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동대문을 열어라~” 2013년 봄맞이 동대문스케치
입력 2013. 03.21. 12:07:45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동대문패션타운은 기획, 생산, 판매를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세계적인 패션산업 밀집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와 국내의 SPA브랜드들이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던 동대문의 입지는 많이 흔들리고 있다.
동대문수출지원센터의 정재환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동대문에는 약 3만 5,000개 점포가 있다. 또 기존에 동대문을 방문했던 해외 바이어 중에, 러시아나 동유럽 쪽은 신발 등으로 옮겨가 거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일본 바이어들은 대부분 원단시장에서 원단을 직접 고르고 봉제까지 연결한 후 납품 받는다. 동대문을 철저히 아웃소싱 창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이미 중국의 상해나 청도 같은 부유한 해안 도시에서는 값싼 가격을 장점으로 한 동대문 제품이 장점을 갖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이나 홍콩 쪽도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대신 중국의 내륙지역이 성장하며 쇼핑몰이 부각되고 있고 한발 늦은 한류로 각 상가마다 한국관을 유치하느라 애쓰고 있어, 매입은 보통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9일 저녁 ‘동대문패션브랜드페어’ 방문을 위해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왔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눈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빼곡한 옷과 신발을 파는 좌판들이 펼쳐졌다. 당연히 문을 닫은 쇼핑몰 앞에 불법으로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해서 한 상인에게 물었더니 놀라운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쇼핑몰에 입점한지 만 4년째에요. 그런데 이곳이 매주 화요일 휴무라 그날이면 다들 이렇게 나와 장사를 하죠.”
한때 동대문 패션타운이 호황일 때는 권리금이 치솟으며 몇몇 상가를 기준으로 들어오려는 상인들이 줄 섰다고 들었는데, 두타와 밀리오레 근처에 있는 이 목 좋은 소매 거리에 휴일에도 나온다는 것은 의외의 답이었다.
“올해처럼 장사가 안 되긴 처음이에요. 외국인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그러니 매출은 말 할 것도 없죠. 제가 이 쇼핑몰로 옮기기 전에는 저 뒤쪽에 거평프레야에서 가게를 했어요. 그때는 동대문이 호황이라 그곳에서도 장사가 제법 됐지요. 하지만 이렇게 목 좋은 곳으로 옮겼음에도 최근에는 정말 안돼요. 그나마 퇴근시간에는 장사가 좀 됐는데 이젠 그마저도 여의치 않네요. 요즘 길 건너 도매 쪽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빈 가게도 많고 폐업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어요”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지만, 막상 길거리에서 상인의 하소연을 들고 있으니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곧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문을 열면 나아지지 않겠냐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지금 그거 하나 바라보고 다들 버티고 있는 거예요. 이 근처 풍경이 많이 바뀌고 쇼핑몰들도 제법 들어섰지만. 아직 문을 못 열거나 비어있는 곳도 많아요. 그래서 다들 디자인플라자가 문을 열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사는 거죠”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최초로 수상한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2007년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환유의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설계에 당선됐다. 하지만 조선시대 훈련원 터에서 일제시대 경성운동장을 거친 역사적 장소이자, 근처 상권으로 복잡한 그곳에 육중한 ‘해체주의’ 건축에 대한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공간 이해나 높은 건축비에 대한 논란도, 손님이 없어 울상인 상인에게는 단순히 길 건너 건물에 불과해 보였다.
도매타운에서 10여 년째 운송 일을 한 남성 역시 “최근에는 외국인 발길이 많이 줄어들고. 또 도매시장도 폐점을 하는 곳이 많다”라고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더욱이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며 남성복 쪽 물량이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남자들이 정장대신 편하고 활동적인 아웃도어 복을 주로 입는다며, 자신의 옷을 가리키는 손끝에는 송골송골한 땀방울 대신 서늘한 동대문의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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