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변요한, 연기로 그치지 않는 삶 [인터뷰]
입력 2022. 08.03. 08:00:00

변요한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변요한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 중에 눈에 밟히지 않는 캐릭터가 없었지만 이번은 다르다. 변요한이 시도한 첫 악역이어선지, 왜군이어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또 보고 싶어진다. 와키자카에 새 숨을 불어넣은 변요한의 압도적인 에너지가 빛을 발한다.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변요한은 설렘과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다양한 작품들로 꾸준히 활동한 변요한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인터뷰는 화상으로 이뤄져 실질적으로 취재진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에 얼굴을 맞대고 작품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서로에게 꽤나 반가웠다. 취재진들을 정답게 반겨주며 변요한은 “늘 첫날은 긴장돼 잠을 못 자는 편이라, 인터뷰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에 그는 인터뷰 장소에도 40분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스크린에서 본 서늘한 분위기의 와키자카는 온데간데없었다. 왜군 장수의 맹수 같은 매서운 눈매와 살기 어린 눈빛이 잊혀질 정도로 변요한은 안광이 빛나 보였다. 미묘한 한 끗이 선함과 악함을 나누듯이, 변요한은 찰나의 눈빛으로 선과 악을 넘나들었다. 짧게 담소를 나눈 뒤 자연스럽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또 한 번 사뭇 달라진 변요한의 눈빛은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 변요한은 극 중 해상과 육지 전투에서 모두 능한 왜군 수군 최고 사령관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촬영을 마친 지 2년 만에 와키자카를 다시 만난 변요한. 못내 쑥스러웠는지 언론시사회에서 최초 공개된 완성작은 집중해서 보지 못했다고. 대신에 그는 국군 장병들과 함께한 ‘한산’의 독도함 시사회에 다녀오면서 당시 촬영 현장들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영화가 너무 멋있게 나왔다. 저희 배우, 스태프들, 모든 팀들이 고민했던 지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그 이상 하시지 않았나 해서 감사했다. 언론시사회 때는 제대로 못 봤다. 저는 제가 연기한 걸 저 혼자 봐야한다. 옆에 누가 있으면 안 된다. 저희 강아지가 있어도 안 된다. 그런데 독도함 가서 보니까 그때 생각이 더 뚜렷하게 나더라. 필요없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탄탄하게 만드신 것 같아서 다시 한번 김한민 감독님께 감사하다. 저의 방향과 속도와 깊이까지도 찾아주시려고 노력한 박해일 선배님께도 특히나 감사드린다.”

35살의 변요한이 ‘한산: 용의 출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변요한은 30대의 중반에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을 고민했다. 많은 선배 배우들을 대적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따랐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더 컸던 변요한이다. 2년이지나 다시 봐도 변요한은 뜨거웠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했다.

“촬영했을 때 제 나이가 35살이었는데 세월을 보게 되더라. ‘나도 이제 서른 살 중반이라 깊이가 생기겠지’하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 반대편에 관록 있으신 선배들이 많으셔서 민폐가 되면 어쩌지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나름 자랑스러웠다. 서른 다섯에 장군을 연기한다는 자신감도 있고. 어느덧 빠르게 서른일곱이 됐는데 2년이 지나 저를 봤을 때 인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배우가 재밌는 것 같다. 지금보다 마음은 더 뜨거웠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좋은 말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것도 나였으니까. 그때의 내 생각이고 정점이지 않았나 싶다.”

변요한은 와키자카를 구축하면서 외형적인 변화에도 힘썼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함부터 탁월한 지략까지 갖춘 와키자카는 호랑이 같은 사나운 맹수로 그려졌다. 이에 변요한은 호랑이의 기운을 토대로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감각들을 끌어냈다.

“시작하기 전에 이미지적으로 정해놓는데 결국에 전형적이지 않고 사무라이 정신이 있는 와키자카 외형을 만들을 때 지금의 모습이 최선이었다. 호랑이를 강조했다. 호랑이 같은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분장팀한테 호랑이 사진을 캡처해 보내기도 했다. 주름도 그렇고 투구가 벗겨지고 수염 모양이나 웃을 때 표정도 그에 필요한 근육들을 많이 쓸려고 노력했다.”

변요한은 앞서 ‘명량’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와키자카 역을 이어받게 됐다. 하지만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변요한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명량’과는 별개로 그는 자신만의 와키자카를 구축하는데 충실했다.

“연기를 하는데 시작과 동시에 부담과 책임감이 생기는데, 생기는 것에 대해서 다시 평가하는 것 같다. 제 굽이 무뎌지지 않기를 바란다. ‘명량’에서 조진웅 선배가 와키자카를 했지만 한산도 대첩이 먼저고 ‘명량’에선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 피드백도 담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저라는 정체성과 제가 만드는 와키자카의 정체성이 사라질까봐. 모르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저만의 와키자카라는 인물의 감정을 찾는데 더 몰두했다.”

