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 화장품 가격전쟁 … 패밀리 세일 진풍경까지!
- 입력 2013. 04.29. 16:11:08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로드숍의 성장에 따라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 여성들은 수입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백화점 1층에 자리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 코너는 불황과 관계없이 늘 사람이 많다.
이러는 가운데 일부 수입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요즘처럼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거나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 제품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게다가 FTA로 인한 관세가 인하됐다고 하지만 수입 화장품 가격은 상승하기도, 하락하기도, 요지부동인 경우 등 천차만별이다. 무조건적으로 수입 브랜드만을 찾는 소비자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일편단심(?) 소비자들은 가격 변동을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큰 변화는 없는 편이다.최근 수입 화장품 브랜드 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프레쉬, 스틸라는 가격을 낮췄고 반면에 SK-II, 샤넬, 디올, 라프레리 등의 브랜드는 일부제품 가격을 상승시켰다. 에스티로더 그룹 계열의 브랜드는 기존 가격을 유지 중이다. 다시 말해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인하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국내 여성들은 면세혜택을 받아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면세점 쇼핑, 구매대행을 즐긴다. 수입 화장품은 세일을 하는 경우조차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새로운 제품 구매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패밀리 세일’을 통해 저렴하게 수입 화장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일년에 1~2회 진행되는 패밀리 세일은 VIP고객이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 행사는 최근 일반인들에게까지 영역을 확대시켰는데 파워블로거나 SNS를 통해 초대장을 전달, 그 표를 복사하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증하면 입장이 가능해 일반인도 얼마든지 쉽게 패밀리 세일에 동참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파는 아울렛 상품 판매 방식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문제점이 뒤따른다. 패션과 달리 화장품은 면년째 인기를 얻고 있는 베스트셀러 제품이 많고 그 중에는 시즌 구분 없이 매일 사용하는 기초제품군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제품들이 패밀리 세일에 등장하면 몇개라도 사용하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일반적으로 한 제품을 사용할 경우 용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5개월 사용이 가능한 편인데 5개 많게는 10개씩 동일 제품을 한번에 구입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유통기한내로 사용만 할 수 있다면 과소비를 해서라도 사는 것이다. 물론 이 제품들은 계획에도 없는 지인들의 선물로도 활용되기도 하며 인터넷 상에서 실제 판매가보다 낮고 패밀리 세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되파는 사례도 생겨난다.
4월 26일과 29일 양일간 진행된 에스티로더 컴퍼니스 그룹의 한국 지사인 엘카(ELKA) 코리아(대표 에르베 부비) 패밀리 세일을 예로 살펴보자. 이 행사는 하루 1,000명까지 입장이 가능, 동일한 물건은 5개 이상 구입 불가, 한 장의 카드로만 최대 100만원까지만 구매 가능, 교환·환불 불가(피부 트러블 포함) 등 여러 구매조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60~70%까지 세일을 한다는 소식에 많은 인파가 몰려왔다.
브랜드 측은 이런 상황을 예감한 듯 사전부터 대기표를 나눠줄 것을 예고했다. 오전 8시부터 대기표를 나눠주고 첫 입장은 10시부터 시작됐다. 첫 날인 26일은 새벽부터 온 사람들, 지방 곳곳에서 첫차를 타고 온 사람들, 가족이 인원수대로 온 사람들은 기본 1시간 길게는 2시간 가량을 대기표를 받기 위해 기다렸고 일찍이 1,000번째 대기표 배부는 끝났다. 29일 역시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소위 말하는 득템을 위해서다. 일찍부터 우산을 들고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패밀리 세일 행사장에 입장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를 걱정하는 듯 보였다.
도대체 이날 행사에는 어떤 물건이 있었던 것일까. 이번 행사는 아베다, 오리진스,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맥 등이 참여했다. 이미 유명 제품은 동이 났고 일부 품목은 시간대 별로 조금씩 물건을 풀었다. 사진을 찍어 지인에게 물건 정보를 전달하거나 화상통화, 전화를 하며 주변인들의 화장품까지 사는 모습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평일 낮시간이고 워낙 기다리기가 힘들다 보니 대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계산대에서는 대형마트에서 볼법한 노란색 바구니에 화장품을 가득 쌓아놓고 겨우 한숨을 돌리는 이들로 가득했다. 세일을 한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 많은 이들은 100만원을 꽉 채워 계산을 하는 이들 역시 많았다. 오히려 가격이 초과해 물건을 빼야하는 상황도 있었을 정도.
한해동안 많은 성원을 받고 이에 보답하고자 불황 속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준비한 패밀리 세일은 제품을 사고 기분좋게 돌아간 이들도 많았지만 그 의도와 달리 오히려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행사에서 만난 이들은 “쉴 수 없는 부인을 대신해 월차를 내고 행사장을 찾아 1시간을 기다렸다. 미리 예상한 품목은 별로 없었지만 장모님과 친구들 제품까지 모두 샀다”, “26일에도 오고 29일에도 왔다. 인터넷을 통해 다시 되 팔 생각이다”, “그동안 정가에 샀던 것이 바보같이 느껴진다. 이게 원가라고 생각되니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10만원 어치만 사려했는데 100만원어치 과소비를 하게 됐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행사장을 나오자 한켠에 마련된 소파와 복도에는 휴식을 취하는 두 무리가 보였다. 기다림에 지쳤는지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기다리는 이들과,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룬 듯 구매를 끝내고 한숨을 돌리는 이들과.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