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신, 혐오의 대상인가? 엄연한 취향인가?
- 입력 2013. 03.22. 14:21:03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의 패션토크] ‘문신(타투)’ 하면 떠오르는 클리셰. 사우나에서 몸을 자랑하며 우쭐대다가 커다란 구렁이와 용을 보는 순간 ‘작아지는’ 남자들. 바로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첨밀밀’에서 사랑하는 여인 이요(장만옥)를 웃게 하기 위해 굽이치는 용 문신 가운데 작은 미키마우스를 새겨 넣은 표형(증지위). 그의 시신을 확인하며 미키마우스와 마주한 장만옥이 미소와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울먹이던 장면을 보면서, 문신을 향한 우리의 혐오감도 ‘처음으로’ 조금은 녹아내렸다.‘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마이클 스코필드(웬트워스 밀러)의 상반신을 가득 채운 문신지도는 또 어떤가. 교도소 도면과 탈출용 나사의 번호, 화학반응식, 도로명 등 모든 탈옥과정이 총망라된 이 문신은 탈출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요긴하게 쓰이며 시청자를 열광시켰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던 문신이 어느덧 우리에게 많이 가까워졌다. 수영장에서, 강의실에서, 커피숍에서 젊은이들의 손목 안쪽과 목 뒤, 팔과 어깨 등 신체 이곳저곳을 장식한 문신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 것. 마치 명함에 트위터 계정 한 줄 첨가하듯, 손목에 문구 하나 더하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적어도 젊은이들에게는 말이다.
이런 현상에 불을 지핀 건 역시 유명인의 문신 노출이다.
데이비드 베컴과 안젤리나 졸리, 레이디 가가가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문신을 새겨 넣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지드래곤과 박재범, 김재중, 최민수도 마치 도화지라도 된 듯 몸 여기저기에 각종 문양과 글자를 그려 넣었다.
지난해 ‘나는가수다2’에서 강렬하고 퇴폐적인 눈빛과 비주얼로 여성팬을 쓸어 담은 시나위 보컬 김바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손등에 더해진 문신은 그의 ‘치명적 퇴폐미’를 고조시키는 데 분명히 한 몫 했다. 그리고 그 문신이 양 팔을 장식한 어마어마한 디자인의 일부였음은 후에야 알았다.
그런가 하면 윤건, 변정수, 배우 김지수, 허각 등 ‘의외의’ 문신 스타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특히 ‘슈퍼스타K4’의 윤미래와 ‘K팝스타’ 보아 등 전문성과 위엄을 갖춘 심사위원석 스타의 손목 위 문신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와 같은 이질감은 2012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2’ 파이널 방송에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박칼린의 어깨를 본 순간 극에 달했다. ‘남자의 자격’ 출연 이후 남다른 리더십으로 주목받던 그와 문신은 쉽게 매치되지 않는 조합이었으므로.
문신의 유행은 헤나 스티커를 거쳐 결국 패션아이템으로 진화했다. 소희를 비롯한 걸그룹 멤버들이 각종 행사와 공항에 ‘타투스타킹’을 입고 등장하며 문신 열풍을 부추기고 있는 것.
하지만 유명인의 문신은 청소년이 쉽게 따라하는 스타일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우승을 하면 상금으로 문신을 지우고 싶다고 했던 ‘슈퍼스타K4’의 최다언이 지난해 11월 제거수술로 꿈을 이뤘다고 밝힌 것처럼, 철없는 시절 스타 또는 친구를 좇아 하기에는 문신은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제거가 쉽지 않거니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에 최근엔 홍대를 중심으로 문신제거전문병원까지 성업 중이다.
피부과 전문의 정원순 원장은 “문신은 색깔이 들어가면 지우기가 더 힘들다. 문신을 지우기 위해서는 한 달에 한 번, 3~5회 시술이 평균이지만 10회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색은 거의 완벽하게 빠지지만 화상 입은 것처럼 결이 달라질 수 있고, 켈로이드 체질은 불룩하게 튀어나올 수 있으므로 시술 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상 문신은 유사의료행위로 간주된다. 실제 이를 시술하는 의사는 극소수이므로 대부분의 문신은 무면허 타투숍에서 행해진다. 따라서 위생과 마취, 감염 등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존재하며, 청소년의 경우 무조건 저렴한 곳을 찾다가 문제가 될 확률이 더욱 크다.
2009년 3월 창립한 한국타투인협회의 장준혁 회장은 ‘에르난’이란 이름으로 유명하다. 국제타투컨벤션 참석차 독일에 체류 중인 그는 “예전엔 특정 직업군의 사람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엔 직업적 특성 없이 평준화된 경향을 보인다. 주로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의 고객이 많다.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일반화, 대중화된 하나의 문화로 변하고 있다. 특히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가져오는 경우가 많으며, 남과 같은 디자인은 오히려 기피하는 편”이라 말했다.
문신 시술이 불법시행과 마취사고 등으로 종종 문제가 되고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 헌법소원을 진행,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이들은 타투 아티스트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문화의 양식으로 인정, 최소한의 위생규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나이지이라에선 핑크색 입술 문신이 유행한다는 사실이 기사화됐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 사망 이후 모자와 티셔츠 등 각종 기념품과 함께 그의 얼굴을 모티프로 한 문신이 유행중이다.
미국 스파이크 채널에서는 지난해부터 타투 아티스트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잉크 마스터’가 시즌 2까지 방영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여전히 불법시술인일 뿐이다.
배우 김지수는 지난해 4월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본인의 문신에 대해“‘기억을 위해서’란 뜻의 라틴어다. 내 정서에 맞는 문구라 생각해 발등에 새겼으며 목 뒤에는 하트문신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왼쪽 가슴 위에 별 문신을 새겨 넣은 모델 송해나는 “지인이 문신하러 간 곳에 따라갔다가 무료로 새겼다. 한때 지울까 고민도 했지만 요즘엔 사진 리터칭 기술이 발달해 크게 지장은 없다. 하지만 모델을 하면서 문신이 없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신의 이유는 제각각이며, 시술 후 만족도 또한 다르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여러 이유로 신체에 장식을 가해 왔다.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신체에 변형을 가함으로써 시대와 문화권, 집단에 어울리는 이상미를 추구한 것이다. 귀를 뚫는 것과 피어싱, 눈썹과 아이라인 등 반영구화장, 성형수술 등 신체 변형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문신만은 여전히 우리의 사회적 허용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성과 취향이란 범주 안에서 하나의 문화와 유행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전히 음지의 전유물로 놔둬야 할 것인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문신이 우리 사회 속에서 무서운 속도로 퍼져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의 패션토크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DB, 티브이데일리, AP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