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위한 ‘미’의 조건, 비만이 미덕인 그곳의 진실 [미美와 생존]
- 입력 2014. 11.24. 12:29:11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미는 권력의 도구로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권력을 향한 욕망에서 한발 더 들어가면 생존이라는 절대 명분이 자리 잡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슈퍼 스키니 보디’에 집착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남성은 글래머러스한 여성에게 집착하고, 여성은 강한 남성에게 끌린다. 이는 뿌리 깊은 종족 번식의 본능에 기인한 것으로 여성과 남성의 변치 않는 매력의 ‘상’을 규정짓고 있다.SBS 창사특집다큐멘터리 ‘아름다울 미’가 총 3부작 중 제1부 ‘미, 권력을 탐하다’에 이어 23일 제2부 ‘미, 생존의 비밀’이 방영됐다.
23일 방송에서는 현대사회 흐름에 편입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미’의 기준에 의해 진행되는 결혼풍속을 통해 아름다움의 정의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되짚어보게 했다.
동유럽 발칸반도 코소보에 사는 멜리사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전통 관습에 따라 날씬한 몸매를 풍만하게 보이기 위해 천을 두르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이 지역에서 아름다운 여성은 풍만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고 적어도 결혼식에서만큼은 이런 관습에 따르는 것이 미덕이다.
그는 천을 몸에 두르고 전통 결혼식 예복을 챙겨 입어 풍만한 여성으로 변신했다. 여기에 얼굴을 하얗게 칠한 후 부를 상징하는 금색, 다산의 빨강, 건강의 파랑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화려하게 그려 코소보의 전통적 미의 기준에 충실한 신부가 됐다.
화장에만 3시간이 소요되는 모든 과정에 엄마만 동석하고 신부의 모습은 신랑 집에 도착하기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현대의 미 기준과 거리가 먼 신부의 모습은 코소보의 사회·정치적 환경에 기인한다.
코소보는 심각한 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산이 생존을 위해 필요했으며,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이 신부의 조건이 됐다. 이러한 미의 기준은 그들을 하나로 결집하는 힘이었다.
전통관습에 따르기 위해 천을 두르는 대안을 선택한 것과 달리 아프리카 한 오지마을은 남성들이 여성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3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직 체중 불리는 일만 한다.
아름다운 남성을 뽑는 축제를 앞둔 이 마을에서 여성은 아이 돌보는 것은 물론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남성들은 체중을 불리고 자신을 꾸미는 일에만 집중한다.
아름다운 남성에 3번이나 뽑힌 한 남성은 축제에 나가기 위해 축사에서 하루에 8번 우유와 소피를 먹으며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3개월을 생활한다.
토하는 약을 먹고 다시 먹는 행위를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서 아름다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 마을에서 그는 모든 남성의 선망의 대상이고, 모든 여성이 희망하는 완벽한 남편감이다.
이곳 사람은 “뚱뚱한 남자가 아름답고 그들이 있으면 마을의 위상이 올라간다”라고 말해 이러한 관습이 마을간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방식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현대 사회가 마른 몸매에 집착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발달하는 의학기술로 사망률이 줄고 파괴되는 자연으로 식량 부족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불안한 미래를 위해 인구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존 본능이 발현된 행위일 수 있다.
인간이 세상에 터전을 잡은 이래 생존 본능은 미의 기준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현대사회는 이를 소비의 도구로 활용해 확장하면서 전 세계 미의 기준을 획일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역시 글로벌에 편입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현대 사회의 반영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아름다울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