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입체적인 ‘헤어질 결심’,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인터뷰]
입력 2022. 06.29. 12:16:41

'헤어질 결심' 박해일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시작도 안됐을 터. “박해일 배우에 거의 맞춤형으로 각본을 쓰다시피 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대체불가 연기를 선보인 박해일이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 후 전 세계 평단과 언론의 끊임없는 극찬을 받고 있다.

“하던 일을 하던 사람인데 팬데믹 이후 첫 소개되는 영화에요. 소개를 못하다가 하게 돼서 ‘그래, 이게 내가 하던 일이잖아!’라고 느끼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저 자신에게도 반갑죠. 시사회를 통해 무대인사도 정말 오랜만에 하게 돼서 팬데믹 전 상황보다 낯설고 긴장되는 부분이 있어요. 매번 영화를 하다보면 칭찬을 받는 일도 있고, 어떤 게 아쉽다라고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자리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감독님 또한 물리적으로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인데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영화지, 우리 이렇게 찍어왔지’라며 반가운 마음을 서로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요.”

서래와 해준은 ‘진실’을 둔 수사 과정에서 서로에게 호기심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낀다. 섬세하게 담긴 두 인물의 감정은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들며 보는 이들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하게 만들기도.

“그 얘기를 보신 분들이 하시더라고요. 제가 들은 바로는 ‘한 번 봤는데 해준과 서래의 다른 시선으로 보고 싶다’였어요. 이 영화는 한 번에 보이고, 알려주는 작품 톤이 아니구나를 알게 됐죠. 입체적으로 영화가 만들어져서 다각도로 봐주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개봉하면 어떤 얘기를 해주실지 궁금해요.”



박해일은 극중 예의 바르고 청결한 형사 해준 역을 맡았다. 시경 사상 최연소 경감 직위에 오를 정도로 유능한 그는 늘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청결에 신경 쓰며 범인을 잡는 것에 최선과 진심을 다하는 인물이다. 박찬욱 감독은 각본 단계에서부터 해준 역에 박해일은 염두해 두고 썼다. 해준의 ‘해’는 바다를 뜻하기도 하지만 박해일의 ‘해’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감독님의 작업 방식이 보통 각본을 완성해놓고 시작하세요. 이번에는 정서경 작가님과 작품을 준비하면서 중국 배우가 필요하다는 게 전제였죠. 탕웨이 씨의 캐스팅이 완벽하게 되어야 작품을 쓸 수 있다고 하셨어요. 더불어 저까지 포함해서요.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해야 촬영할 수 있다고 해서 캐스팅 후 시나리오를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캐스팅을 먼저 한 상황이라면 창작자 입장에선 배우가 가진 기질들을 시나리오를 쓸 때 활용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첫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잘 읽혔죠.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으면 어떡하나라는 질문이 생기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읽히는 부분이 있었어요. 난해하고, 어려운 부분보다는 그 인물이 되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죠. 대사,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런 식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연기할 때도 감독님께선 디테일한 부분을 지지해주셨어요. 원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구현했죠. 탕웨이 씨와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감정 결들을 보여 줘야하는 호흡으로 가서 만족스러웠던 촬영이었어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해준은 서래와의 만남으로 예기치 못한 변화를 겪는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잠복근무를 일상처럼 해오던 그는 마침내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관계에서 시작된 두 사람은 진심을 드러내지 않은 채 미묘하고, 팽팽한 감정 줄다리기를 이어간다.

“형사인 해준은 직군에 자긍심을 가진 친구고, 품위도 있어요. 최연소로 경감까지 간 설명이 있었죠. 그런 전사라면 자기 자신에게 단단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동시에 예의도 바르고, 자기만의 일관된 루틴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가려는 자존심도 있을 테고요. 그런 면을 초반에 끌고 가다가 서래를 만나면서 서서히 본인도 모르게 감정에 흔들려요. 형사로서 쌓아왔던 것들까지 흔들릴 정도로 감정들이 위태위태하게 나아가죠. 감정의 변화, 흐름들의 차이를 초반과 후반에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야기 중심에 서있는 서래는 속을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해준을 혼란에 빠뜨린다. 두 사람의 대화는 평소와 다른 톤으로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이러한 대화, 대사들이 낯설게 다가오진 않았을까.

