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쾌함과 진솔함의 사이, '삼달리' 이재원 [인터뷰]
- 입력 2024. 02.03. 07: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2023 KBS 연기대상'부터 '웰컴투 삼달리'까지, 배우 이재원은 지난해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재원은 '웰컴투 삼달리'에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경태와 닮아 있었다.
이재원
지난달 21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이하 '삼달리')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삼달(신혜선)이 어느 날 모든 걸 잃고 곤두박질치며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지창욱)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첫 방송에서 5.2%로 시작한 '삼달리'는 최종화에서 12.4%(전국 유료, 닐슨코리아)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이재원은 "이만큼 제가 출연하는 작품을 보고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난 게 처음이다"라며 "편의점에 갔더니 직원분이 저를 보고 바로 '왕경태!'라고 말하더라. 백화점에서 '삼달리'를 시청하고 계신 분도 봤고, 가게에 들어갔을 때도 많이 틀어놓더라. 최근에 했던 드라마 중에서도 체감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을 마치고서 온라인 상의 반응을 찾아보기도 했다면서 "왕경태 같은 친구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태 연기 살살해', '경태가 웃음 버튼이다'와 같은 반응들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재원이 '삼달리'에 합류하게 된 것은 과거의 인연 덕분이었다. 그는 "차영훈 감독님과 '각시탈'을 함께 했었는데, 그때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삼달리'의 따뜻한 스토리에 매료되어 고민없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따뜻한 느낌의 사람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무엇보다 사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또 제주도에서 촬영한다는 것 자체도 정말 설렜다. 삼달이라는 캐릭터처럼 젊은 친구들이 집을 떠나 서울에서 꿈을 이루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친구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를 줄 수 있는 스토리가 메인인 것도 좋았다. 저도 지방에서 올라와 배우 생활을 시작한 입장에서 공감대도 컸다."
이재원은 제주기상청 경비이자 어머니가 운영하는 럭키편의점의 알바생인 왕경태 역을 맡았다. 그는 "요즘 혼자 할 수 있는 매체가 많이 생기면서 우정에 대한 의미가 예전보다는 많이 작아진 느낌"이라며 "경태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줄 수 있는 캐릭터라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은 우정을 일깨워주는 인물인 경태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그는 경태를 친구들에게는 사고뭉치로 비칠 수 있지만, 누구보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은 순수한 매력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경태는 생각과 입에서 나오는게 똑같은 인물이다. 그만큼 순수한 매력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그만큼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것 같다. 독수리 5형제의 관계가 깨지고 다들 흩어졌을 때에도 그렇게 화를 나고 아쉬워하는 것도 친구들에 대한 진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말도 너무 많고 전하지 말라는 말까지 전하니까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사고뭉치 같은 캐릭터긴 하다.(웃음) 그래도 갖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좋은 친구다."
'2023 KBS 연기대상'에서의 재치 있는 수상소감을 보고 나니 그와 경태의 싱크로율이 더욱 궁금해졌다. 이를 묻자 "비슷한 부분도 많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성격, 갖고 있는 에너지는 비슷하다. 물론 경태처럼 눈치가 없지는 않다. 한두번 더 생각하고 말한다"면서 "경태가 모태솔로로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가장 다른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 후반부 모태솔로인 경태가 조삼달의 어시인 고은비(김아영)과 커플이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재원은 "촬영 초반에 감독님께서 사랑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을 하셔서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14회 대본까지도 그 장면이 안 나와서 불안해했었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이어 "저의 러브라인은 15, 16회에 몰아주셨다. 추후에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13, 14회에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깊게 나오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에 서사가 눌릴 듯해서 뒤쪽아 몰아 넣어주셨다고 하더라"며 "분량이 짧다보니 조금 더 재미있게 연기하려고 했다. 첫 눈에 반하는 순간에 심장을 만지는 리액션도 넣으면서 시청자분들이 더 쉽게 알아챌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아지트에서 SNS를 조사할 때도 자켓을 걸치고 떨어져 앉아 폼을 잡는 것도 최대한 설정을 넣어본 거였다. 감사하게도 촬영 감독님들이 트랙도 깔아주시고 라이트도 넣어주셨다. 덕분에 잘 나온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삼달리'에서 삼달과 용필의 러브라인 만큼 많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것은 독수리 5형제의 케미였다. '독수리 오형제'는 용필과 삼달 주축으로 왕경태, 부상도(강영석), 차은우(배명진)가 속해있다.
