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에서도 화장을 고치는 굳은 심지
- 입력 2013. 05.13. 19:46:56
-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출퇴근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42분이라고 한다. 하루에 두 번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하면 보통 넉넉잡아 두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낸다고 할 수 있다.
하루의 십 분의 일에 육박하는 두 시간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창밖의 풍경이나 광고판을 보면서 허비하기에는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출퇴근 시간을 활용한다.그런데 종종 출근길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무릎을 화장대 삼고 한 손에는 거울을, 다른 한 손에는 각종 화장품을 들고 능수능란한 솜씨로 화장하고는 한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들의 화장술을 보면 놀라울 때가 많다. 특히 아이라이너를 아무렇지도 않게 쓱싹 그려내는 그들의 화장술은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가끔은 만원인 지하철 안에서 두 다리로 서서 뛰어난 균형 감각을 보여주며 기초화장뿐만 아니라 색조화장까지 하는 고급 기술을 선보이는 여성들도 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비판적 의견의 핵심은 보기 좋지 않고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화장할 때 눈을 치켜뜨거나 입을 벌리는 등 모습이 보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화장품 가루나 냄새가 주위에 날려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또한 화장을 할 때 자칫하면 주변사람에게 화장품을 묻히거나 화장품을 떨어뜨려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도 한다.
이에 반해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여성들의 출근길 화장을 이해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능력과 동시에 아름다움까지 강요받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은 지하철 출근길을 이용해 바쁘게 화장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분명 있을 수 있다. 또한 요란하게 풀 메이크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간단한 수정 메이크업 정도는 그다지 문제의 소지가 돼 보이지는 않는다.
이처럼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일에 관해 크게 두 가지 입장의 견해가 있지만, 권유할만한 일은 아닌 것이 지배적인 공론으로 보인다. 큰 소리로 떠든다거나 다리를 쩍 벌리는 일, 지나친 애정 표현 등과 같이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것도 지하철에서 삼가야 할 하나의 에티켓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이 화장하는 행위는 여전히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이를 스스로 노출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한 아름다워지기 위해 하는 화장이 그 과정 때문에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 그 행위 자체로 문제가 있다.
다만 지하철에서 화장하면 안 되는 것이 강한 규제가 아닌 서로 배려하는 에티켓이므로 이를 두고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을 보고 게으르고 자기관리 못 하는 여성이라는 선입견과 편파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많은 여성이 지하철에서 화장하기를 감행할 만큼 살기 팍팍한 세상인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에티켓이 시작되는 것처럼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일을 조금은 이해하며 넓은 아량을 갖는 것도 그 사람에 대한 에티켓이 될 수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DB,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