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 경성 미장센의 비밀…유인식 감독·양홍삼 미술감독이 밝힌 제작기
입력 2026. 11.04. 10:46:38

100일의 거짓말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1932년 경성을 생생하게 구현하기까지 제작진의 세밀한 노력이 담겼다.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연출 유인식·김윤진, 극본 류보리)이 시대적 고증을 바탕으로 완성한 미술 작업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유인식 감독과 양홍삼 미술감독이 작품 속 공간에 담긴 제작 과정과 연출 의도를 직접 밝혔다.

유인식 감독은 "연출부와 미술팀 모두 당시의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며 "특히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니며 공간을 찾고, 몇 초간 스쳐 가는 한 장면을 위해서도 세트를 짓고 소품을 세팅한 미술팀의 노고가 어마어마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의 미술을 총괄한 양홍삼 미술감독은 '1932년 경성'을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1932년 경성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과거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현재였다"라는 세계관을 설정했다며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고증하고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사람들의 삶과 꿈, 욕망이 깃든 공간을 통해 그 시대의 현재를 생생하게 되살리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제강점기의 억압적인 현실 속에서 전통적인 조선 문화와 근대 서양 문물이 공존했던 시대적 특성을 반영했다. 양 감독은 "'모던걸·모던보이'로 상징되는 근대 문화의 이미지뿐 아니라 그 이면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존재했다"며 "경성을 화려하고 낭만적인 모습으로 미화하기보다는 시대의 흔적과 구체적인 생활상을 충실히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미술팀의 조사 범위도 세밀했다. 건축물의 외형은 물론 거리의 간판과 상점 구조, 실내 가구, 생활 소품 등 당시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요소까지 살폈다.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미국과 일본, 당시 일본의 침략과 영향 아래 있었던 다른 국가의 건축 양식과 생활 문화를 참고해 공간을 재구성했다.

양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대 일제가 국권 침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홍보 기록 영상과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묻어 있는 영화들을 통해 수탈의 증거와 생활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극 중 주요 공간에도 이러한 고증과 연출 의도가 반영됐다. 경복궁을 가로막고 세워진 조선총독부는 제국주의적 폭력과 가짜 명분을 시각화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수직 기둥, 높은 계단을 활용해 권력의 위압감을 표현했으며, 기송관실은 적의 중심부라는 상징성을 심장의 이미지로 구현했다.

유소란(김현주)과 유필립(이무생)이 머무는 희원은 근대 건축물 딜쿠샤의 서사를 모티브로 재구성했다. 고딕풍 건축 양식과 벽돌을 쌓아 올리는 조적식 건축 방식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구국단 아지트는 한성 한의원 지하에 자리한 공간으로 설정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활동하는 인물들의 상황을 담았다. 토막촌에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실과 그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조선인들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인물의 내면을 공간에 투영한 점도 특징이다. 양 감독은 김태웅과 사토 신이치(진선규)의 공간적 키워드로 '결핍, 위선, 정체성의 혼돈'을 꼽았다. 사토 신이치의 집무실은 검은색과 황금빛을 활용해 양면성을 드러냈고, 서재에 자신의 의상을 걸어둔 설정으로 결핍과 열등감을 표현했다. 김태웅의 집무실에는 서양풍 가구와 일본풍 그림, 벽지를 배치해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시각화했다.

이가경(김유정)의 공간에도 인물의 서사가 담겼다. 토막촌에서 꿈을 품고 살아가던 이가경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조선총독부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확실성을 미로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희원에 있는 이가경의 방 벽지를 미로처럼 보이는 모양과 기호로 디자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 감독은 "누군가는 독립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지켰고, 또 누군가는 하루하루의 생계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시간을 견뎌냈을 것"이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모습을 공간 곳곳에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통해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의지를 현재의 우리가 공감하고 응원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100일의 거짓말' 9회는 오는 7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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