박해일은 ‘한산’에서 절제된 연기를 선보인 반 면에 변요한은 감정을 분출해내야 했다. 이러한 지점은 이순신과 와키자카의 감정선에서부터도 분명한 차이를 둔다. 때문에 영화에서도 기고만장했던 와키자카가 붕괴되는 서사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와키자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그게 시대상을 보여주고 감정적인 빌드업이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와키자카가 용인전에 이겨서 승장이 되고 자신감과 패기 넘치는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 그런데 해전에서 박해일 선배는 절제력 있게 연기하는데 반대로 저는 자리에 앉아서 지휘만 하다가 무너진다. 장군들에 대해 분석해봤는데 흥분은 싸움에서 지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와키자카는 그 안에 여러 가지 미끄러워질 수 있는 요인들이 있었고. 박해일 선배가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지혜롭게 기다리고 인내하다가 결국에 진을 완성시켜서 격파시키니까.”

‘한산’의 와키자카는 변요한의 욕심이 투영된 캐릭터다. 잘 해내고 싶었다는 변요한의 욕망이 야망을 지닌 와키자카 그 자체로 녹아들었다. 다만 그는 흥행 욕심에 대해선 경계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신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변요한은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잃지 않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

“캐릭터가 손에 쥐어졌을 때 그 인물을 잘 표현하고 싶다. 후회할지라도. 늘 부족할지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게 전부다. 드라마 히트작은 있는데 영화에는 성적이 좋지 않다는 말에 대해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지금까진 흥행보다 많은 관객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전부다. 늘 작품을 시작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면 이번 작품으로는 무언가 배울 수 있을까다. 늘 배운다. ‘보이스’ 찍고 나선 전화오면 안 받는다.(웃음) ‘자산어보’ 이후엔 부모님한테 더 잘하려고 한다. 그냥 연기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스크린에서도 표현했으면 나와서도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 감독님한테도 감사하다는 말을 잘하고 싶고 그게 전부다. ”

일본어 연기부터 데뷔 첫 악역을 무사히 소화해낸 변요한은 ‘한산’을 통해 연기 농도가 짙어졌다. 새롭게 도약한 30대 중반을 변요한은 앞으로 어떻게 보내고 싶을까. 그는 뚜렷한 목표를 두지 않는 것이 목표라 했다. 흘러가는 흐름에 맡기되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변요한이다.

“신인 때도 종종 듣던 질문인데 그때마다 한 대답은 정해놓은 게 없다였다. 만나면 인연이고 그렇게 가고 싶다. 내년이면 벌써 데뷔 14년 차더라. 근데 지금도 똑같다. 다르지 않다. 어떤 선배님이 해주신 말인데. ‘어떤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를 해도 안 된다고. 만나는 순간 인연이고 마음 가는 대로 작품을 만났으면 한다.’ 그게 제 기질과 맞는 것 같다. 사적으로는 좀 더 성숙한 사람이고 싶다. 인내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변요한은 2011년 단편영화 ‘토요근무’를 시작으로 1년에 30편에 달하는 독립영화들을 찍으며 천천히 내공을 쌓았다. 이후 여러 작품들을 거치며 이제는 대작이라 불리는 상업영화까지 필모그래피에 올리게 됐다. ‘한산’은 변요한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지금까지 만나온 모든 작품들에 갖가지 터닝포인트가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연극을 하다가 독립영화에 들어갔을 때 터닝포인트였고 독립영화를 하다가 브라운관에 들어갔을 때도 터닝포인트였다. 늘 작품을 만날 때마다 터닝포인트였는데 그 의미는 작품이 끝나고 남는 게 있더라. 그 남는 것을 망각하면서 살지만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게 됐다. 삶에서도 연기할 때도, 누군가를 만났을 때나 세상을 바라봤을 때 시선도 달라진다. 많은 작품을 찍으면서 배운 것들도 있고.”

쉼 없이 전진하고 있는 변요한은 지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지치지 않아서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변요한의 뚝심이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강단있는 변요한의 다음이 또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이유다.

“쉴 생각이 없다. 이유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니까 그때에 맞게 최선을 다해 가고 싶다. 그래야 쓰러지더라도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것 같고 늘 그래왔다. ‘한산’도 많은 관객들이 봐주시면 좋겠고 봐주실 거란 믿음이 있다. 저희의 고민이 틀리지 않았구나. 모두의 단결력이 통했다. 이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 최신기사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