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요에게 햇살이 돼준 '더 글로리' [인터뷰]
입력 2023. 04.01. 11:21:01

안소요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안소요가 ‘더 글로리’에서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경란이에서 이제는 배우 안소요로 대중을 만날 준비가 된 안소요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안소요는 극 중 편집숍 시에스타의 매니저이자 박연진(임지연)의 스타일리스트 김경란으로 열연을 펼쳤다.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더 글로리’는 공개 직후, 뜨거운 문제작으로 화제가 됐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되돌아볼 사회적인 문제를 ‘복수극’으로 풀어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안소요 역시 작품이 가지는 무게감을 생각하며 ‘더 글로리’에 힘을 보탰다.

“누군가는 보기 힘든 장면이 있고 이런 이야기가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하는 주제 같다. 이 작품을 통해서 ‘학폭’이라는 단어와 문제들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과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단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복수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아마도 현실에서는 누구나 통쾌하게 복수를 하지 못하니까 작품으로서 복수하는 자체가 어떤 식으로든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개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이 돼주고 그런 아픔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다.”

안소요는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아 위치가 모호한 경란은 더욱 궁금증을 키웠다. 박연진(임지연)의 곁에 있으면서 그의 모든 실체를 목격하지만 묵인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경멸스런 눈빛과 표정은 단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파트2에서 경란의 활약은 기대를 모으기도. 안소요는 오롯이 경란 그 자체로 이입하고자 했다.

“감독님이 요구하셨던 게 있다. 극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시청자들이 볼 때 경란이가 누구 편인지 헷갈리고 의심과 긴장감을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부분도 중요하게 염두했고 동시에 대사가 많지 않으니까 표정이나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경란이의 인생을 많이 생각하고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표정이나 연기를 할 때 계산하거나 연습하지 않았다. 그 인물로서 존재하고 내적으로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라 감추고 새어나오는 미묘함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박연진 무리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경란은 성인이 돼서도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도 의존하며 이들을 떠날 의지와 용기조차 사라진 채 무기력하게 사는 인물로 그려졌다. 안소요는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경란의 지난 삶들도 나름대로 이해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기도 하고 그 부분에 대해 토론을 하시더라. 경란이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극 중에 드러나지 않은 세월이 있다. 명쾌하게 그 이유를 댈 수 없고 딱 하나 특정한 이유를 대기에는 그 이유가 길다. 경란이 나름대로 애썼지만 실패하고 좌절한 날들이 쌓여서 방어적이고 스스로의 마음을 자기 자신도 바라보지 못하는 상태까지 된 게 아닐까 싶었다.”

의도치 않게 경란은 명오의 죽음에 일조하게 됐다. 그동안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면만 보여주던 경란이 처음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후 명오를 내리쳤던 와인병을 따로 보관해놓고 불안감에 휩싸이는 모습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경란에게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는 전환점으로 볼 수도 있었다.

“경란한테 큰 계기가 있어서 변화를 만들어내 줄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 명오에게 한 행동이 솔직한 감정대로 행동한 건데 경란은 그렇게 행동한 경우가 거의 없지 않나. 그 순간에 쌓여온 무언가 극한의 상황에 놓였을 때 순간적으로 쌓아온 분노와 경멸이의 감정이 쏟아져 나온 거라 한 번에 그렇게 터져 나왔다. 그제 서야 나의 인생과 동은에 대해서도 다시 리셋하고 솔직하게 깊게 들어가서 직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란의 성격이 많은 걸 감추고 있는 그대로 두기보단 일단 도망가고 회피하고 외면하는 편이다. 그래서 술병도 본능적으로 사용한 물건을 감추려고 순간적으로 한 행동 같다.”

극이 진전되는 내내 다운된 감정선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안소요는 경란을 연기하는 자체에 행복감이 컸다고. 일각에서는 소극적인 경란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안소요는 경란이 극 안에서 존재하며 해내는 몫에만 집중했다. 이에 배우의 개인적인 생각은 철저히 배제하고 캐릭터 본연을 표현하는데 전념했다.

“모든 배역이 어렵고 연기도 어려운데 어려움보다 이런 배역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고마움이 더 크다. 경란이를 봤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는데 경란이가 이 작품을 보면 위로를 해주고 싶다. 경란이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상상을 하긴 했지만 대본을 받았을 때 와 닿은 게 있었다. 경란이가 극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제 몸으로 다 받아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열고 절대 제 틀에서 판단하지 않았다.”

더불어 안소요는 경란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연기한 이유도 밝혔다. 또 지금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수 있는 세상의 경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소망했다.

“내가 어떠한 말을 하긴 조심스럽다. 뭘 알겠나. 그래서 인물에 접근할 때도 함부로 내가 가진 감정이나 생각들로 재단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그 마음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고 사족을 붙이기가 조심스럽다. 작품으로서 위로나 힘을 받으시면 좋겠다.”

2015년 ‘인 허 플레이스’로 데뷔한 안소요는 어느덧 데뷔 9년차를 맞았다. 매 작품이 모두 소중하다는 안소요는 늘 연기를 하는 순간에 연기를 하는 이유를 곱씹었다. 이에 한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반복의 과정들은 그에게 모두 성장을 위한 발판이 돼주었다.

“저도 얼마 전에 알았다. 늘 작품 할 때마다 비슷한 감정인데 하나하나 소중하고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작품이 없을 때는 ‘역시 나는 아닌가. 그만둬야하나’ 생각도 했지만 또 새로운 작품이 주어지고 할 수 있으면 ‘연기하길 잘했다. 그만 안 두길 잘했다’ 한다. 또 새로운 좋은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한번이라도 더 있다면 충실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할 거다. 그게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 연기가 너무 좋다. 아직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다. ‘더 글로리’로 저를 처음 보신 분들도 많을 텐데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다. 독립영화나 연극에서 한 경험들이 많아서 다양한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더 글로리’는 안소요에게 무한한 영광이었다. 작품으로서도 큰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배우로서도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 더없이 행복했다는 안소요다. 그러면서도 이 기쁨에 젖어있기 보다 성장을 갈구하며 겸손함을 표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기쁘다. 작품이 사랑받고 인물들이 사랑받고 권선징악 메시지를 사랑해주고 그런 이야기를 함께 즐기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시켜준 작품이라 더 의미가 있고 고맙다. 나에게 햇살 같은 작품이다. 그 전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연기했는데 이 작품은 저를 밝은 빛으로 내리쬐어 주어서 이 햇살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고 싶다.”

안소요의 2023년은 어떤 해가 될까. ‘더 글로리’에서 받은 주목에 힘입어 안소요는 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작품의 인기와 별개로 배우로서 아직 새싹이라서 이 사랑이 나에 대한 사랑이라 느껴지진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하고 싶고 더 많이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요즘 드는 생각은 지독하게 사랑하는 깊은 사랑을 표현해보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올해가 토끼의 해인데 제가 토끼띠다. 토끼의 기운을 받아서 폴짝 뛰고 싶고 자유롭게 이곳저곳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주겠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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