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데이비드 보위, 여전히 성을 비틀다!
입력 2013. 02.27. 13:30:41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의 패션토크] 데이비드 보위가 돌아왔다. 10년 동안 침묵했던 그가 지난 달 신곡 ‘웨어 아 위 나우?(Where Are We Now?)’를 발표한 데 이어 두 번째 싱글 ‘더 스타즈(The Stars(Are Out Tonight))’를 공개했다.
팬들의 환호 속에 26일(현지시각) 공개된 ‘더 스타즈’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위는 영국 여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과 중년의 부부로 등장한다.
핑크 캐시미어 코트와 애플그린 트위드 탑, 밝은 하늘색 아이라인으로 화사한 모습을 자랑하던 스윈튼은 노래 중반 이후 숏커트와 창백한 피부를 부각시키며 중성적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모델 안드레 페이직(Andrej Pejic)과 사스키아 드 브로우(Saskia de Brauw)도 함께 화면에 나타난다. 재밌는 사실은 셀러브리티 커플로 등장한 이들의 역할이 실제 성별과 뒤바뀐 것. 금발 여성으로 분한 안드레 페이직은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출신의 남성모델로, 젊은 시절 데이비드 보위의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 양성적인)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그의 남성 파트너 역할의 사스키아 드 브로우는 현재 ‘모델스닷컴’ 랭킹 4위에 올라있는 여성모델이다.
60, 70년대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특유의 비틀기를 통해 성 역할을 뒤흔드는 데이비드 보위의 이 뮤직비디오는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영상과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어우러져 보는 이의 눈과 귀를 강렬하게 내리친다.
2000년 영국음악잡지 ‘NME’가 뮤지션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선정된 데이비드 보위. 이 ‘영향력’은 비단 후배 뮤지션뿐만 아니라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에게도 퍼졌고, 유년시절의 에디 슬리먼이 보위에게서 영향을 받아 훗날 디올 옴므의 댄디한 수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싸움으로 왼쪽 동공이 열리면서 얻게 된 오드 아이마저 신비롭게 보이는 막강한 스타일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근사한 외모를 가진 그는 모즈와 글램룩, 댄디한 수트패션까지 스타일리시한 변신을 거듭해 왔지만 그 중 가장 파괴력 있는 모습은 역시 글램룩이다.
글램룩이란 영국에서 시도된 실험적 음악 ‘글램록’에서 나온 명칭으로 60년대 말 데이비드 보위, 티렉스 등의 양성적인 옷차림과 현란한 화장을 매체에서 ‘글래머러스’라 표현하면서 이름 붙여졌다. 이들은 번쩍거리는 의상, 도발적인 화장과 화려한 가방, 두꺼운 굽의 구두 등으로 전통적 남성다움의 한계에 도전했다.
당시 데이비드 보위가 추구한 양성적인 이미지는 커다란 센세이션을 몰고 왔으며 영화 ‘벨벳 골드마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1983년 ‘카르마 카멜레온’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몰고 온 컬처 클럽의 보이 조지도 성적인 양면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수많은 추종자를 낳았고, 80년대 밴드 유리드믹스의 애니 레녹스는 짧은 헤어스타일과 매니시 수트로 보이 조지와는 상반된 앤드로지너스 룩을 선보였다.
이처럼 성은 의복에서도 민감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남자는 파란색과 바지, 여자는 분홍색과 치마라는 공식과도 같은 스타일링으로 남녀를 구별 짓는 그림을 그리며 자라 왔다. 그런 탓에 수학여행 장기자랑의 꽃 ‘여장남자 남장여자’ 속 친구들의 반전에 엄청나게 환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전통적 성 역할에 반기를 들었던 데이비드 보위는 2013년,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뮤직비디오 속 마지막 장면을 통해 과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외치고 있다. 성 역할의 규범과 법칙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그리고 복장이 성별을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의 패션토크 news@fashionmk.co.kr/사진=데이비드 보위 홈페이지, 유튜브 뮤직비디오화면 캡처, 보이 조지, 안드레 페이직 페이스북, 벨벳골드마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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