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패키지 마케팅, 선택의 즐거움과 포장의 위력
입력 2013. 03.18. 23:13:17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개그 콘서트의 마지막 코너 ‘네가지’에는 인기없는 남자, 촌스러운 남자, 키작은 남자, 뚱뚱한 남자, 소비사회에서 전혀 먹혀들수 없는(?) 네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뭉친 코너 ‘네가지’는 개그콘서트의 스테디셀러가 됐고, 물론 한명이 빠지기는 했지만 이들이 등장한 인간의 조건은 파일럿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빠르게 편성돼 의미있는 다큐로 대중에게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행보가 가능했던 것은 ‘선택의 즐거움과 포장의 완성도’에 있다.
뚱뚱하지만 철학과 출신다운 오라가 있는 김준현, 키는 작지만 꽃미남 허경환, 촌스럽지만 진정성이 돋보이는 양상국, 인기가 없다고는 하지만 기발함을 감춘듯한 김기열. 이들 각각은 상품으로서 다소 결격 사유가 있음에도 ‘네가지’라는 포장이 더해지면서 그 어느 한류 스타 못지 않은 매력적인 소비 상품이 됐다.
이것이 바로 대중에게 소비될 자격을 갖춘 ‘물건의 조건’이다.
스타벅스, 애플이 지난 1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시에 터뜨린 서프라이즈 패키지 ‘럭키백’ 판매는 열풍을 일으켰다. 패키지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밤 새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행렬을 보면서 애플의 실망스러운 최근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다.
이들이 내세운 전략은 간단하다. 시즌이 지나 판매시기를 놓친 제품에 ‘럭키’라는 그럴듯한 캠페인을 문구를 집어넣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 안의 제품들은 재고품 내지는 판매 부진 상품 등 부분적으로 다소 매력도가 떨어지는 핸디캡을 안고 있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호감도, 매력적인 할인 가격으로 인해 소비할 가치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됐다.
이것이 21세기 브랜드들의 마케팅 방식, ‘선택의 즐거움과 포장의 위력’이다.
올 봄 론칭한 남성 셔츠전문 브랜드 ‘셔츠 바이 시리즈’는 셔츠 3개를 구입할 경우 티셔츠 하나를 추가 증정해 코튼백에 담아주는 일상적인 듯하지만 기발한 판매방식을 선택했다. 코튼백 하나에 남자들의 일주일이 담겨있다는 의미가 더해진 패키지 프로모션은 오픈 기념 이벤트가 아닌 상시 프로모션으로 노타이 착장시대에 적합한 셔츠 브랜드라는 지향점을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스페인 슈즈 브랜드 ‘마이앙스’는 경직된 정직성보다는 재미있는 진정성으로 소비자와 항균 기능성 슈즈의 가치에 대해 소통한다. 친환경 슈즈 브랜드를 표방하는 ‘마이앙스’는 신발의 향균성을 유지해주는 기능과 함께 다양한 컬러로 감성을 입힌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패키지로 ‘버려지는 박스’에서 ‘컬렉션하는 박스’로 슈박스의 입지를 한단계 높였다.
이같은 전략화된 패키지 판매는 이런 저런 맘에 들지도 않는 아이템으로 억지로 엮어 기프트 아이템으로 판매하며 시즌 특수를 노리는 관례적인 마케팅 시대와 결별을 선언하게 했다. 또한 쇼핑백 만들기에 급급해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열정의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코오롱 제공, 마이앙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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