔고, 퍼포먼스 비디오 역시 유튜브 데일리 뮤직비디오 차트 7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신곡에 대한 관심이 과거 무대와 음악으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곡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환기하고, 원곡을 접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음악으로 소비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최근 아이돌 음악 시장의 소비 구조 변화 역시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A씨는 "최근 주류 아이돌 음악을 들어보면 가사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거나, 한국어인지 영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곡들도 있다"며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지 않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원 차트를 수시로 확인하는 업계 관계자들조차 새로운 앨범이나 신곡이 나왔을 때 대중적으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음악이 일부 팬덤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런 환경에서 과거 명곡의 익숙함이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하는 진입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과거 명곡을 활용한 리메이크는 대중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이라며 "특히 한국어 가사를 중심으로 한 곡은 듣는 사람에게 친숙함을 주고, 과거의 추억까지 환기한다. 새로운 곡을 접하는 것보다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소비로 이어지기 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익숙함'이 만든 세대 간 교집합

과거 명곡을 다시 활용하는 가장 큰 장점으로는 역시 '인지도'가 꼽힌다. 이미 한 번 대중의 귀에 익은 멜로디인 만큼 새로운 곡보다 빠르게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 B씨 역시 "과거 인기 있었던 곡들을 현재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성장한 K팝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곡이 대중에게 빠르게 각인되기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명곡은 기존 팬덤과 새로운 청취자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씨는 "기존 곡을 알고 있던 세대와 아이돌 팬층이 함께 음악을 소비하면서 연령대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비해 더 높은 연령층에서도 숏폼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유니스의 경우 '하늘땅 별땅' 활동을 계기로 과거 무대와 음악까지 다시 주목받으며 그룹 전반으로 관심이 확장됐다. 리메이크곡 하나가 단순한 음원 소비를 넘어 아티스트를 새롭게 알리는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익숙한 원곡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리메이크곡 역시 결국 새로운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리메이크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곡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리메이크 버전을 들었을 때 원곡자의 색깔만 떠올리게 된다면 새로운 버전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곡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가수만의 보컬과 해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원곡을 뛰어넘거나 별개의 매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 역시 비슷한 지점을 짚었다. 그는 "과거 명곡을 활용하면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단기간 화제성을 확보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것이 곧바로 해당 아티스트의 인지도나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 아이돌의 경우 결국 자신들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전소연부터 앳하트·영파씨까지…방식은 제각각

전소연의 '퇴사할게여 (Narr. 기안84)' 역시 과거 대중음악에 대한 오마주를 현재의 감각으로 풀어낸 사례다.

소연의 정규 1집 타이틀곡 '퇴사할게여'는 익스(EX)의 '잘 부탁드립니다'를 오마주한 곡으로, 직장인의 현실적인 소재인 '퇴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낭만적인 가사를 더했다. 여기에 소연 특유의 음악적 색깔을 입혔다.

지난달 7일 발매된 '퇴사할게여'는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1위를 기록하며 퍼펙트 올킬(PAK)을 달성했다. 소연은 지난 1일 Mnet '엠카운트다운'과 4일 SBS '인기가요'에서 잇달아 1위에 오르며 음악방송 2관왕을 기록했다. 특히 솔로 가수로서 처음 지상파 음악방송 정상에 올랐다.

리센느와 유니스가 과거 명곡을 직접 리메이크하는 방식이었다면, 소연은 익숙한 곡의 정서를 오마주하고 이를 자신의 이야기와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영파씨와 앳하트도 각각 다른 방식으로 과거 음악을 소환한 바 있다. 영파씨는 지난 7월 발매한 첫 믹스테이프 '영 테이프'의 타이틀곡 '미스터 2026'을 통해 카라의 히트곡 '미스터'를 영파씨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원곡의 후렴 부분을 칩멍크 스타일을 활용한 트렌디한 사운드로 재구성했다. 앞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오마주한 'XXL'을 선보였던 만큼, 과거 음악을 자신들의 힙합 색깔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앳하트는 '타임 트래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싱글 '3!4!'를 통해 룰라가 1996년 발표한 곡을 재해석했다. 원곡의 분위기에 뉴잭스윙 기반의 사운드와 현재적인 퍼포먼스를 더했다. 원곡자인 이상민과 채리나를 비롯해 1990~200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챌린지에 참여하며 세대 간 연결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아이돌들의 '리메이크 열풍'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의 아이돌 시장의 리메이크 흐름을 장기적인 트렌드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도 특정 시기마다 발라드 등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리메이크 열풍이 나타났던 만큼, 현재의 흐름 역시 음악 시장과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에 따라 형성된 하나의 사이클일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아이돌 시장에서 리메이크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너도나도 리메이크에 나선다면 오히려 식상해질 수 있다"며 "과거에도 발라드 리메이크 열풍이 한 차례 지나간 것처럼, 특정 장르나 시장에서 리메이크가 유행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리메이크나 오마주 음악이 주목받는 시기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있어 왔다"며 "하나의 장기적인 음악 트렌드로 자리 잡는다기보다는 시장 상황이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따라 주기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결국 과거 명곡을 활용하는 것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현재의 음악으로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A씨는 "리메이크는 아티스트를 대중에게 알리고 관심을 환기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스페셜 앨범 등을 통해 활동의 붐업을 이끌어내는 데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리메이크가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대신 기존의 인지도에 기대는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리메이크를 통해 확보한 관심을 아티스트 고유의 음악과 색깔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씨 역시 "리메이크나 오마주 역시 음악을 표현하는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 자체만으로 창작의 다양성이나 신곡의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큐브엔터테인먼트, 더뮤즈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타이탄콘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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