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OK] ‘남과 여’ 공유 전도연, 공허해서 시크한 청불 ‘패션 멜로’
입력 2017. 02.23. 18:04:06

영화 '남과 여'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10도 밑을 맴도는 서슬 퍼런 추위가 걷히기 시작할 즈음 불현 듯 지루했던 한파가 아쉬워 진다. 영화 ‘남과 여’는 지난해 2월 이맘때쯤 개봉해 눈 가득 쌓인 설원으로 배경으로 남녀의 뜨거운 멜로를 쏟아냈다.

‘남과 여’는 노골적인 성 묘사는 물론 노출까지 몸을 사리게 마련인 톱스타들이 출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위를 보여준다. 그러나 화가의 손에서 그려진 풍경화처럼 완성도 높은 수려한 배경과 공유 전도연의 극 중 직업인 건축가와 패션 브랜드 대표라는 직함에 걸맞은 패션 코드가 ‘청불(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의 짜릿함을 스타일리시함으로 뒤바꿨다.

이 영화는 지난해 미디어가 집착해온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 가정이 있는 남자와 여자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보다 전개 시점에서의 ‘관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친절하지 않는 전개방식은 마지막에 남자가 흘리는 눈물이 여자 혹은 못 이룬 감정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자신에 대한 연민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지만, 이 같은 ‘기계적’ 이유 찾기가 얼마나 공허한가를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관객에게 던지는 반전이다.

전도연이 남편과 전화통화를 한 후 눈 쌓인 핀란드 산 속 택시에서 목 놓아 우는 장면은 지난 1년 몇 개월의 여정이 그녀의 가슴에 새긴 기억과 상처를 관객들에게 절절하게 전달한다.

전도연과 공유는 마음이 닫힌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아내의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남편과 편하게 지내는 전도연과 감정기복이 심하고 남편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아내를 늘 가슴 졸이고 지켜봐야 하는 공유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그러나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전도연은 처음 만난 타인에게 시작이 어딘지도 모르게 켜켜이 쌓인 실타래를 풀어헤치고, 그 끝에 매달린 공유는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인연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며 그녀를 통해 자신의 공허를 채워나간다.

공유는 여전히 채워야할 공허가 남아있지만 자신의 울타리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고 전도연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감정들이 일순간에 폭발하며 남편에게 “나 그 남자 없으면 안 돼”라는 말을 꺼내놓고 만다.

‘남과 여’가 불륜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러한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지만 ‘미뤄 짐작하게’하는 장치들로 인해 ‘이해 가능한’ 공감을 끌어낸다. 여기에 전도연의 디자이너 레이블 브랜드 대표다운 핫한 패션 아이템과 가족이 있음에도 어느 한 순간 쉴 곳 없는 건축가 공유의 쓸쓸함이 한껏 베인 옷들이 ‘스타일시 청불’로 관객에 다가선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전도연의 옷들은 지금도 여전히 ‘핫’ 아이템들로 치밀하게 배치됐다.

커다란 맥시 무스탕코트, 어깨와 품이 넓은 매니시 코트는 전도연을 스타일리시한 셀러브리티로 관객에게 각인한다. 이와 동시에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스타일링이 그녀가 바쁘게 집과 직장을 오가야 하는 직장 여성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반면 공유는 트렌디 요소가 철저하게 배제된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 아이템들로만 채웠다.

스탠더드 사이즈의 아웃도어 점퍼와 하프집업 풀오버 티셔츠, 퀼팅 재킷, 살짝 사이즈가 큰 래글런슬리브 코트 등 옷발 좋은 공유조차 평범한 보통남자로 보이게 하는 ‘보통’ 옷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보통’ 전략이 공유의 쓸쓸함과 공허를 도드라져 보이게 함은 물론 그가 끊임없이 전도연을 찾는 이유가 욕망 충족을 위한 행동이 아님을 설명해주는 장치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언뜻 어긋난 사랑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영화 내내 ‘사랑’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간결한 대사들로만 전개된다. 이는 이 영화가 사랑이 아닌 ‘관계’와 ‘소통’에 대한 멜로임을 말해준다.

‘남과 여’는 나른한 울렁임을 안긴다. 봄이 오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이 영화의 명료하지 않게 흘러가는 ‘애매함’은 의외의 공감과 위로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남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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