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협업’ 시대, 감성과 타깃 공유하는 ‘합리적 공감’ 가치 소비
입력 2017. 12.12. 14:08:33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패션 브랜드들이 정체성 강화를 통한 브랜드 부가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던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제품 경쟁력 강화로 전략을 선회하면서 협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다.

협업, 즉 컬래버레이션은 상업 브랜드와 순수 아티스트나 아티스트 감성을 가진 디자이너의 전략적 제휴 혹은 하이엔드와 로우엔드 브랜드의 조합 등 수직적 협업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비슷한 타깃을 공유하는 브랜드들의 수평적 조합으로 협업의 대상이 전환되고 있다.

수평적 협업은 타깃 소비자를 공유하지만 각자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명확하게 달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되 제품의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아이템이 극명하게 다를 경우의 각자의 인프라를 공유하는데 따른 시너지가 확실히 보장된다는 강점이 있다.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팀버랜드는 일본을 대표하는 가방 브랜드로 평가받는 포터와 함께 ‘포터 캡슐 컬렉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팀버랜드의 상징인 6인치 부츠와 포터의 상징인 수납공간과 기능성이 탁월한 탱커가 하나의 컬렉션으로 묶인 이 프로젝트는 두 브랜드의 대표 소재와 컬러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각 브랜드 고유의 DNA와 헤리티지를 조합했다.

프리미엄 패딩이 강력한 키 아이템인 몽클레르는 뉴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키스(kith)와 협업을 시도했다. 가격대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럭셔리와 SPA의 극단적 조합이 아닌 스포티브라는 공감대 아래 각자의 장점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수평적 협업의 사례에 포함될 수 있다.

스포티브 감성 브랜드 간 협업의 한 형태로서 추진된 이들의 2017 FW 컬렉션은 몽클레르의 상징인 나일론 라케 소재를 사용하고 그래픽 아우터 웨어, 코튼 저지 티셔츠와 스웨트 셔츠, 바지 그리고 장갑, 백팩과 같은 다양한 스트리트 아이템을 전개해 두 브랜드를 뒤섞었다.

특히 몽클레르와 키스의 브랜드명과 심볼을 균형 있게 매치해 수평적 협업의 의미를 부각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간 조합 역시 눈길을 끈다. 럭셔리 주얼리 불가리와 슈즈 마놀로 블라닉이 오는 2018년 3월 8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장식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아트 오브 슈즈’ 전시에 협업 작품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불가리가 올해 새롭게 선보였던 ‘페스타(Festa)’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페퍼론치노 형상의 젬스톤이 세팅된 네크리스 디자인을 슈즈에 적용해 총 11.41ct의 다이아몬드와 루벨라이트 48.61ct, 아메시스트 38.19ct이 세팅된 그린 컬러의 실크 새틴 펌프스다.

마놀로 블라닉 슈즈에 이탈리안 주얼리의 화려한 감성이 더해져 더욱 다양한 매력과 생동감을 불어넣어 작품으로 주얼리 슈즈를 완성했다.

모든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한 공간에서 충족할 수 있는 SPA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수백, 수천만 원 럭셔리 제품에 무조건적인 신앙심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차별화된 가치’가 전제된 상품이지만 자신의 자산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 적정한 가격대이어야 한다는 것. 이런 합리적 공감 소비 심리가 수평적 협업 시대를 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팀버랜드, 몽클레르, 불가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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