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 코레앙, 박제가 되어버린 한복을 아시오? [패션다큐 ①]
입력 2013. 03.08. 17:13:00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2011년 개봉한 ‘심플 라이프는’ 4대에 걸쳐 가정부를 한 엽덕한과 도련님 유덕화 이야기다.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한 엽덕한과 그를 돌보는 유덕화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이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스크린을 보던 중 더욱 놀랐던 것은, 바로 유덕화 가족이 우리 돌상을 차려놓고 잔치를 하는 장면이었다. 한창 한류열풍이 거셀 때 대만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복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들었지만, 이제는 거기에 돌상까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기했다.
최근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몇몇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한복을 입고 촬영할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계동에 위치한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3일 이상 묵은 손님에게 한복 체험을 제공한다. 또 지난 2월 도전 슈퍼모델의 진행자로 잘 알려진 타이라 뱅크스는 유튜브를 통해 한복을 입고 절을 했다. 이처럼 외국여성을 중심으로 한 한복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85년 디자이너 이상봉은 파리에서 태극기 이미지와 모시 소재를 선보였다. 1993년에는 한복디자이너 이영희가 디자이너 이신우와 함께 한국인으로서 처음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했다. 하지만 이영희의 패션쇼를 다룬 당시 프랑스 일간지들은 한복에 대한 무지로 이를 ‘기모노 코레앙’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한복 패션쇼는 세계 각국에서 열리며 갈채를 받고 있다. 2011년 뉴욕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위크에서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가 우리 저고리와 치마를 표현하는 한편 소품으로 갓을 사용했다.
한복에 대한 이런 해외의 높은 인기와 달리 국내에서 한복은 이미 설자리를 잃은 듯 보인다. 대중들에게 한복은 불편함을 이유로 결혼식이나 가끔 명절에 입는 예복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1년 국내 한 고급 호텔에서는 한복을 출입금지 복장으로 지정했음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그 호텔이 외국 체인이 아닌 국내 업체였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홀대받는 한복 위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일본의 경우 사정은 다르다. 한복과 달리 일본 기모노는 도우미 없이 혼자서 입을 수 없는 불편한 옷이다. 보통 한 벌에 1,000만 원이 넘지만, 일본 연예인은 물론 일본국민들 기모노를 즐겨 입으며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복이 백화점에서 사라진 지 오래나, 미쓰코시나 이세탄 같은 최고급 백화점에는 여전히 기모노 매장이 운영 중이다.
게다가 일본 사회는 기모노에 이어 유카타 등 전통의상을 생활 속에 녹여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켜 왔다. 일본 온천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의 사진에는 보통 유카타를 입고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우리나라 숙소에서 이처럼 마음대로 입을 수 있는 전통의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6년 타계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마지막 작품은 ‘엄마’였다. 살굿빛 모시 두루마기 안에 TV가 들어있는 작품에는, 색동 한복을 입은 세 자매가 춤을 추면서 ‘엄마’를 외친다. 더욱이 그가 휠체어를 타고 뉴욕 고미술상을 누비며 구입했다는 두루마기는 그 의미와 함께 애틋함을 더했다. 샤넬은 “패션이란 한 벌의 옷이 아니라, 우리의 거리와 생활방식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한복 입는 날’을 정했다는 종로구의 발표처럼, 우리에게 한복은 여전히 일상의 엄마가 아닌 명절날 뵙는 시골 할머니처럼 박제돼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 MK패션DB(한복제공 홍경천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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