“제가 연기했던 영화 ‘덕혜옹주’의 김장한 역이 고전적인 맛이 있어요. 그 시대에 어울리는 말투를 쓰기도 하고, 품위라는 단어를 써 박 감독님이 소스로 활용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해준스러운 말투, 문장, 시적인 부분들이 낯설거나 어렵진 않았어요. 오히려 매력 있어서 잘 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강했죠. 재밌는 건 해준은 형사잖아요. 일반적인 형사 캐릭터와 어울릴까 싶었는데 충돌하는 게 매력 있더라고요. 그래서 잘 섞어보려고 했어요.”

서래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말한다. 해준은 서래의 “마침내”, “단일한” 등 말을 듣고 호기심과 함께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중국인인 서래는 한국말을 잘 못해요. 그래서 낯설어하며 내뱉게 되는,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말투들을 쓰는데 그게 이 영화의 질감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감독님도 그 부분을 활용하고, 확장하려 하셨어요. 서래를 통해 해준도 ‘마침내’ ‘단일한’이라는 단어를 받아쓰죠. 이는 해준이 서래에게 다가가는 태도인 것 같아요. 서래가 주변에 만났던 사람들, 모습까지도 해준은 따라해 봐요. 범인의 발자취를 밟듯, 사건현장에 다시 가서 범인의 입장으로 돌아와 행해보듯 말이죠. 수사극 안이라 가능했던 이야기 같아요. 말투도 그렇고요.”



박해일은 수사 과정에서 형사로서 갖는 ‘의심’과 인간적으로 느끼는 ‘관심’의 변화를 큰 폭의 연기로 소화해내야 했다. 더불어 형사 역할을 처음 맡았던 그는 기존 장르물 속 형사와 차별화된 모습을 표현해야 했기에 어려움도 컸을 터.

“쉬운 건 하나도 없었어요. 형사라는 캐릭터도 처음 해봤거든요. 기존에 없던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180도 다른 느낌이 들었죠.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순 없지만 형사스러운 부분을 보여줘야 했어요. 그렇게 드라마가 흘러가면서 서래를 통해 감정의 파도를 겪게 되는 감정의 결, 깊이, 넓이를 끌어안고 해내야하는 상황들이 숙제였어요. 쏟아내는 것들이 다음으로 가는 전환 느낌이 들어야 했죠. 해내지 않으면 다음 드라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적절한 감정을 보여줘야 해서 난이도가 있는 신들이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해준에게 몰아치는 감정들과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상황들에 대한 표현들, 직접적인 것보다는 에둘러 차오르는 느낌의 감정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게 괴로웠죠. 감독님께서 도움을 주셨지만 제가 해내야하는 숙제였어요.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장면을 획득한 것 같아 좋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탕웨이 씨도 저보다 더 어려우면 어려웠을 거예요.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갔기에 영화적 결과물을 즐기고 있는 거죠.”

해준을 표현하고, 완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탕웨이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매혹적인 시너지는 서서히, 그리고 깊게, ‘헤어질 결심’에 헤어 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탕웨이 씨는 에너지가 좋으세요. 에너지를 유지하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더라고요.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봤어요. 제가 준비하고, 해나가는 방식과는 차이들이 있었죠. 그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문화권이 다른 배우와 연기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짧은 순간이 아닌, 긴 호흡이라 소통의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고민이 있었죠. 그러나 탕웨이 씨는 그런 부분에 경험도 많고, 여유도 있어 마음을 열어주며 저라는 배우를 맞이해줬던 것 같아요. 미세한 감정, 호흡을 느껴가며 해야 했던 것도 성실하게 리액션을 해주셨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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