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기할 수 없는 PPL의 유혹
- 입력 2013. 01.30. 11:50:37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2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야왕’을 보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2G폰과 구형세단이 등장하며 약 10년 전 배경으로 진행되던 중 다해(수애)가 느닷없이 스마트키 버튼을 눌러 차의 시동을 건 것. 순간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이처럼 현실성 없는 PPL(Product Placement)로 극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PPL이란 간접광고의 한 형태로,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끼워 넣는 기법이다.
1982년 개봉한 ‘E.T.(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엘리엇과 ET를 연결시켜 주는 허쉬 사의 ‘리스피스’ 초콜릿을 비롯해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다니던 ‘페덱스’ 사와 배구공 ‘윌슨’은 대표적 PPL로 뽑힌다.
드라마나 영화 속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상품은 시청자의 무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인지되어 판매로까지 연결된다. 'E.T.' 개봉 이후 해당 초콜릿 매출이 66% 늘어난 사례나 작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도진(장동건)이 타던 ‘벤츠’ 모델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그 예.
따라서 기업들이 앞 다투어 PPL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하며 볼거리가 풍부한 패션 관련 영화와 드라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1’는 그야말로 PPL의 총집합. 한 조사에서 ‘PPL을 통해 완판을 가장 많이 이끌어낸 영화’로 선정된 것을 비롯, 캐리가 비서에게 선물한 ‘루이 비통’ 백은 ‘즉시 구매하고 싶도록 만든 PPL’로, ‘마놀로 블라닉’ 구두는 ‘최고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PPL’로 뽑힌 바 있다. 영화 속에 드러난 브랜드는 100개에 육박하며 ‘애플’ 컴퓨터부터 ‘보톡스’, ‘비비안 웨스트우드’, ‘헬로 키티’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2년 뒤 제작된 속편에서도 수많은 브랜드가 러브콜을 보낸 결과 샬롯의 손에서는 ‘아이폰’이 떠나지 않았고, ‘벤츠’의 신모델 ‘2011 뉴 E클래스 카브리올레’가 스크린을 통해 데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이현의 스타일로 주목받은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는 ‘작정하고 PPL드라마’라고 불릴 정도.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 속 ‘청담스타일 북’이란 코너를 통해 드라마에 등장한 패션과 장소, 소품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와 휴대폰, 로봇청소기, 빵집, 안경원 등 장르를 불문하는 PPL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사실.
광고업계에서는 프로그램 앞뒤에 전파를 타는 CF보다 PPL의 광고 효과가 훨씬 좋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PPL과 협찬 시장이 다양화되고 양성화되면서 중소 패션업체의 경우 참여가 어려워지고 있다. PPL비용이 회당 1천만~3천만 원 수준이며 제작지원 방식으로 참여할 경우 수십억 원에 달하기 때문. 특히 작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패션왕’은 제일모직이 제작을 지원한 경우로, 아웃도어부터 액세서리까지 모든 복종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른 회사의 브랜드는 끼워 넣기조차 어려웠다고.
하지만 지나치면 제동이 걸리는 법. 2011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최고의 사랑’은 등장인물이 줄기차게 마셔대던 비타민워터로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았고, 지난 11월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커플운동화 제작’ 편 역시 특정 제품에 대한 노골적 광고로 1월 25일 징계조치를 받았다.
현실성 없는 끼워 넣기 또한 극의 몰입에 방해만 될 뿐이다. 방 안 가구라고는 작은 비키니옷장뿐이지만 여자주인공은 늘 고가의 백과 최신유행의상만을 고집하고, 주·조연 할 것 없이 등장인물은 모두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를 몬다. 세트 속 주방과 거실에는 언제나 최신 냉장고와 에어컨이 놓여 있으며, 이도 모자라 노골적인 클로즈업으로 로고를 비추고 대사에서까지 해당제품을 찬양하면 시청자의 불쾌감은 짜증 그 이상이다.
‘21세기형 브랜드전략’으로 칭송받는 PPL.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60분짜리 CF’를 봐야만 하는 시청자의 심정도 헤아리길.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fnews@mkinternet.com/사진=영화스틸컷, 유튜브,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