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록 버전 ‘죽은 시인의 사회’
입력 2022. 07.27. 11:10:28

‘스쿨 오브 락’

[유진모 칼럼] 영화 ‘스쿨 오브 락’(2003)은 ‘비포 선라이즈’ 등의 ‘비포’ 시리즈와 ‘보이후드’ 등에서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 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코미디의 장인 잭 블랙이 완성한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록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록 기타리스트 듀이(잭 블랙)는 음악 동료였지만 이제 대리 교사를 하며 연인 패티와 살고 있는 네드 집에 얹혀산다.

패티는 네드에게 빌린 돈과 밀린 집세를 내라고 듀이를 압박한다. 듀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클럽 공연에서 튀는 행동을 한 탓에 밴드에서 해고된다. 집에서 빈둥거리는데 전화 한 통이 온다. 보수적인 사립 초등학교 교장 로잘리(조안 쿠삭)가 갑작스레 결원이 생기자 주변의 소개를 받아 네드를 대리 교사로 임시 고용하겠다는 것.

듀이는 네드에게 알리지 않고 출근해 네드 행세를 한다. 주급 650달러는 매우 유혹적인 조건이기 때문. 그런데 수업은 딴전이고 학생에게 놀라고 하며 자신도 건들거린다. 그러던 중 학생들이 클래식 수업을 받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들에게 록을 가르친다. 당연히 로잘리, 다른 교사, 학부모 등에게는 철저하게 비밀로 한다.

학생들의 실력이 의외로 상당한 수준이라 듀이는 음반 취입의 기회가 주어지는 밴드 경연 대회 출전을 목표로 연습을 시킨다. 밴드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의상 담당 및 각종 부대 서비스를 맡아 제각기 열심히 활동한다. 어느 날 네드에게 학교로부터 수표가 날아들자 체념한 듀이는 네드에게 자초지종을 고백하고 용서를 빈다.

하지만 패티는 경찰에 신고하고, 진상을 알게 된 학부모들이 로잘리에게 강력하게 항의한다. 결국 듀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경연 대회 출전은 물 건너가는데. 이 명문이라는 사립 학교의 연간 수업료가 무려 1만 5000달러이다. 이 작품은 선진국일수록 고민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듀이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해 봐야 성공 못 해. 성공은 잘난 놈들, 환경 파괴범들의 몫이지. 그들을 이길 것은 오직 록이야.”라고 주장한다. 록은 로큰롤(Rock and roll)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 노예로 팔린 흑인들의 우울한 블루스에 비트가 가해져 리듬 앤드 블루스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컨트리 앤드 웨스턴 등이 더해져 탄생한 것.

그 배경에서 보듯 로큰롤은 엘비스 프레슬리 이전까지는 백인보다는 흑인이 먼저 주도했다. 데뷔 전의 프레슬리는 낮에는 트럭 운전사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 부르던 가난한 청년이었다. 이렇듯 록은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빈부 격차에 반항하며, 기득권의 보수주의에 반발하는 저항 정신이 강한 탄생 배경을 지니고 있다.

듀이가 결성한 스쿨 밴드의 이름이 이 영화 제목이다. 밴드 멤버 중 동양인 소년은 자신이 ‘왕따’(인종 차별)이기에 멤버를 못 하겠다고, 흑인 소녀는 뚱뚱해서 비웃음을 살 것이라는 이유로 못 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듀이는 연주와 노래를 잘하기에, 외모나 인종보다는 그 실력과 음악성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우어 준다.

이 작품은 미국의 역사를 은근히 자랑하기도 한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역사를 거론하기 민망할 정도의 신생국이다. 영국에서 박해를 받은 프로테스탄트들을 비롯해 유럽의 범죄자들이 초기에 많았다는 점도 어떤 면에서는 핸디캡이다. 그런데 프로테스탄티즘은 기득권과 보수주의에 반대하는 개혁 성향의 이념이 강하다.

그게 미국의 정신인 것이다. 로잘리는 스티비 닉스의 열혈 팬이다. 미국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여성 로커라면 단연 재니스 조플린이지만 그녀는 1970년 27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이후 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여성 보컬리스트인 닉스가 그녀의 자리를 대신했던 것이다. 그녀의 대표 솔로 곡 ‘Edge of seventeen’이 삽입되었다.

바로 로잘리가 자신의 진면목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듀이가 주크박스에서 그 노래를 틀자 흥분한 그녀는 “내가 원래 안 이랬는데 내가 혐오하던 인간형으로 변했다. 안 그러면 해고당하니까.”라며 노래의 분위기에 젖어 든다. 축자주의나 형식주의 같은 고루한 원칙주의에 감자를 날리는 것이다. 체면이냐, 현실이냐를 묻는다.

‘In the groove’에 빠져 임프로비제이션(즉흥 연주)을 펼칠 때의 듀이는 미친 듯하다. 그런데 그게 록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전통을 고집하지 않고), 주위를 의식하지 않으며(체면 차리지 않으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의, 더 나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예술 행위! 고매한 것도 나쁘지 않지만 자유가 최상이다!

듀이에게서는 아고라 광장에서 외설 행위를 하는가 하면 “뭐든지 다 들어 주겠다.”라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햇빛이나 가리지 마.”라던 디오게네스가 엿보인다. 영화의 법칙대로 우여곡절 끝에 스쿨 오브 록은 경연 대회에 출전한다. 그리고 관객, 다른 밴드,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감동시키지만 우승하지는 못한다.

그러자 듀이가 학생들에게 “실망하지 마. 우리는 우승하러 온 게 아니라 훌륭한 공연을 하러 온 것이니까. 우리는 록으로 세상을 가르친다.”라고 말한다. 이 역시 현실 교육의 탄착점에 일침을 가하는 교훈이다. 학교는 인성과 인격이 아니라 잘사는 방법론만 가르치니까. 어떻게 ‘일류’ 대학과 고수입 직장에 갈 수 있는지만.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게 태어나지만 (부패한) 사회로부터의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오염된다고 주장했다. 학습보다 경험이 먼저이고,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벌레를 보고도 혐오감을 느낄 수 있으니 자연과 잘 어울리도록 가르치라는 식으로 썼다.

그럼으로써 올바른 인식 주관의 개념적 틀을 형성해 ‘훌륭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선하고 올곧은 성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에밀’은 훌륭한 저작이지만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은데 이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와 함께 교육의 지침서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잭 블랙과 OST도 매우 훌륭하다.

[유진모 칼럼 /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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