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안희정 이윤택 ‘회색 정장’, 성추문남의 ‘미투 블레임룩’ 드레스코드 완결
- 입력 2018. 03.20. 11:29:05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블레임룩과 블랙의 등호 관계가 깨졌다.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검찰 혹은 경찰에 출두할 때 블랙 포멀룩을 유니폼처럼 선택해왔다. 그러나 최근 성 추문 혹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는 정치인 혹은 유명인들은 무죄 항변 의지를 패션에서도 보여주려는 듯 블랙을 피한다.
2월 19일 기자회견 이윤택, 3월 19일 서울서부지검 출석 안희정, 3월 17일 서울지방경찰청 출석 이윤택
연출가 이윤택은 지난 2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짙은 그레이 슈트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난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하프 코트와 슬랙스를 톤 온 톤 차이만 기자회견 때와 동일한 그레이 컬러의 포멀룩 차림을 고수했다. 19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한 안희정 전 도지사는 지난 9일 자진 출석 당시 입었던 블랙 패딩 점퍼를 벗고 말끔한 그레이 슈트를 선택했다.
이윤택과 안희정의 그레이 포멀룩은 ‘사과는 하지만 죄는 없다’ 즉 부분적으로 잘못을 인정하지만 ‘유죄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드레스코드로 해석될 수 있다.
회색은 ‘회색분자’ ‘회색주의자’라는 다소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부정적 함의가 짙게 깔려있다. 이는 어느 색이든 잘 어울리는 회색의 특성을 부정적으로 해석한 데 따른 것으로 패션계에서는 회색의 조화로운 면을 높게 사지만 사회적으로는 회색에 대한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이처럼 무죄 항변의 의지로 해석 가능한 그레이 포멀룩이 이윤택과 안희정의 심경을 짐작케 하는 미묘한 감정선 차이까지 담았다.
이윤택은 논란이 제기된 시점부터 그레이를 고수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레이에 대한 개인적 애착이 내표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자진 출석과 당시와 완전히 다른 패션으로 등장한 안희정은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그레이를 선택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실루엣과 이너웨어 선택에서도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윤택은 경찰청 출석에서 넉넉한 피트의 코트와 슬랙스에 이너웨어로 데님셔츠를 스타일링 해 예술가로서 자유분방한 감성을 표현함 동시에 블루에 담긴 자신이 주장하는 ‘진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희정은 넉넉하지도 꼭 맞지도 않는 완벽한 피트의 다크 그레이 슈트로 자진 출석과는 다른 단호한 의지를 패션으로 표명했다.
안희정은 현재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자진 출석 당시와는 다른 격식을 갖춘 경직된 패션은 이 같은 의지와 연결선 상에서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입증이 어려운 협박 관계 보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행위를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며 안희정은 이를 강하게 부정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선거 유세에 나가도 될법한 잘 뻐진 피트의 그레이 슈트가 가진 상징성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윤택과 안희정은 성폭행 의혹까지 제기되는 미투 사례 중 가장 심각하고 상징적인 피의자 사례다. 미투 열기가 수그러드는 분위기 속에서도 이들을 향한 냉혹한 시선은 그에 걸맞은 사태 파악 및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대중의 바람을 대변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k.co.kr/ 사진=김혜진 기자, 티브이데일리 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