이재원은 신혜선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안 하는 배우인 것 같다. 좋아하는 취미도 많이 없는 편이고, 다른 관심사가 평균보다는 훨씬 적은 편이라는 느낌을 조금 받았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과연 이 친구만큼 높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하다. 작품에 빠져서 산다. 최근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나고 보니 시기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삼달이와 실제 신혜선이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하더라. 그만큼 크게 몰입을 해줬기에 삼달이라는 캐릭터가 잘 완성돼서 주변 인물도, 작품도 잘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지창욱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어떤 걸 기대하는지 잘 아는 배우다. 객관적인 시선이 좋고, 극 중에서 창욱이가 연기하는 장면에는 예보관으로서 예보에 진심인 모습, 혜선이와의 아픈 사랑, 아빠하고의 갈등, 친구들과의 서슴없는 편안함도 있다. 이 모습들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장면을 즐길 수 있게 연기하더라. 같이 촬영할 땐 워낙 정신없으니 잘 못 느꼈는데 모니터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굉장히 잘 아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이어 배명진을 "밝고 긍정적이면서 에너지가 좋은 친구"라며 "배우들 사이,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밝게 만들어주면서 독수리 오형제의 전체적인 색깔을 만드는 데에 큰 공헌을 해준 것 같다"고 말했고, 강영석에 대해서는 "저랑 있을 땐 독수리 오형제로서의 모습이 많이 보였지만, 방송을 보니 짝사랑에 대한 구도가 많이 나오더라. 처음 봤을 때 얼굴 자체에 짝사랑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진심으로 연기하려는 게 보였다. 실제로는 독수리 오형제 중에서 제일 어렸는데, 진심 어린 연기들이 많이 나와서 놀랐던 것 같다"고 극찬했다.
'삼달리'에 이어 '2023 KBS 연기대상'의 수상소감으로도 이재원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수상 이후에 뜨거운 반응에 대해 그는 "소감을 말할 때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회사 직원분들이 모두 반응이 너무 좋다고 말해주더라. 영상이 확산되는 속도를 보면서 반응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수상소감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가족, 친구, 동료 등이 아닌 팬들의 실명을 언급한 것이었다. 수상소감 이후 팬들의 반응에 대해 "팬카페를 보니 정말 감동했고 내 이름이 TV에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는 반응도 있더라. 카페 회장님은 많이 울었다고도 하셨다"며 "팬분들이 저를 짠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도 알게 됐다. 그저 제가 좋은 건 줄 알았는데, 한편으로는 '참 열심히 하는데,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싶은 아쉬운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 반가운 만큼 짠했던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그저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여러 감정을 갖고 저를 좋아해 주신다는 것을 알았다"고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재원은 따뜻한 '삼달리'부터 수상까지, 누구보다 알찼던 2023년을 "일과 가족 안팎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물어봐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노력했던 것보다도 크게 관심을 받고 사랑받는 결과가 나와 너무 감사하고, 들뜨지 않고 계속 하던대로 열심히 하고 싶은 것 같다"고 겸손한 목표를 함께 밝혔다.
17년 차 배우 이재원은 연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꼽았다. 앞으로도 그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배우'로 자리하기를 꿈꾼다.
"잘한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많았어요. '그만해야 되나' 이런 얘기를 하면, '무슨 소리야'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죠. 덕분에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연기라는 게 굉장히 주관적인 시선이기 때문에 혼자 스스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계속해도 되겠구나 여길 수가 없거든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고 좋았다고 해줄 때, 그게 정답이 됐죠."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럼에이앤씨, MIㆍSL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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