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유리 구두인가 빨간 구두인가?
입력 2013. 03.31. 17:28:54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인턴기자] 얼마 전, 고려대 연구팀에 의해 하이힐에 대한 통념을 깨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과도하지 않은 하이힐 착용은 발목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힐을 자주 신은 여성은 발목 바깥쪽의 근력이 비교 대상 여성들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하이힐을 애용하는 여성들이 반색할 만한 소식이다. 미(美)를 위해 건강을 포기했던 여성들에게 하이힐을 신는 이유를 정당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하지만 하이힐이 발목 건강에 긍정적일 수 있는 경우에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연구 과정에서 10cm 이상의 ‘킬힐’을 신은 사람은 배제됐고, 또한 일주일에 3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하이힐을 착용하는 경우에는 하이힐의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이힐은 발목과 무릎, 허리에 무리를 주고, 디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발가락과 발톱의 모양을 변형시킬 우려도 있다. 하이힐 착용 시 아킬레스건의 지속적 수축으로 조직의 미세 손상의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건강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하이힐은 여성의 꿈과 욕망을 상징하는 오브제로서 수십 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전 세계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아 온 소중한 아이템이다.
원래 남자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하이힐은 20세기 들어 여성들에게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었고 여성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과거 마를린 먼로는 자신의 성공 비결이 하이힐이었다는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는 것은 아름다워지기 위한 욕망과 자신의 성적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이힐을 신으면 다리가 가늘고 길어 보이며 허리가 곧추 세워져 몸매 전체에 긴장을 주어 전체적인 비율이 예뻐진다.
하지만 단지 미용상의 이유만으로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는 것은 아니다. 하이힐은 원래 오래 걷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 아니다. 즉, 하이힐을 신는 사람은 오래 걷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하이힐을 신는다는 것이 오래 걷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은 사회적 지위나 부를 나타내는 하나의 도구로 인식된다는 것을 말한다.
‘섹스앤더시티’에서 캐리는 길에서 만난 강도에게 다른 것은 모두 가져가도 좋지만 ‘마놀로 블라닉’의 한정판 하이힐만큼은 안된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에서 그의 구두에 대한 집착은 많은 남성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심리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이는 수퍼카에 열광하는 남성들의 심리와 같다. 하이힐이나 자동차나 현대 소비사회에서 사회적 성공과 부 또는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심리가 투영된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다.
올 시즌에도 여전히 10cm가 넘는 ‘킬힐’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건강상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하이힐은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지 많은 여성들로부터 선택받아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자극할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아름답게만 보이면 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다.
신데렐라는 유리 구두를 통해 불우한 시절을 극복하고 왕자의 사랑을 얻는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서 카렌은 빨간 구두를 얻으려다 발목을 잃게 된다. 현대 사회의 전족(纏足)인 하이힐은 유리 구두일까 빨간 구두일까.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인턴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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