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사냥' 서인국, 13년 만에 들춰낸 새로운 얼굴 [인터뷰]
입력 2022. 09.30. 09:00:00

서인국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서인국이 강렬한 변신을 꾀했다.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하는 바다 위 거대한 움직이는 교도소 내에서 잔혹한 반란이 시작되고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의 생존 게임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서인국은 극 중 프론티어 타이탄에서 탈출을 꿈꾸는 종두로 열연을 펼쳤다.

국내로 호송되기 전,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 줄지어 선 일급 수배 범죄자들 가운데 서인국은 독보적인 위압감을 풍겼다. 베테랑 형사에 도발하고 구타당하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서인국의 광기 어린 눈빛은 현실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공포심을 유발했다. 존재만으로도 살기가 느껴진 서인국은 종두 그 자체로 완벽히 녹아들었다.

그동안 서인국에게서 보지 못한 얼굴들이 ‘늑대사냥’에서 대거 쓰였다 해도 무방할 정도다. 훈훈한 외모를 감춘 전신 타투부터 거친 대사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종두도 변신한 서인국은 한국 영화 속 빌런에 한 획을 그었다.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늑대사냥’은 해외에서 먼저 선보였다. 서인국도 관객들과 같은 마음으로 토론토 현지에서 처음 완성작을 봤다고. 서인국은 상영 내내 열광적이었던 당시 현지 분위기를 회상했다.

“저도 토론토에서 처음 봤다. 그전까진 감독님이 영화를 안 보여주셨는데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환호성이었다. 축제 분위기였다. 영화 시작부터 환호성 해주시니까 정말 시끌벅적하게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즐기면서 봤다.”

그간 ‘로코킹’으로 활약해왔던 서인국에게 ‘늑대사냥’의 종두는 꽤 파격적이었다. 180도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터. 이에 서인국은 확신에 차 말했다. 오래전부터 악역을 갈망해와서인지 서인국은 종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단순하게 악역을 하고 싶었다. 저는 제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환기를 가져야겠다. 다른 걸 해야겠다’란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다만 다양한 걸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그 안에서 악역을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매 작품이 끝나고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1순위가 악역이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더 큰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거쳐 가야 할 길이라 생각했다.”

종두는 범죄자들 사이에서도 차원이 다른 악의 끝판왕이었다. 이에 당연히 무리에서도 우두머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 터. 종두의 극악무도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서인국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풍겨 나오는 위협적인 모습에 집중했다.

“대본 자체에 종두의 잔혹성이 다 표현돼있었다. 종두가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무리의 두목을 하기엔 어린 나이지 않나. 나이가 더 많은 제 오른팔이 고창석 선배님이시고. 이때 내가 가질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을 때 잔혹성도 있지만 무언가 아우라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위험하다는 포스를 가져야겠다 싶어서 일부러 덩치를 키웠다. 운동도 하면서 흔히 UFC 헤비급 선수 몸으로 만들었다. 그냥 늑대를 보기보다 덩치 큰 흉측한 늑대를 보면 더 위압이 느껴지는 것처럼.”

‘늑대사냥’을 통해 서인국은 처음으로 고강도 액션도 소화했다. 무기를 쓰기보단 대부분 맨몸 투혼을 펼친 서인국은 ‘짐승 액션’이라고 표했다. 상식에 저항하며 살아 온 종두이기에 걸림돌이 되는 이들을 죽이는 것은 당연한 행위였다. 그래서 종두의 살인은 다른 캐릭터들보다 더 잔혹하고 야생적이게 그려진 이유다.

