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의 밤’ 추창민, ‘싱크로율’ 우려에도 류승룡‧장동건 고집한 이유 [인터뷰②]
- 입력 2018. 04.02. 11:16:16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영화의 종착지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 종착지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제일 큰 보람이죠”
추창민 감독
본인의 말대로 추창민 감독은 영화 ‘7년의 밤’을 통해 가장 큰 보람을 얻었다.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한 영상, 그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스토리 등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도 ‘7년의 밤’에서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우들을 마치 본래 그 캐릭터였던 것처럼 작품과 어우러지게 만든 추창민 감독의 안목이 ‘7년의 밤’에 힘을 더했다.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두고 시크뉴스와 만난 추창민 감독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배우들을 향한 호평에 연출자로 가장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칭찬 받는 게 제 자신이 칭찬받는 것 이상으로 보람 있다. 저는 영화의 결정체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 행동을 하는 손, 발이 미약하면 좋은 게 나오기 힘들다. 감독은 실질적 행동을 하는 것보다 어떤 걸 구현하기 위해서 배우를 활용하는 사람인데 그게 좋았고 박수 받는다면 ‘내가 잘 활용 했구나’ 느끼게 된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하는 데 도전한 추창민 감독은 ‘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광해’로 성공했던 그가 스릴러라는 낯선 장르에 도전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제가 ‘7년의 밤’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기존의 스릴러 영화에 준해서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그걸 탈피해보고 싶었다. 최대한 기존 영화의 문법을 가져오려고 하지 않았다. 아예 외면할 수는 없지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배우들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캐스팅이었다. 앞서 류승룡과 장동건이 ‘7년의 밤’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작을 읽었던 예비 관객들은 상상과 다른 배우들의 이미지에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들에는 배우들의 싱크로율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지기 마련이지만, 추창민 감독은 그 대신 새롭고 신선한 캐릭터를 택했다.
“원작 독자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가상 캐스팅은 관습적으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부터 접근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캐스팅되고 보여지면 관객들이 원하는 대로는 됐지만 식상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자체가 세령마을의 숨겨진 물속 마을을 찾아가고 인물들의 사연을 찾아갔던 것처럼 배우들도 또 다른 이면을 찾아가는 캐스팅을 해보고 싶었다”
원작 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가 류승룡과 장동건에게 얻었던 ‘확신’은 뭐였을까.
“류승룡 씨는 제가 영화를 하기 전부터 원작에 대한 애착이 강했었고 승룡 씨를 최현수로 결정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광해’라는 작품을 통해 승룡 씨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함이 없었다. 장동건 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뵀다. 동건 씨도 승룡 씨 만큼 원작에 관심이 있었고 오영제라는 인물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동건 씨가 젠틀하고 앨리트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그 모습을 그대로 쓰는 건 흥미롭지 않았다. 배우는 장동건의 이름 대신 오영제라는 캐릭터를 관객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런데 장동건이라는 이름이 관객들에게 너무 강하게 각인돼있어서 장동건을 버리고 캐릭터를 취하는 영화가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장동건이라는 이름을 지우는 게 필요했다”
특히 장동건에게는 M자탈모와 검버섯이 올라온 피부 등 그의 외모를 지우는 작업을 시작으로 철저한 변신을 요했다. 미남 배우의 대명사로 꼽히는 그에게 건넨 추창민 감독의 파격적인 제안은 장동건에게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선물했다.
“제안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이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다. M자 탈모라는 게 자칫 잘못하면 희화화 될 수도 있고, 장동건이라는 사람의 외모가 사람들한테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그걸 잘못 파괴해버리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파마도 해보고 탈모 깊이와 방향도 여러 가지로 해보고 옷도 입혀보고 몇 가지 테스트를 했었다. 처음에는 동건 씨도 고민스러운 지점이 있었다. 동건 씨도 20년 이상 연기 했는데 얼마나 많은 변신을 했겠나. 그런데 항상 환영을 받은 건 아니니까 두려운 지점이 있으셨던 것 같다. 확신이 없는 순간에 용기내서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냥 ‘합시다’라고 마음을 먹고 결정 해주셨다”
외모적인 변신 뿐 아니라 연기 면에서도 배우들이 들인 노력과 에너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사람을 죽인 죄책감에 미쳐가는 남자와 아이를 잃고 폭주하는 남자. 추창민 감독은 어느 하나 쉬운 장면이 없었던 캐릭터를 끝까지 가져가 준 두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의 감정은 극한적인 감정이었다. 누구도 아이를 뺑소니로 잃어본 적도 없고 죽여본 적도 없다. 그 극한의 감정이 뭔지는 저도 모르고 배우들도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감정들을 만들어서 관객들이 설득되는 연기를 뽑아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 한번 찍고 고민하고 하면서 점점 많은 테이크가 쌓여갔다. 힘들었지만 배우들이 끝까지 지치지 않고 해주셨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하시면 아마 그렇게 지치지 않고 해주셔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 한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