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미+권오상’, 낯설지만 신선한, 콜라보레이션의 좋은 예 ① [인터뷰]
입력 2013. 03.02. 03:00:37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신인작가 이송에 이어, 독일 출신 화가 클레멘스 클라우스와 시즌 캠페인을 작업하며 패션과 아트의 만남을 시도해 온 디자이너 우영미. 2013 S/S를 위한 세 번째 파트너는 ‘사진조각 아티스트’ 권오상으로 그 결과물이 강남구 청담동 ‘맨메이드 우영미’에서 전시 중이다.
요즘 국내외에서 범람하는 ‘콜라보레이션’ 사례. 브랜드와 브랜드,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잠시 손을 잡았다 이슈가 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세 시즌 째 순수미술작가와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영미의 뚝심에 일단 주목하게 된다.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가 지향하는 남성은 예술을 사랑하는 아티스틱한 감성을 가진 남자입니다. 이 남성상을 표현하기 위한 광고 캠페인을 옷이나 상품으로 직접 보여주지 않고 작가와의 작업을 통해 전개하고 있어요.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작업의 계기가 되고 저희는 그 작품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기회가 되니 서로에게 윈-윈이죠. 특히 이번 작업은 강렬한 비주얼로 벌써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번 작업은 초기의 형태 수집에서 사진 촬영, 작품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이 우영미와 권오상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됐다. 패션관련 작업이 처음은 아니라는 작가 권오상이 이전 작업과의 차이점을 얘기한다.
“협업한 작품이 유럽 잡지에 광고된다는 점이 저의 이전 콜라보레이션과 다른 점입니다. 작가의 작품이미지를 시즌광고 모두에 사용한다는 것은 대담한 방법일 뿐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해요.”
전시명 ‘매스패턴(MASSPATTERNS)’에서 알 수 있듯, 2013 S/S 컬렉션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공예와 프린트, 패턴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풍 자수, 아시아에 뿌리를 둔 구름무늬 등 다양한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범한 패턴들은 의도적으로 약간 거친 느낌으로 의상에 적용됐다.
“이 작업은 우 선생님의 2013 S/S 컬렉션 의상을 사진조각으로 제작한 겁니다. 선생님이 서로 다른 문화권의 다양한 패턴으로 의상을 만든 것처럼 저는 고전에 등장하는 조각의 구조와 형식을 빌려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런 비슷한 부분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됐죠.”
매장 2층에 전시된 두 인물 조각은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 시리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체취를 가리기 위해 인위적 향기를 덧입히는 용도의 ‘데오도란트’라는 제품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두 작품 속 인물은 물론 실제 우영미 패션쇼에 섰던 모델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각 부분을 5x7cm의 크기로 촬영하고, 플라스틱 폼으로 만든 형태 위에 이 사진들을 붙인 후 다시 플라스틱 코팅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모델의 몸에 엉켜 있는 뱀과 표범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를 쪼개고 재조합해 하나의 동물로 완성했다. 물론 이 뱀과 표범 역시 몸에 무늬, 즉 ‘패턴’이 있는 동물이란 점에서 우영미의 의상과 연결된다.
“처음 권 작가의 작품을 봤을 때 마치 제 옷을 입은 모델이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조각가가 만들어낸 사람과 제 작품을 입은 모델이 기묘하게 일치됐죠. 장르는 다르지만 조각과 패션을 통해 우린 이 시대 가장 멋진 사람을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어요.”
흥미로운 전시와 함께 전시 공간 ‘맨메이드 우영미’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2012년 3월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이 곳은 ‘우영미’를 입는 남성의 콘셉트에 부합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우영미는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멋진 남자’가 쇼핑뿐만 아니라 전시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을 의도했다. 이곳 2층에선 연 2회 전시가 개최되며 전시가 없을 땐 다트와 포켓볼, 테이블 축구 등 남성의 액티비티를 후원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탁 트인 넓은 공간은 상황에 맞춰 언제든 유연하게 변신이 가능해지는 것.
이번 전시에서 권오상은 이 넓고 높은 공간을 하나의 ‘광장’으로 설정했다. 마치 조각이 있는 노천광장에서 차를 마시는 것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그대로 있는 이 공간에 앉아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기를 권한다.
그런가 하면 우영미는 “이곳에서 커피를 안 마셔도 좋고 옷을 안 사셔도 좋아요. 위에 올라가면 제 옷과 권 작가 작품이 막 섞여 있는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품들이 놓인 이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길 바랍니다”라고 제안한다.
패턴이 돋보이는 멋진 의상과 오랜 시간 공들인 예술작업이 만나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그들의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진다.
“저는 영감을 ‘받지는’ 않아요. 사실 어디서 벼락같이 영감이 오면 너무 좋겠지만 절대로 안 그래요(웃음). 그렇지만 저희는 1년에 두 번 컬렉션이란 미션과 시한이 있잖아요. 엄청난 중압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항상 안테나를 세우다 보면 어느 순간 보이는 게 있어요. 범위를 국한시키지 않고 여러 가지를 보는데 특히 아트를 이해하고 공부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죠.”
우영미의 말에 웃으며 동의하던 권오상이 덧붙인다.
“작가들도 아트에 대해 정확하게 잘은 모릅니다. 저희도 영감이 ‘딱!’ 하고 오진 않아요. 하지만 영감은 대부분 전작에서 온다고 생각하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커다란 영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순수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받고 예술과 가까워짐으로써 자신의 컬렉션 또한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 우영미. 그는 단순히 계절별로 소비되는 한 벌의 옷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을 만든다는 긍지도 함께 표현하고자 한다.
물론 아트와 함께 하는 이 소중한 노력들은 결국엔 브랜드 ‘우영미’의 자산과 역사로 남게 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송선미 기자, 우영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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