“마음에 들었다. 촬영하다 보면 현실적인 액션신이 있고 드라마틱한 액션신이 있다. 싸움을 굉장히 잘하는 캐릭터도 있고. 제가 표현하고자 한 종두는 싸움을 잘한다기보다는 파괴를 잘하는 사람. 그래서 짐승 같았다. 짐승이 하는 건 자기의 목적을 행하기 위해, 사냥하듯이 하지 않나. 종두가 그런 거다. 칼이 없으면 이빨로든 뭐든. 종두는 싸우다 보면 손으로 눈도 파고 그럴 것 같다. 뭔가 피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맞더라도 파괴. 때리기보다 파괴하고 망가뜨리는데 초점이 맞춰있으니 짐승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첫 악역으로 변신한 모습을 스크린에서 마주한 소감은 어떨까. 서인국은 기분 좋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종두가 하는 행동에 애절한 의미를 붙이거나 특별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아서 악역 연기를 더 즐길 수 있었다는 서인국이다.

“너무 재밌었다. 또 다른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만약에 종두가 어떤 서사를 갖고 있고 애초에 악역으로 나와도 악역이 가지고 있는 갈등이 있고 풀려고 하는 어떤 감정이 섞여 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종두는 오로지 하나의 길로만 갔다. 그래서 힘든 점보다는 재밌는 게 더 컸다. 오로지 ‘배를 타고 도망가자. 눈에 거슬리면 죽이면 되지’ 이것밖에 없는 친구였다.”

다만 종두의 활약이 영화의 1시간 동안만 채워지는데 못내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종두는 관객들에 악질 중의 악질로 깊이 각인됐다. 이에 서인국은 영화적 특징을 빌려 말했다. 물론 ‘늑대사냥’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서인국이 맡은 종두는 빌런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이끌며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영화에는 다양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있다. 한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서 서사를 설명하기도 하고 여러 인물들이 나와서 가지고 있는 서사를 한 명씩 풀어가는 방식이 있는데 ‘늑대사냥’은 후자인 거다. 저는 초반을 끌어가면서 배를 장악하고 알파가 깨어나기 전까지 모든 걸 휘두른 역할이다가 중간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나. 옴니버스는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나눈 방식이라 생각한다. 나름의 통쾌함이 있다면 모든 사람의 기대를 때리는 것. 기존의 없던 방식이고 제가 마치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한 다음, 또 다음 문이 있고.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 거다. ‘저 주연이 끝까지 나와야 해’라고 고정관념에서 보면 실망감이 있을 수 있지만 순수하게 영화로 본다면 서인국이 주연이라는 전제조건이 없이 보는 게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 방식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첫 악역 도전을 무사히 마친 서인국은 연기 욕심을 내비췄다. 종두를 통해 한계 없는 연기적 스펙트럼을 증명해낸 서인국은 끊임없이 장르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꿈꿨다.

“어떤 기대치와 사랑을 받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것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사실 그렇게 받아보면 배우로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인 거니까 그게 오히려 이미지 소비가 되는 거고 그것 밖에 할 줄 모르는 배우 같다. 미래를 봤을 때 슬픈 일이라 생각해서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로코만 한 것도 아니다. 사기꾼도 했고 멜로나 청춘도 하고 다양한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 크게 기억되는 작품이나 캐릭터도 있지만 종두를 좋아해주실 분들도 있을 거라 믿는다. 앞으로 더 악역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고. 제가 잘하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배우 서인국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스스로도 달달한 로코, 사랑하는 이미지로만 추구하고 싶진 않은 게 배우로서 목표니까 앞으로도 도전할 것 같고 많은 장르에서 활동하는 배우이고 싶다.”

올해 데뷔 13주년을 맞은 시점에 대중에 선보인 ‘늑대사냥’은 서인국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종두는 배우 서인국에게 또 하나의 변곡점이 돼주었다. 다소 스크린 속의 서인국이 낯설어 보였지만 그래서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인국이 보여줄 다음 얼굴이 기다려진다.

“종두가 원초적으로 악함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시작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악역들이 무궁무진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영역들이 더 넓혀진 캐릭터이고 작품이라 생각한다. 악역도 그렇고 어떤 역이든 굉장히 다양하지 않나. 분명히 나빠도 정이 가고 착해도 음흉하기도 하고. 정답은 없지만 많은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고 많은 분들에게 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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